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 (crete님 글)

jjunius 작성일 08.05.15 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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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경제협력 양해각서 체결 비판

 

사실 올 상반기까지는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경제나 외교 분야 공격을 가능하면 자제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원칙이었습니다. 취임 초의 허니문이니 뭐니 이런 것 보다는, 일단 국민 다수의 투표로 선출된 국가 원수로서 정통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일단 의욕을 가지고 실행하는 일은 국민들이 모두 마음을 합쳐 최상의 결과가 나오도록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이런 제 신념에 엄청난 도전을 받았습니다. 일단 아래 사진부터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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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발렌타인데이에 이명박 당선자가 쿠르드 자치정부의 바르자니 총리와 악수하는 장면입니다.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날 쿠르드 지방의 바지안 광구 추가 확보를 포함해서 사회간접자본 건설 분야에까지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그 동안 계속 죽만 쓰던 이명박 진영에서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딱 맞는 ‘한껀’을 했다고 좋아하겠지만…..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랍니다.

 

작년에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에 대해 제가 쓴 글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노무현과 이명박 (2) “아마추어리즘이라고?” ☜

 

10년이면 강산이 변하죠?  강산만 변하나요? 사람도 변합니다. 10년이면 소위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어져오는 부패하고 무능한 군사정권의 잔재에 몸 담고 있던 이들 중에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 본 사람이 씨가 말라 버린다는 말이죠. 즉

 

현재 한나라당을 이루는 면면들 중에 소위 정권의 실세나 장차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장 수준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 극히 적습니다. 기껏해야 박희태나 김기춘 같은 왕년(?)의 법무부 장관들이나 정형근 같은 안기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정도죠. 물론 그 외에도 몇 명 장차관들이나 지방 광역단체장 출신들이 있기는 하지만 소위 메이저급들은 아니죠. 그것도 대략 10년 이상의 옛날 얘기입니다. 그러나 보니 고급 정보나 소위 집권의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진득한 맛이 없어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서 보시듯이 소위 국제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외교라인에 써 먹을 만한 인물은 정말 눈을 씻고 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이명박씨의 최대 약점이 국제 외교라고 하죠?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명박씨와 그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집권 경험 부족과 자질 부족이 진짜 문제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이명박이란 개인의 철학 부재와 인성 부족이 더해진 것이고요.

 

제가 예전에 지적한 대로 이명박 당선자의 철학 부재와 인성 부족 외에도 이명박 당선자 주변에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물이 도대체 없다는 문제가 늘 염려가 됐었는데……

 

드디어 제대로 대형 사고를 터뜨리고 말았네요.

 

 

(1)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라크 중앙정부의 갈등

 

일단 국제 정세, 그 중에서도 중동 정세에 눈곱만한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라크 중앙정부 사이에 석유를 둘러싼 갈등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

 

영어가 좀 되시는 분들은 google.com에 ‘kurd, iraq, oil’ 딱 이렇게 3 단어만 넣고 검색을 해 보세요. 이코노미스트, BBC, 파이낸셜 타임즈, 영문판 알자지라, 가디언, 타임즈… 수도 없이 많은 외신들에서 그 동안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사이에 외국 회사에 석유 채굴권을 분배하는 문제로 티격태격한 내용을 얼마나 오래 전부터 보도했나 하는 것이 끝없이 나옵니다.

 

작년 11월에 SK에너지와 석유공사 그리고 몇몇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을 결성해서 이미 쿠르드 지방정부와 어제 이야기가 나온 바지안 광구에 대해 생산물 분배 계약을 맺었었죠.

 

한창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에 석유 분배권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한복판에 한국 기업 몇 군데서 쿠르드 자치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별동대 역할을 자임하고 나온 겁니다. 당연히 이라크 중앙정부는 열을 받을 대로 받아 1차로 SK에너지에 구두 경고를 한 뒤, 올해 1월부터 실력행사에 나서서 당시 계약의 당사자인 SK에너지에 원유 공급을 중단해 버렸답니다. 아마 경제 신문을 중심으로 올해 1월 30일에 일부 보도가 됐을 겁니다. 덕분에 SK 에너지는 졸지에 훨씬 비싼 값으로 현물시장에서 부족분을 사다가 메우느라 고생을 하고 있고요.

 

현재는 여기까지 진행되어 있지만 이라크 중앙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쿠르드 지역에서 석유개발 사업을 지속하면 아예 우리나라에 대한 원유 수출 자체를 통째로 중단하겠다고 이미 경고해 놓은 상태입니다.

 

자~~ SK에너지 한 회사가 이라크 중앙정부에 물 먹은 것도 부족해서 우리나라 전체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면 당장 우리나라 일년 도입 물량의 5% 이상이 빵꾸가 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차기 정부의 지도자라는 양반이 덜컥 쿠르드 자치정부의 총리를 불러다가 추가로 대대적인 석유개발 사업 확대에 더해 사회간접자본 투자까지 패키지로 체결해 버렸습니다. 저렇게 사진까지 떡 하니 찍어서 말이죠.

 

저 사진과 계약 내용을 본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응은 안 봐도 비디오죠. 이제 우리 기업들이 당분간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좋은 대접 받기는 글렀다고 봐야죠. 조만간 우리나라 전체로의 원유 수출을 중단해 버리겠다는 통보가 와도 전혀 놀랄 상황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물론 그런 막장 상태가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그리고 가능성이 거의 0% 이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모든 일이 잘 진행이 되어서 석유를 퍼내게 된다고 해 보죠. 이라크 중앙정부가 반대한 일에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의 송유관을 이용할 수는 없을 테고……

 

쿠르드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에서 석유를 수송할 수 있는 송유관 배치도를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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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라크 내륙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나갈 수 있는 길은 크게 3군데 정도입니다. (1) 이라크 전략 송유관을 거처 걸프만과 연결된 바스라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거나, (2) 시리아-요르단 송유관 경로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3) 터키를 경유하는 송유관을 이용하게 되죠.

 

그럼 일단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의 남쪽 통로와 시리아-요르단 송유관을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 되고, 결국 터키 경유 송유관이 남는군요.

 

이제 쿠르드 자치정부와 터키와의 관계를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쿠르드 자치정부와 터키의 갈등

 

터키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하자면, 앙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쿠르드족이 이라크, 터키 이란에 걸쳐 넓게 흩어져 사는데, 인구는 제법 규모가 되고 반면에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며, 중앙정부에 전혀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그 동안 많은 박해를 받고 살아왔죠. 그러니 독립에 대한 소망이 큰데 반면에 터키, 이란,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이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을 위협하면 어쩌나 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답니다.

 

그런데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시작되고 물 만난 고기처럼 이라크내의 쿠르드족은 열심히 미군에 협조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비율에 비해 현재 이라크 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죠. 물론 이런 이라크 영내의 쿠르드족의 영향력 확대는 이라크 내부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쿠르드족 탄압에 앞장서온 터키의 신경을 엄청나게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더군다나 이라크 북부에서 자치권을 획득한 쿠르드족 중에 일부 정파는 터키내의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운동을 공공연히 지원하여 얼마 전에는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 영내에 군사작전을 전개하기도 했죠.

 

즉 터키는 쿠르드족이 이라크 중앙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국가로 독립하기를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부 외국 회사나 정부가 공공연히 쿠르드 자치정부의 재정에 막대한 도움이 될 개별적 원유 채굴권 확보를 추진한다면, 이를 곱게 볼 이유가 없죠.

 

그리고 그 일이 어렵사리 추진이 된다고 해도, 쿠르드 자치정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자신의 영토를 경유하는 송유관을 열어줄 이유도 없습니다. 막말로 터키 의회 자체가 쿠르드 반군 진압을 위해 이라크 북부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할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운데 한가하게 이들 쿠르드족의 경제적 유익을 높여 줄 송유관 통과를 터키 정부가 승인해 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와 터키의 관계도 잠깐 살펴 보겠습니다.

 

역대 정권의 군사력 강화 노력의 결과 우리군에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이 군침을 삼킬만한 우수한 무기들을 자력으로 많이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무기들은 성능이 우수한 반면 아직은 국제 무기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덕분에 해외 수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걸 극복하게 해 준 대표적인 나라가 터키입니다.

 

우리가 터키에 수출하거나 수출 계약이 성사된 대표적인 것들이 K-9 자주포와 XK-2 흑표 차기 전차 등을 들 수 있죠. 이외에도 KT-1 훈련기도 55대나 수출하고 말입니다. 특히나 XK-2의 경우 겨우 우리나라는 시제품이 나온 상태였는데, 외국의 유수업체를 제치고 터키에 수출 계약을 성공한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세계 시장에서의 우리 무기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터키 정도의 구매력이 있는 국가가 우리 무기를 선정해줬다는 건 앞으로 우리 무기의 해외진출에 거의 무한한 도움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무기 수출의 결정은 아주 미묘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 그 결정이 바뀌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차기 전차 흑표의 경우도 K-9 자주포 수출 시 보여준 우리 기술진의 꾸준한 기술 지도와 애프터 서비스에 터키 국방부 관계자들이 아주 만족한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런데…..

 

여기에 이명박 당선자 측의 쿠르드 자치정부 손들어 주기가 시작된 겁니다.

 

지난 수십 년간 친미 외교에 앞장 선 덕분에 중동 지역 내에 변변히 친하게 지내는 나라 하나 없던 우리가 우수한 군사기술력과 지난 10여 년간의 외교 다변화 정책에 힘입어 이제 겨우 터키 정도의 우방국을 중동 지방에 하나 만들어 놨습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의 저 닭대가리 수준의 국제 감각으로 돈만 앞장 세웠을 때, 터키와 관계가 한 순간에 나빠지고 무기 수출을 포함한 경제 관계가 손상되는 건 일도 아닙니다.

 

 

(3)   결론

 

올 한해 의욕은 많은데 비해,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높은 환경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갈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물가 문제입니다. 특히나 엄청난 수준으로 뛰어 버린 국제 석유 가격이 우리나라 경제 안정에 큰 부정적 작용을 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한두 명이 아니죠. 가격도 가격이지만 안정적 수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죠.

 

어제 이명박 당선자 측이 저지른 저 일은 단순히 아마추어 정도가 아니라, 국제란에 올라오는 기사를 전혀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자해를 일삼는 정치 집단의 망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저 질 낮은 국제 감각은 고스란히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겁니다. 차라리 삽질을 하면 삽이라도 팔아 먹지, 이건 얻는 것 하나 없이 기존의 동맹국에 돌팔매질을 한 격이니……

 

주변의 중국 같은 경우 쓸개도 다 빼어 놓고 에너지 확보를 위해 북극으로 아프리카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새로 정권을 잡은 집단은 눈 앞의 작은 콩고물에 현혹되어서 우리의 전략적 요충지에 똥물을 퍼다 붇는 대삽질을 저렇게 백주 대낮에 광고하듯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제 이라크와 터키 정부의 반발을 어찌 주워 담을지…… 정말 막막하네요……

 

아마추어 아마추어… 설마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사족: 전 개인적으로 쿠르드족에 대한 동정심이 많습니다. 우리 민족 역시 주변 강대국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여 힘든 시절을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가능하다면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쿠르드 민족이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 측이 그런 고도의 쿠르드 민족 독립성 확보라는 윤리적인 가치관을 이유로 이번 일을 추진한 것 같지는 않네요. 아마 돈이 된다니 앞뒤 따져보지 않고 어설픈 중재자 꾀임에 넘어가 덥석 패를 물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일이 더 반복이 될는지……-.-;;;

 

 

 

 

 

 

 

*댓글:초모룽마

 

님이 쓰신 글은 대부분 맞습니다. 즉,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고려치 않은 채 그렇게 벌건 대낮에 땅박이 사진을 찍고 이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은 외교적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낸 것이죠.

단 한 가지, 제가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은 이겁니다. 그냥 님의 의견에 부가하는 것이라고 해두죠. 이라크를 석유의 관점에서 볼 때, 님의 말씀대로 북부와 남부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북부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당연히 자기들이 개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역이고, 남부는 이라크 중앙정부에서 통제권을 가지고 있죠.

근데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발이 눈에 뻔히 보이고 실제로 SK에 대한 원유수출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의 기업들이 쿠르드에 참여하느냐? 하는 것은 좀 더 세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라크 석유개발의 유망성을 볼 때 남부가 훨씬 매력이 있습니다.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초대형 유전들이 즐비하죠. 근데 그 남부의 유전들은 세계 석유개발을 주름잡고 있는 영미계를 포함한 메이저들의 놀이터나 다름없습니다. 부시와 블레어가 이라크에 침공한 이유에는 이것도 포함됩니다. 이들 메이저들은 역사, 정치력, 자금력, 기술력, 경쟁력 등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기업과 비교되지 않는 게 사실이죠.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남부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라크 중앙정부도 이들 메이저사들과 이미 남부지역 유전개발 사업과 관련 협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요.

그렇다고 세계 제2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를 아예 포기할 수 없죠. 특히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말입니다. 현재 세계는 한마디로 에너지 특히 석유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거의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자원외교를 특히 강화한 것도 그 같은 맥락이죠.

전쟁이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유전개발 투자유치에 나선 이라크에 한국이 관심을 안가질 수가 없죠.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남부는 메이저들의 텃밭이니 중소규모 석유회사들로서는 엄두도 나지 않고, 그래서 중앙정부와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석유개발을 선언한 쿠르드 지방정부가 관장하는 북부에 눈을 돌리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 말고도 여기에 참여한 나라(석유회사)가 삼십여 개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쿠르드에 참여를 추진하고 첫 계약 체결한 것은 물론 지난해 참여정부 하에서였습니다. 참여정부도 당연히 이라크 중앙정부에 신경이 쓰였겠지만, 그때 참여하지 않았다면 전략적 자원인 석유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리게 되었을 겁니다. 석유개발 자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인데, 여기에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관계 악화 위험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과감히 참여를 선택하게 됩니다. 전략적 선택이죠.

정정이 불안하고 모든 게 불확실한 이라크에서 석유부문도 모든 것이 불명확합니다. 그렇다고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자며 기다리기에는 시간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각국간 현재 석유자원 확보가 진짜 피튀길만큼 치열합니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복잡 미묘한 외교의 틈을 비집고 미리 자원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쿠르드 정부와 계약한 것이죠.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참여정부가 크레테님이 말씀하신 이라크 중앙정부와 터키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쿠르드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에서 말씀드린 석유자원의 전략적인 ‘선점’이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이것은 너무 외교적으로 손실이 많은 것이 아닌가.

이 지점에서 참여정부와 땅박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참여정부는 석유도 확보했고 외교적으로도 큰 무리 없이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계약 추진의 주체와 성격을 순수하게 민간, 경제적 측면에서 수행한 겁니다. 그래서 이라크 중앙정부가 우리나라가 아닌 일개기업(SK)에만 수출중단이라는 조치를 취했죠.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 유감의 뜻을 표하긴 했지만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수준까지는 아니죠. 이게 바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외교하는 것이죠. 실용외교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모범을 보여줍니다. 이라크 석유성 직원을 우리나라도 초대해 환대해 준 것도 다 이것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땅박은 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자신의 ‘경제살리기 이미지’에 집착한 나머지 공개적으로 대놓고 그쪽 총리를 불러 사진 찍고, 큼지막하게 ‘이명박 정부의 첫 작품’이라고 떠들어댑니다. 이거야말로 크레테님이 지적하신 이라크 중앙정부와 터키와의 관계악화를 부르는 외교적으로 진짜 무능의 짓이죠. 이것도 모르고 떠드는 명바기나 언론이나 다 병신 짓 한겁니다. 아니면 알고서도 똥줄 탄 나머지 일단 터뜨리고 보자고 한 것일 겁니다. 한마디로 말도 못하게 천박합니다. 이게 실용입니까?

여기서 크레테님이 간과한 중요한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자원외교는 참여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였고 이라크 석유참여에 공들여 결국 참여의 발판을 만든 것도 참여정부입니다. 즉 이것들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공이죠. 근데 땅바기와 찌라시들은 아직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이게 자기 고유의 업적인 양 떠들어댑니다. 공을 가로챈 것이죠.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자원외교와 이라크 석유개발 참여의 발판은 참여정부가 놓았습니다. 그 발판을 놓는 데 족히 몇 년은 걸립니다. 이것을 알면서 저리 떠들다니 진짜 뻔뻔합니다.

공을 가로채는 것 까지는 뭐 그렇다 칩시다. 갱제살리기 위해 똥줄타는 쟤들의 심정을 감안하면 이해할만 합니다. 문제는 저렇게 외교에 대해 뭣도 모르게 대문짝만하게 사진을 찍어놓고 그것을 동네방네 자기 업적 알아달라고 찌질거리는 것이죠. 진짜 동네 챙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네요. 진짜 외교 말아먹게 생겼네요. 이로써 진짜 실력이 드러나죠. 참여정부는 진짜 프로고 쟤들은 아마추어네요.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검색해보니까, 원본이 '다음'이 아니군요.

 

http://seoprise.com/board/view.php?uid=50238&table=seoprise_11&mode=&field=&s_que=&start=&level_gubun=&field_gub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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