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KBS 보도본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조금전 퇴근길에 KBS 앞에서 촛불 집회를 하시는 분들을 봤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입사 이후 KBS앞에서 벌어진 수많은 시위를 봐 왔지만
대부분 KBS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 시위가 진보 진영이든, 보수 진영이든 말입니다.
그런데 KBS를 "지키기 위해"서 100여 분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왔다........
저의 무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오늘 초를 들고 오신 시민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KBS는 직원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방송"이기 때문에 온 거라고요.
맞습니다.
KBS는 기자들의 것도, 피디들의 것도, 정연주 사장의 것도, 노조의 것도 아닙니다.
국민과 시청자들의 방송삽니다.
87년 이후 방송민주화의 역사도 결국
국민과 시청자들이 KBS에 준 선물이었습니다.
KBS가 이만큼 만들어진 것도 국민과 시청자의 질책과 격려 때문입니다.
물론 KBS가 지금 모든 것을 잘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KBS가 "사랑스러워서" 초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국민들이 KBS를 지켜줄 만큼
제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뼈 아프게 반성해봅니다.
촛불 앞에 당당할 만큼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노력해야겠습니다.
바른 방송을 만들기 위해, 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허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