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2; 청소년 여러분께 드리는 불법집회와 합법집회에 관한 정리 [68]
번호 533773 | 2008.05.06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지금 게시판을 보면 여의도와 청계천에서 열리는 집회를 두고
합법이다 불법이다 라는 식의 논쟁이 많이 있습니다. 이 논쟁 때문에 많은
청소년 여러분들이 어떤 집회에 참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시고,
각각의 집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다른 집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에게
비판아닌 비난을 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스러워 하실 것 같아서
이 논쟁에 대한 정치학 전공자의 생각을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먼저 합법과 불법의 기준이 되는 현재의 '집시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몰 이후에 집회를 금지하고, 촛불 문화제에서 피켓과 정치적 구호를 금지하는
현재의 '집시법'이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국산 소고기 반대를 외쳐야 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집시법'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때 사회교과서에는 '시민불복종'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즉 불합리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이 있다면 시민들이 이에 복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 정당
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법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민불복종은 불법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법률보다 헌법을 또 헌법보다 인간의 기본권을 우위에 두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시민
불복종은 정당하고 서구 자유주의 국가들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 줍니다. 때문에 내일 청계천에서
열릴 집회가 문화제로 등록했는데, 정치적 구호와 피켓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비판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은 현행 집시법이지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청계천 집회와 동시에 여의도에서 열릴 준법 촛불문화제의 방식은 자유민주주의국
가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고라에서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위와 같은 방식은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때문에 도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
문입니다. 이 방식은 절차적 하자 없이 정치적 주장을 개진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절차를
무시한 성급한 수입결정과 선명하게 대비되며 여론의 호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청소년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어느 집회에 참가하던지 문제가 될 것은
없다라는 점입니다. 혹시 청계천 집회에 참석하면 불법시위라서 사법처리나 물리적인 통제를
받을까봐 걱정하신 다면 그것은 기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피켓을 들었다거나 정치적 구호를
외친 정도로 사법처리를 할 수 있는 조항은 현행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껏해봐야 집회
주최측을 소환해 조사하거나 주최측에 벌금을 물리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법이냐 불법이냐 사이의 논쟁이 아니라 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인 참여와 집회에서 이루어지는 상호교류에 의한 연대감의 형성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지도부와 이들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구성원으로 이루어
진 과거의 집회 방식을 좋아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집회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 아
니라 명령하달과 복종의 '군대'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5월 2일의 집회에 참
석했을 때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집회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지도부 없이 여기저기
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민주주의의
이상형을 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의도와 청계천에서 열리는 촛불 문화제는 각
각의 방식이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다 각자
의 개성이 다릅니다. 때문에 집회가 한 집단의 주최로 한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 지면 그 방
식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게 되고 이는 다수와 소수의 갈등을 일으키며 결과적으
로는 애초에 그 집회에서 의도했던 주장마저 흐트러지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됩니다. 따라서
5월 2일의 집회처럼 한 쪽에서는 피켓과 구호를 외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시 낭송이나 개
인 발언을 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이 공존하는 집회가 되어 우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목소
리를 낼 수 있도록 여의도, 청계천 집회의 주최측이 같이 연대하기를 촉구합니다.
p.s 여의도 집회와 청계천 집회의 '옹호자'라는 사람들 사이에 오간 비난들이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것에 실망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알바라면 양측에 비난이 오가게 유도해서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겁니다. 비판이 아닌 비난을 유도하는 알바들에게 속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