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보도본부 기자입니다

가자서 작성일 08.06.15 17: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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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보도본부 기자입니다-(펌글)

 

안녕하십니까, KBS 보도본부의 한 기잡니다.

요 며칠, KBS에 들어온 뒤 가장 부끄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KBS가 뭐가 대단하고 잘 났다고, 스스로 지키지도 못하는 KBS, 그냥 둬버릴 것을, 뭣하러 지키겠다고, 작은 '촛불'들이 모인 것을 보고, 정말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물나도록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아고라를 비롯한 여기저기서 KBS에 대해 많은 토론이 이뤄지는 줄로 압니다. 정연주 사장을 지키자는 주장이 많은 줄 압니다. 또 노조를 공격하는 분들이 상당수 계신 것도 압니다. 물론 반대의 주장도 적잖은 줄 압니다. 이 글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씁니다.

 

제가 KBS에 입사한 90년 대 중반, YS 정권은 KBS를 자신의 품에 넣기 위해 방송법 개악을 시도했습니다. 그 때 앞장서 싸워 저지한 것이 바로 KBS 노조입니다. 개인적으로 노조에 대한 믿음은 그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지금의 노조에 대해서는, 말씀 드리기 참 어렵습니다. 그만큼 회사 안의 사정이 복잡한 탓입니다.

 

그럼 당신의 입장은 뭐냐, 물으실 겁니다. 저는 이렇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KBS를 무력화시키고 정권의 시녀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순을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연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일정 세력의 목소리가 KBS 안에 있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집안 싸움을 할 때인가, 정말로 정연주 퇴진이 선결 과제라면, 노조는 그것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KBS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아고라의 여러분들을 포함한 국민들이 이해한다면, 정연주 퇴진이 먼저겠지요.

 

그러나 현재의 노조는 그 부분에 대해, 회사 안에서도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적잖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정연주 퇴진을 위해, 권력과 결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그렇다면 노조는 설명하고 납득시키라는 것입니다. 정연주 퇴진이 왜 공영 방송 사수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라는 점에 대한 근거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KBS를 장악하려는 권력과의 싸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KBS 내부가 복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의 '촛불'에 대해, KBS 안에는 아래의 글을 쓰신 분도 계십니다.

'촛불시위는 무엇이었나.
선동, 불만, 거짓, 과장, 파괴, 유희가 함께 만든 집단 놀음이다.
이 PD가 올린 사진의 사람들은
그 광기를 우리 회사로 끌어오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일 텐데,
정상인이라면 여기에 두려움과 분노를 느껴야 되지 않은가..
회사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이를 위해 마련해 놓은 절차와 시스템이 있을 텐데,
불법 시위를 몇 달이고 벌이던 사람을 끌어와서 해결해 보겠다고..?
우리 나라 사람 기질이 한쪽으로 잘 휩쓸리고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면이 많다고 한다면,
배울 만큼 배우고 알 만큼 알기에 KBS에 들어와서 녹을 먹고 사는 지식인의 한 사람이라면
그런 면의 위험성에 경계심을 가지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장과 같은 구호를 거리의 군중이 외친다고 무법적으로 이를 끌어들여서 해결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중차대한 사안이자 KBS인 모두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여러분이 지켜주시려 하는 KBS에는, 얼마나 되는지 계량화할 수 없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개개인이 자유로운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존중합니다. 단일한 사고를 강요할 수 없기에,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나 이게 KBS의 현실입니다. '촛불'의 시대 정신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KBS를 만들려는, 힘들지만 KBS 사람으로서의 숙명이기도 한 의무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고, 이를 위한 노력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KBS 내부 사정입니다.

 

아고라 여러분, KBS 노조만이 관심의 대상은 아닙니다. KBS 이사회를 잘 지켜봐 주십시오. 정권이 바뀐 뒤, 이사회 구성 비율이 5 대 4로, 한나라당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 정권에서 언론 개혁을 내걸었던 이사가, 어느 새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답니다. 또 한나라당 몫으로 들어온 어느 이사는, KBS 뉴스의 편집권에 시비를 걸면서, 보도본부장을 탄핵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특히 편집권에 대한 시비와 보도본장 탄핵은, 이사회가 가질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아닙니다. 며칠 뒤에는 이 문제를 놓고 이사회를 연다고 합니다. 정연주 사장 체제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던 KBS 이사회가, 이명박 정부 들어 공영 방송 사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KBS 보도본부 역시 복잡합니다. 젊다고 개혁적인 것도 아니지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입으로는 자성하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기자들도 있지만, 여전히 '촛불'을 개 닭 보듯 하는 이들도 없잖아 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KBS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개혁을 위한 움직임에 눈을 감거나 냉소하고, 심지어는 딴지를 거는, '현실파'들이 있어 왔습니다. 교묘하게 정치색을 감추고 있는 특정 세력도 있고, 거기에 부화뇌동하고 베팅하는 기자들도 소수지만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고라 여러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KBS 보도본부의 기자들이 진취적이고 전향적이지 않습니다. 대체로 엉덩이가 무겁고, 앞뒤를 계산하고, 행동은 느린 집단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고백컨대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촛불'이 저를 깨웠습니다. 또 움츠려 있던 기자들을 깨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도움이 더욱 절실합니다. 여러분의 '촛불'이 하나 둘 켜질 때, KBS 기자들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일어납니다. 50일 가까운 '촛불' 시위로 지쳐있는 여러분들에게, 무리한 부탁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말씀드리면, 울면서 업드려 호소하고 싶습니다. KBS를 위한 '촛불'을 조금만 더 켜 주십사, 읍소합니다.

 

며칠 안에, 보도본부 안에서 중요한 흐름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노조 위원장이 기자 선배라는 특수성과, 정연주 사장에 대한 호불호가 교차하면서 의견 결집이 안되고 나뉘었던 보도본부 기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정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가시적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반동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실망하시겠지만, 그것이 KBS의 수준이라면 거기에서 다시 모색해야겠지요. 또 아고라의 '촛불'이 비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KBS 주변에 여러분의 '촛불'를 켜주십시오. 본관과 신관을 둘러, '촛불'을 켜주십시오. 보도 위에 느슨하게라도 '촛불'로 띠를 만들어 주십시오. '촛불'을 불순 세력으로 보는 KBS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고, 망설이는 KBS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촛불'을 켜 주십시오.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여러분 손에 맡기는 못난 제안이, 정말 부끄럽지만, 여러분의 '촛불'이 지금으로선 공영 방송을 국민의 품에 지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입니다. 여러분의 '촛불'이 KBS 주변에 띠를 만들고 지키는 동안, KBS 안에서 한 개, 두 개의 '촛불'을 켜 나가겠습니다. 수 천 분씩 매일 오시기도 힘듭니다. 몇 백 분씩 오셔서, '촛불' 띠를 만들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만 주셔도, 큰 힘이 됩니다.

 

 

부록1 - KBS 이강택PD의 충격적인 폭탄선언...

  KBS 직원은 시민들을 향해 인사한 뒤 곧바로 뒤돌아섰다. 정문 앞에 나와 시민들을 지켜보던 이강택 KBS PD는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이 이렇게 KBS를 지켜주는 모습을 보니 고맙고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얼마나 허약했으면 시민들이 직접 지켜주겠다고 나섰는지…. 부끄럽다."   그는 이어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을 거론하는 것은 일제가 한일 합방을 하려고 하는 데 고종을 퇴임시키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언론의 주된 위협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오는 데 정연주 사장 퇴진을 부르짖는 이들이 실제로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정부는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대운하, 민영화 등을 형태와 수순, 시기를 바꿔가며 꼼수를 부리고 있는 데 이 과정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KBS"라면서 "그래서 오늘 보수단체 회원들이 KBS에 온 것이고, 시민들이 KBS를 지키기 위해 나온 것이다. 여기야 말로 가장 결정적인 대결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촛불을 든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저희들이 흡족하지 않고 오점도 많지만 지금 무너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분한 애정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록2 - [사설]이명박 정권의 집요한 ‘언론 싹쓸이’ 기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와 방송 장악 기도가 도를 넘었다. 방송사 사장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히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 유관단체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이들 ‘낙하산 인사’가 단순히 현 정권과의 가치 내지 코드 공유 정도를 넘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 등으로 활약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언론의 자율성과 중립성은 도외시한 채 언론을 정권 안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사례들을 열거해 보자. 정부 출범 한달 만에 이명박 선대위의 상임고문이던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됐다. 역시 선대위 방송특보를 맡았던 이몽룡 전 KBS 부산방송 총국장이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말에는 선대위 방송총괄본부장이던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이 뉴스 전문채널 YTN 사장에 내정됐다. 이달 초 특보 출신인 정국록 전 진주 MBC 사장이 아리랑TV 사장에 선임됐다. 이 밖에 방송특보 단장을 맡았던 양휘부 전 방송위 상임위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유력하게 거론된다. 방송전략실장을 맡았던 김인규 전 KBS 이사는 현 사장의 임기가 내년 11월까지인데도 벌써 후임 KBS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취임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의 경우 정부가 관례를 깨고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 참석을 막았다. 현재 이사장 후보로는 역시 언론특보였던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로써 확인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수입쇠고기 파동 등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언론장악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언론 관계는)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계산해서 할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이 생각이 바뀐 것인가. 하기야 촛불집회에 대해 “이런저런 세력이 자꾸 가세하면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수준을 보이는 그에게 언론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 자체가 헛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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