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트집, 825만건 기록 남긴 노 전 대통령의 멍에"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07.15 11:21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논란에 대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청와대 주장의 '10대 허구'를 지적했다.
양 전 비서관은 14일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또 다시 바보 노무현"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건국 이래 역대 대통령 기록물을 모두 합친 33만여 건보다 무려 25배가 많은 825만여 건의 참여정부 대통령 기록물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설명했다.
그는 "2007년 초부터 임기 마지막까지 청와대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업무로 홍역을 치렀다"면서 "5년 동안의 방대한 청와대 자료를 몇 분류로 나눠 기록물로 남기는 작업.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작업에 몇 달을 매달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분류가 허술하다고 하여 세부 분류작업을 다시 하기도 했다. 많은 비서관들과 행정관들이 몇날 며칠 밤을 샜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노 전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고 한 그는 "대통령은 재임 5년 내내 그 바쁜 와중에도 '기록물 마니아', '시스템 마니아'로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며 "이지원 시스템도 어찌 보면 정확한 기록을 위한 것이니, 대통령의 기록에 관한 집념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통령이 살아온 길이 그렇듯, 그는 사서 고생하는 분"이라며 "'바보 노무현'이란 애칭도 그래서 나온 것이지만, 이번 일도 예외는 아니다. 어찌 보면 다른 대통령들처럼 이관기록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사저로 가져가면 생기지도 않았을 문제인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그가 주도적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을 만들지 않았으면 더 간단한 문제인지도 모른다"면서 "쓴 웃음이 나는 건, 2006년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이 법안에 반대해 국회통과가 2007년으로 넘어갔고, 그로 인해 여러 준비와 논의가 늦어져 지금의 제도적 불비(不備)가 발생한 것인데도 그들이 이를 트집 잡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그러니 오늘의 시비 역시 '바보 노무현'의 원칙과 대의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국가기록원 이미 진본 가지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은 청와대 주장의 10대 허구를 지적했다. 먼저 "자료를 빼돌렸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건국 이래 역대 대통령 기록물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기록을 남긴 대통령이 자료를 빼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빼돌릴 것이었으면 애초 그런 고생을 해서 자료를 남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본을 가져갔고 사본을 기록원에 넘겼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국가기록원이 이미 진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드디스크를 빼서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라거나 "봉하마을에서 현 청와대 시스템을 들여다보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청와대와 현재 사저 시스템은 제조회사와 기종이 다르고 호환이 안 돼 불가능했다. 포클레인 부품을 가져다 자전거 부품에 쓰려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의 무지한 얘기다"라고 주장했다.
네 번째 "유령회사를 동원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유령이 아니라 실존 회사이며 봉하마을 이지원시스템 유지보수 담당업체다. 과거 청와대 시스템 관련사업에도 참여했다. 현 정부 청와대도 시스템 개편 때 이 회사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자신과 얘기 나눈 사람을 유령으로 매도한 셈이다"라고 반박했다.
다섯 번째 "열람은 되지만 소유는 안 된다"라는 주장에 대해 그는 "소유가 아닌 사본복사다. 이는 당시 법제처가 사본복사도 열람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밝혀 하게 된 일이다. 또 열람도 못하게 하면서 소유를 문제 삼는 건 주객전도다. 법이 정한 대로 열람시스템을 구축해 주면 풀릴 일이다. 주소가 바뀐 전 주인에게 우편물이 가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야박한 횡포다"고 반박했다.
여섯 번째 "기록원과 협의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그는 "작년 8월부터 협의했고 기록원은 열람시스템 구축의 예산상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와대측과도 협의했으며 협의 과정상의 청와대측 무례를 차마 공개하기 어렵다. 요청한 지가 벌써 몇 달째인데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다가 느닷없이 언론플레이로 뒤통수 쳤다"라고 청와대를 비난했다.
다음으로 "온라인 열람은 보안상 문제소지가 있으니 성남 기록관에 직접 와서 보라"는 주장에 대해 그는 "전직 대통령에게 동사무소 서비스만도 못한 불친절을 강요한다. 국가원수를 지낸 분에게 보안문제를 거론한다면 국가정체성 불신이자 나라 체면 문제"라고 주장했다.
여덟 번째 "정치활동 재개목적"이란 주장에 대해 그는 "오리농법, 장군차 재배, 하천 생태계 복원 등을 정치활동으로 보는 나라는 없다. 설사 계획이 있다 해도 청와대가 무슨 자격으로 법이 보장한 기록물 열람을 차단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연계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아홉 번째 "없앨 건 없애라고 지시한 동영상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양 전 비서관은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개인적 자료나 초안수준의 자료 등 가치가 없는 것은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 무슨 중대 기밀문서 파기를 지시한 것처럼 하지 말고 발언 전문을 공개하면 될 일이다. 전임 대통령 기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이버 상왕 노릇', '인사기록을 가져가는 바람에 인사가 실패했다', '1년 전부터 사본 유출 준비' 등의 주장은 일일이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밝혔다.
▲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서고 있다.
ⓒ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기록물과 시스템에 대해 무지한 청와대의 무례"
양 전 비서관은 "최근 시비의 본질은 기록물과 시스템에 대해 무지한 청와대의 무례하고 무분별한 정치공격이라는 점"이라며 "이 문제 해결책은 법이 보장한 대로 전직 대통령에게 열람권을 허용하면 될 문제다. 법이 정한 열람권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불법 운운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 불행 중 하나는 전직 대통령 문화가 없다는 점"이라며 "고향에 내려가 농사짓고 소박하게 사는 전직 대통령에게 수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정파의 문제, 정치세력 간의 유불리로 해석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글 마지막에서 그는 "한국사회에서 전직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 그것이 멍에인지 명예인지 잘 모르겠다"며 "어떤 분은 멍에를 명예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명예조차 멍에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신을 역사 앞에 맡긴 채 우공이산의 길을 묵묵히 가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