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직장은 빡쎘지만, 1년을 좀 넘게 버티고 아무 계획없이 퇴사했습니다.
3개월 뒤 같이 일했던 형님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이사님이 자리 하나 만들어줄테니 다시 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해당 산업의 전망은 나쁘지 않았던 직장이었습니다. 급여는 업계 평균이상은 되었지만 그렇게 높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3년 정도를 버텼다면, 직장 이동을 통해 좋은 조건을 앋을 수 있었겠죠. 그런데, 혼자 곰곰히 생각해봤을 때, 제가 이 직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해당 업무를 아는 척하는 선임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같은 사람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물론 제 자리를 대신할 후임을 뽑는 자리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경력직 포함) 지원하는 것을 보고 살짝 후회가 될뻔하긴 했습니다.
두 번째 직장은 출산 및 육아휴직을 대체하는 계약직이었습니다. 공공기관이었고,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정확하여 삶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첫번째 직장에서도 나름 능력을 인정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직장에서는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해줘서 하루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구성원들과도 즐거웠고, 고객들도 저를 좋아해주었습니다. 공공기관인 만큼 원래 자리의 주인이 휴직을 길게 하는 바람에 저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급여가 별로였습니다. 첫번째 직장과 비교해도 나쁘진 않았지만, 급여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무기계약직 자리였으니 전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기계약직을 지원해보라는 권유를 마다하고 다른 직종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직장은 대기업 계약직입니다. 정규직 전환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직종입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힘든 직종이라(자격증 필) 시범케이스로 1명을 정규직 전환을 시켜줬고... 앞으로도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 보입니다.
지금은 힘든 시기입니다. 자격증은 땄지만, 해당 업계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고, 자격증 자체도 산업 전체를 아우르다보니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사들도 애매하네요. 좋은분들 반, 별로인 사람 반, 딱 갈려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제가 자리를 3시간 동안 비워도 믿어주시던 부사장님과 부장님이 그립네요. 농땡이 피운 적도 없지만, 농땡이 피우지 않을거라고 믿어주던 그분들의 믿음이 그립습니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줄거라고 믿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사람들과 일을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부족하지만 인정해주시는게 고마워서 더욱 열심히 그리고 잘하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했지만,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금은 행복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조금씩 버텨내다보면, 나아질거라고 삶의 경험으로 스스로를 토닥입니다.
오늘 전임자의 서류를 정리하다가 현장에 안나온다고 팀장에게 버럭질을 당하고, 큰 타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린 마음에 넋두리 중얼거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