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의 글

지운라 작성일 08.06.12 13:53:09
댓글 2조회 1,371추천 2

저는 KBS 보도본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조금전 퇴근길에 KBS 앞에서 촛불 집회를 하시는 분들을 봤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입사 이후 KBS앞에서 벌어진 수많은 시위를 봐 왔지만 

대부분 KBS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 시위가 진보 진영이든, 보수 진영이든 말입니다.

 

그런데 KBS를 "지키기 위해"서 100여 분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왔다........

저의 무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오늘 초를 들고 오신 시민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KBS는 직원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방송"이기 때문에 온 거라고요.

 

맞습니다.

KBS는 기자들의 것도, 피디들의 것도, 정연주 사장의 것도, 노조의 것도 아닙니다.

국민과 시청자들의 방송삽니다.

 

87년 이후 방송민주화의 역사도 결국

국민과 시청자들이 KBS에 준 선물이었습니다.

KBS가 이만큼 만들어진 것도 국민과 시청자의 질책과 격려 때문입니다.

 

물론 KBS가 지금 모든 것을 잘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KBS가 "사랑스러워서" 초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국민들이 KBS를 지켜줄 만큼

제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뼈 아프게 반성해봅니다.

촛불 앞에 당당할 만큼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노력해야겠습니다. 

바른 방송을 만들기 위해, 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허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운라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