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암 촘스키 미국 메사추세스공과대학 언어학과 교수는 일찌감치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촘스키는 그의 저서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 "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부문을 민간기업과 다국적 자본에 팔아넘기려는 속임수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약간 지나친 비난 같지만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진짜 의도가 무엇인가 파고들면 촘스키의 경고가 결코 감정적인 비난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경계한 듯 민영화 대신 선진화라는 말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정확히 같다.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공공부문을 시장에 떠넘기고 그 지분 참여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것. 그 과정에서 공적 독점이 사적 독점으로 바뀌고 공적 역할이 크게 축소될 우려도 있다. 방만한 조직을 정리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을 늘린다지만 그 효율성이 공공성과 배치되고 그 수익이 공공부문으로 환류되지 않는다면 민영화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11일 밝힌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민영화 계획이 특히 눈길을 끈다. 보수경제지들은 우량 공기업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그나마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민영화 대상 공기업들 가운데 가장 경영실적이 좋고 경영효율성도 높다. 정부는 외국공항 운영기업과 전략적 제휴(15%)를 포함해 49%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세계 수준의 허브공항으로 육성한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는데 그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성이 문제가 되는가. 인천공항공사는 2004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이 47.4%에 이르는 우량기업이 됐다. 지난해에는 매출 9714억원에 영업이익이 4606억원, 당기순이익이 2701억원이었다. 민영화를 하면 수익성이 더 개선될까.
방만한 경영이 문제 되는가. 인천공항공사는 전체 인력의 87%에 이르는 6천여명을 38개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이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869명 밖에 안 된다. 과연 민영화로 조직을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경쟁구도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인천공항공사는 국제공항협회 서비스 평가에서 3년 연속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꼽힌 바 있다. 항행안전시설 만족도평가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환승률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과연 민영화가 경쟁력을 이보다 더 높일 수 있을까.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법인세 782억원, 배당금 362억원, 모두 1144억원을 정부에 안겨줬다. 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수익은 갈수록 불어날 전망이다. 이런 알짜배기 공기업을 정부는 왜 민간에 넘기려는 것일까. 기획재정부는 "세계 수준의 허브공항으로 육성한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향후 민영화의 타당성을 묻는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정부의 민영화 계획과 관련, "막대한 시설 투자를 끝내고 이제 막 이익을 내고 있는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장기욱 사무처장은 "수익이 나는 기업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면서 "자본금 3조5523억원짜리 기업을 민간에 넘길 때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이 재벌이나 해외 투기자본 말고 어딨겠느냐"고 반문했다.
보잉747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한 대 착륙할 때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45만7천원을 받는다. 이는 일본 간사이공항(688만원)이나 나리타공항(691만원)보다 훨씬 싸다.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일본 공항 보다 인천공항은 훨씬 건설비용이 적게 들었고 그만큼 동아시아 지역 허브 공항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홍콩 첵랍콕공항(310만원)보다는 조금 비싸고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408만원)보다는 싸다.
여객 이용료는 약간 비싼 편이다. 인천공항이 2만8천원인 반면, 간사이공항과 나리타공항은 각각 2만2천원과 1만7천원씩이다. 첵랍콕공항은 1만8천원, 푸동공항은 1만2천원씩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9734원으로 훨씬 싸다. 주변 나라들과 비교하면 항공사에는 확실히 싼 편이고 이용객들에게는 비싼 편이다.
노조에 따르면 공항 사용료는 항공사 부담분을 포함, 홍콩 첵랍콕공항이 인천공항의 1.2배, 호주 시드니공항은 3.3배, 영국 히드로공항은 4.7배나 된다. 히드로공항은 이용객 한 사람이 무려 13만2천원을 부담해야 한다.
노조 장기욱 처장은 "인천공항의 경우 공항 이용료 2만8천원가운데 1만원이 관광진흥기금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 들어가고 1천원은 국제 빈곤퇴치기금으로 외교부로 들어가고, 나머지 1만7천원이 공항의 수익"이라면서 "만약 민간 기업이 운영을 맡게 되면 그때도 이처럼 공익성을 담보하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미 민영화된 해외 공항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민영화는 결국 민간 자본의 배만 불리고 국민들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히드로공항의 경우 항공 컨설팅 기관 스카이트랙스가 발표하는 '올해의 항공사와 공항' 순위가 민영화 이후 45위에서 103위로 추락했다. 올해 3월에는 수화물 관리 시스템이 멈춰 공항 전체가 마비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주의 시드니공항은 2006년과 2007년 주차료로만 600억원의 수입을 챙겼다. 연간 주차비가 1700만원에 이를 정도였다. 그리스 아테네 공항은 민영화 이후 시설 사용료가 무려 5배나 치솟았다.
한편 이와 관련,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12일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강만수 장관이 인천공항의 지분 49%를 팔고 호주 맥쿼리공항과 합작을 연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언급해 관심을 모은다. 박 의원은 "맥쿼리공항은 공항주차료를 올리고 무료 셔틀버스를 유료화해 수익을 내는 곳"이라며 "호주의 공항 경영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경우 당연히 주차료도 올리고 무료 셔틀버스도 유료화할 것을 주장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서겠지만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와 관련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곳은 경향신문 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13일 22면에 "2천억 순익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왜?"라는 기사에서 "세계 톱텐 공항 가운데 상위 5곳은 모두 정부에서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면서 "영국과 호주 등의 민영화 공항은 높은 이용료를 통한 이윤 확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서비스 만족도 상위 공항들이 모두 정부 100% 소유라고 해서 그게 민영화 반대 논리가 될 수는 없다. 이 경우는 정부 소유라서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기 보다는 대부분 공항이 정부 소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적절하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만큼 이에 맞서려면 민영화 이후 요금이 오른다는 것 이상으로 좀 더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의 경우는 시장원리로 풀 수 없는 공항의 공적역할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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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간격 조정 않되나요 ㅡㅡ 니미랄....
그나저나 이놈의 선진화 계획은 또 사고치네요. 아 진짜 머리속에 뭐가 들은건지 궁금하다.... 좆고딩이 해도 이거보단 잘하겠다....
인천공항 민영화할 시간에 사장이나 바꿔라. 툭하면 사고치더니 세상에 뭔 아웃소싱 비율이 저따위로 높냐.... 누가보면 외국계나 예수계 기업인줄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