전 아직도 철이 안든걸까요? (답답한 마음에 투정과 하소연..)

한심답답억울 작성일 16.10.07 01: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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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누구나 사는 것이 힘들고 지친다는 것쯤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정말이지 요즘 같아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저희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누나1 누나2 저 이렇게 다섯이지만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따로 나가셔서 생활비만 가끔 보내주시는 것 외엔 왕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끊긴지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젠 간간히 전화 통화나 하는 그런 상태입니다. 누나1과 2는 모두 시집을 갔고 현재는 어머니와 저 이렇게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친가 쪽은 거의 왕래가 없고 외가 쪽은 완전히 연을 끊은 상태라 현재로썬 저와 어머니만 완전히 고립된 상태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돈입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생활비가 끊어지면서 집의 생계는 막내인 제 몫이 되었으며 그건 제 삶을 매우 한정적으로 변모하게 만들었습니다. 누나들과 같이 돈을 벌어 모았다면 충분히 셋이서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은 합니다만 확신은 할 수 없겠네요. 제가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 누나들은 집을 나 몰라라 신경 쓰지 않았고 그렇게 아무런 도움 없이 시집을 갔습니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각자의 사정이란 것이 다 있습니다. 누나2와 어머니의 불화, 누나1의 가난에 대한 원망 및 자포자기, 가족의 울타리인 아버지의 부재 및 아버지로서의 역할 불능. 성격적으로 너무 예민한 어머니. 등등의 세부적인 문제로 인연의 고리들은 하나씩 끊어져갔습니다. 덕분에 가족 중 누구 하나 어디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막연한 무책임이 서로간의 일상이 되어버렸죠. 그 모든 것은 돈이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 갈 돈 조차 없었으니까요. 장성한 자식이 3명이나 있는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누나1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었고, 누나2는 밖으로만 돌았습니다. 졸지에 막내인 제가 버는 알바비는 고스란히 네 식구 생활비로 쓰이게 되었고 그건 장기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누나들이나 저나 학창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받은 수모는 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학비나 급식비 등을 내지 못해 눈치보고, 친구를 데려올 집도 없고, 도시락을 싸갈 돈도 없고, 창피한 나머지 집을 숨기고, 돈 있는 척, 괜찮은 척 아닌 척 하며 지내는 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뭔가 배우고 싶어도 학원은커녕, 뭔가 사고 싶어도 용돈은커녕, 학교에서 눈치보고 집에 오면 동네 슈퍼에서 외상으로 사온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곤 했습니다. 이때가 무려 아버지가 그나마 돈을 조금씩이라도 보내주실 때였으니 말 다했네요. 정말 세부적으로 쓰자면 어마어마하게 많고 성인이 돼서도 서러운 적이 너무나 많았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학창시절의 주눅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고 그 가장 큰 피해자는 누나1이었습니다. 20대까지는 아르바이트로 뭔가 해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후반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에만 있었습니다. 누나2도 밖으로 나돌았던 것 외엔 별반 다르지 않네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더군다나 전 신체에 큰 결함이 하나 있는데 이 때문에 소심한 성격이 더 소심해집니다. 학창시절 받은 주눅은 이것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갓 성인이 됐다는 뿌듯함? 자유? 기대감? 뭐 이런 거에 홀린 듯 그런대로 알바해서 번 돈 중 일부는 집에 드렸지만(극히 소량) 나머지는 옷을 산다거나 논다거나 하는 쓸데없는 짓거리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끔찍하게 가난한 주제에, 당장 보증금 500에 50만 짜리 반 지하 월세 방에 네 식구가 모여 사는 주제에 돈을 한 푼이라도 모아야 하는 마당에 말입니다. 하지만 억울했습니다. 어차피 누구 하나 해줄 사람 없는데, 태어나서 한 번도 방을 가져본 적도 없는데, 생일 한 번 챙겨 받아 본 적 없는데, 내가 벌어서 좀 쓰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사치였을까요? 하긴 미래의 대한 대책 없음은 변명할 여지가 없네요.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누나들은 역시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3년간 오히려 늘어난 건 부모님의 대한 원망이었습니다. 친구는 아직까지도 몇 십만 원씩 용돈을 받는데, 다들 집에서 적금 하나씩 부모님이 들어주던데, 심지어 휴대폰 요금까지 내준다는 녀석도 있더군요.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원망이 점점 커졌습니다. 다들 돈 없다없다 해도 그렇게 미래를 위한 준비를 스스로, 또는 가족이 해주고 있었습니다. 너무 부러웠죠. 누군 돈을 벌어도 없는데, 누군 벌면서도 원하는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전 돈이 없다고 말하면 그게 정말 10원짜리 한 장조차 없다는 건데 남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적금? 통장? 저희 집에서 그런 거 없어진지가 10년이 넘었는걸요. 저희 집에 돈이 없는 건 말 그대로 문자 그대로입니다. 보험조차 가입 안되있어서 어디하나 다치거나 아프면 그냥 끝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지금부터라도 돈을 모으자.

하지만 그 다짐은 몇 일 지나지 않아 눈 녹듯 사라집니다. 매달 받는 월급은 똑같은데 이제 모든 생계를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겁니다. 아버지만을 기다리며 손 놓고 있던 기간 동안 이미 보증금은 다 까먹고 방세마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드려야 하는 액수가 더 늘어납니다. 역시 누나들은 그냥 방관자 역할만을 충실히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7년이 흘렀습니다. 이젠 30대 초반이 되었습니다만 그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나들은 그렇게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시집을 갔고 애를 낳았습니다. 전 아직도 그자립니다. 원잡이었던 알바가 투잡으로 바뀌었습니다. 매달 방세와 생활비를 드리고 제 밥값(담배값+)과 휴대폰요금을 내면 30만원도채 남지 않습니다. 그것도 투잡을 시작한 올해부터나 그런거라 그 전까진 정말 답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하면서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서 취업해라? 대학을 다시 들어가라? 지금으로썬 도저히 자신이 없네요. 그냥 하루하루가 무기력합니다. 왜 사나 싶기도 하고 한 번은 새벽에 한강 다리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는데 정말 무섭더군요. 죽을 용기 역시 사실상 없습니다.

군대는 생계유지 사유로 면제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기술은 전무합니다. 그런데 몸까지 안 좋아져 백반증이 생기고, 신장과 간이 나빠져 매일 같이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이제는 하다하다 원형 탈모까지 시작됐네요. 머리 다 빠지면 진짜 죽으라는 건데 ㅋㅋ 더군다나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심각한 신체 결함은 아직까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치료비만 기본으로 몇 천은 깨진 다네요. 당장 제 몸에 들어갈 것만 이정도인데, 미래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호강 한 번 못시켜드린 어머니는? 정말 살 의욕을 잃었습니다. 지금 가장 후회 되는 건 이십대 초반 시절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알바로 번 돈 집에 좀 드리고 나머지로 평범한 척, 남들과 같은 척 걱정 없이 태평하게 놀았던 3년간의 시절입니다. 그때부터 제대로 했다면 적어도 지금의 저보단 낮겠죠?

저도 차도 몰고 싶고, 여자 친구도 제대로 사귀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고, 사람들과 행복하게 어울려 살고 싶습니다. 제 집도 갖고 싶고 제 방도 갖고 싶고.. 하....

그 시절 누나들이 조금만 힘을 실어줬다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요?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가난 때문에 헤어질 때 정말 서러웠습니다. 대놓고 솔직히 다 말할 수는 없고, 돈은 없고, 왜? 나만? 왜? 하필 나만? 이런 생각들이 더 적극적으로 들더군요.

물론 더 힘들고 열악한 환경의 사람들이 있는 것도 잘 압니다. 그리고 왜 하필 나야? 라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도 이제는 압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된다는 그런 논리. 하지만 지쳤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매일 낮에 나가서 다음날 아침에나 들어와 그나마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운동이라도 하는데, 금방 또 몇 시간 자면 다시 같은 일상의 반복. 돈이 모이는 것도 아니며, 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닌..거기다 미친 술 취한 진상 손님들한테 받는 수모와 멸시, 살짝 삐끗하면 폭행까지 이어질 뻔한 적도 수두룩.. 정말 맘 같아선 가뜩이나 죽을 맛인데 다 죽여 버리고 나도 죽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듭니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왜 이런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한테까지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는지, 더 절망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업종, 특히 그 곳의 알바들은 너무 열악한 현실이 화가 나기도 하고.. 하긴 제가 이런 곳에서 일을 안 하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또 생업 때문에 그리고 이젠 나이마저 발목을 잡아 다른 걸 하기도.. 하..

이런 와중에 가끔씩 집에 찾아오는 누나는 자기 사는 거 힘들다는 하소연이나 엄마한테 하면서 징징거리고. 정말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고작 휴일이라는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엔 몰린 피로로 잠들면 그냥 지나가버립니다. 이젠 술도 거의 안 먹는데도 말입니다. 매일 같이 술 먹고 좌절감에 빠져본들 달라질 게 없었고, 몸만 더 안 좋아졌으니까요. 지난 11년간 몇 개월을 제외하곤 비록 아르바이트지만 일을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그동안 번 돈 다 뭐했냐고 한심하게 봅니다. 친구 하나는 그러더군요. 차라리 독립하라고. 독하게 마음먹고 다 연 끊고 독립하라고. 그렇게 살면 평생 니 인생 까먹는거라고. 하지만 도저히 그럴 엄두가 안 납니다. 어떻게 어머니를 두고 나갑니까? 거기다 따지고 보면 누나들도 저만큼이나 불쌍한데.. 다들 힘들게 살았고 일부러 이러는게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참고 참고 참아도 가끔 너무 힘듭니다. 미래가 안보여요. 지금 어느 세월에 뭘 시작합니까? 무슨 돈으로? 아예 잠을 안자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국비지원 학원조차 다니기 버겁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악으로 살아야 제대로 살 수 있다는 걸까요? 이정도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나약하기만 한 제 자신이 너무나 한스럽습니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아버지 앞으로 빛이 4억 가까이 있더군요. 하하...누나들도 다 빛이 있고, 저 역시 빛이 적지만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집에 드린 돈이 8천만원이 다 되가는데, 전 그 8천만의 시간을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제 계획은 딱 몇 천만 모아놓고 마음 편히 하고 싶은 공부 시작 하는거였는데.. 앞으로도 이대로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계획이겠죠? 몸은 또 왜 이리 안좋아진건지..

하....

정말 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30씩 꾸준히 모아서 어느 세월에 제 결함들을 치료받고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대출 따위가 된다면 좋으련만 신용불량 세트인 저희 집이 가능할 리가 없죠. 다른 일을 구한다 한들 받는 급여가 확연히 다르면 모를까 일만 다를 뿐 같은 맥락이겠죠..

이제 이러다 곧 40살이 다가올텐데, 전 그때도 또 이 억울함 속에 있을까요? 이렇게 계속 시간만 낭비하면서 정신과 몸만 망가지면서 나이만 계속 먹어야 하는지, 이제서라도 정말 독하게 먹고 내 앞날만 생각하고 집에서 나와야 하는건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집에 드리는 것 가지고 낭비니, 아깝다느니 하는거 자체가 제가 쓰면서도 참 못되보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역시 이렇게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또다시 술에 손이 가려하지만 참습니다.

후.. 제가 아직도 철이 안든걸까요? 제 앞가림은 하고 나서야 가족도 있는거 아닐까요? 당장 나이만 무지 먹어버렸는데다가 기타등등 치료비를 제외한 급선무가 되어버린 탈모 치료조차 하지 못하는게 과연 절 위한 일일까요?

이유야 어찌됐건 이 오랜 시간 동안 발전 하나 없는 제가 무척 한심하게 느껴지시죠? 전혀 와닿지 않으시겠지요? 저조차도 아직도 현실감이 안 느껴지니.. 하.. 정말 발벗고 나가서 지금보다도 더, 말 그대로 미친듯이, 숨 넘어갈 듯이 닥치는대로 더 일해야 할까요? 24시간을 다 일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조차도 남들 앞에서 자연스러워질수 있어야 하는데, 오랜시간 주눅과 낙없이 살아온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따위의 정신적인 이유와 외모적으로 드러나는 상처, 결함 때문에 전 이정도도 한계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걸까요? 남들 시선 따위 다 무시하고 더 달려야 할까요? 설사 그런다 한 들, 어느 세월에 제 모든 아픔들을 치료하고 밥걱정 집걱정 빛 걱정없이 살수 있을까요? 40대 넘어서? 제 젊음은 결국 이렇게 다 날리는 건가요? 정말 저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제 앞날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턱없이 모자라 죽을 판인 못난 주제에 집까지 신경써야 하다니... 차라리 누군가들처럼 등골브레이커였다면, 그래서 집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았다면, 턱없이 한심한 인간일지라도 정신만차리면 일어설 기회가 작금의 저보단 훨씬 높을텐데말이죠.. 그런 사람들 보면 괜스레 울컥하는 제 자신이, 다들 행복해보이기만 하는 열등감만 쌓인 제 자신이 싫습니다. 마음을 기댈 곳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외롭습니다. 가족들과 대화로 해결 보는 것은 그동안 많이 해봤지만 소용이 없네요. 이젠 정말 누나들도 애까지 있고 가정을 꾸렸으니 제게 도움을 주는 건 더 힘들어져 버렸네요. 가끔씩 분에 못이겨 저도모르게 감정이 폭발할때면 어머니는 그저 미안하다고만 하시니 제 마음이 더 아픕니다. 호강은커녕 나 힘들다고 말하는 건 너무 죄송스럽네요. 이런 속도 모르고 남들은 저보고 정신차려라, 등골브레이커짓 그만하라는 둥, 언제 사람구실 할래? 그러는데 그럴때면 그냥 속으로 삭히고 맙니다. 다 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밖에선 철없는 등골브레이커인척 바보같이 가만히 있습니다. 차라리 이편이 덜 창피하다고 생각되서요. 참 바보같죠?

하..........

세부적인 걸 다 줄이고 너무 두서없이 쓴 글이라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이라도 써보니 조금이나마 후련한 기분이 듭니다. 이런 보잘 것 없는 하찮은 하소연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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