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난기류)환율 주도권 뺏겼다..당국 `사면초가`
이데일리 | 기사입력 2008.08.22 18:22
[이데일리 박상희기자] 올해 고점이었던 1057원이 뚫리자 일각에서는 당국의 환율 방어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도시락 폭탄`개입 이후 환율이 1060원을 향해 치솟는데도 당국이 그저 바라만 본 탓이 크다. 장 막판까지 `알박기`개입도 포착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와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한 거센 비난 등에 둘러싸인 당국이 더 이상 환율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 "글로벌 금융환경의 변화..높아진 달러경색 우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환율 상승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환경의 변화를 지목했다.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된데다 미 금융기업들의 손실 전망으로 금융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랠리를 지속하던 글로벌 달러화는 최근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120달러대로 올라오면서 반등 가능성을 높였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미국 IB들의 파산 가능성 등 달러 경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9월 위기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방어를 목적으로 총알을 소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국이 나서도 이제는 안 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며 "지정학적 우려가 불거지면 유가가 금방이라도 130달러대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거센 외환보유고 감소 비난..개입해도 효과없다"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한 비난이 커지는 것도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제어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속적인 매도 개입으로 7월말 외환보유액이 전년에 비해 146억달러 가량 줄어들었고, 올해 10대 외환보유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외환보유고로 쏠리고 있다.
또한 개입 효과가 점점 없어진다는 점도 당국의 무리한 개입을 저지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날 당국은 점심시간에 한일 야구전 중계 시간을 이용해 레벨 밀어내기를 시도했지만, 달러매도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오히려 매수심리를 자극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점심시간에 한일전까지 이용했는데도 환율 제어가 안된 것 같다"며 "기존의 개입규모나 강도에 시장은 이미 만성이 된 것 같은데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당국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국의 대규모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국이 가장 효과적으로 개입할 시기를 탐색하고 있는 것.
다른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국이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보다 위쪽 레벨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가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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