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비등하다.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비상대책마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고, 이명박 대통령(사진 왼쪽)이 시정연설에서 “외환위기는 절대 없다”고 확언했지만 전날에 이어 28일에도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 육박했다.
강만수 장관은 시장의 ‘공적’이 된 지 오래다. 국제 금융위기에 대한 느슨한 대응, 정책 실기, 잦은 실언과 타 부처와 엇박자가 거듭되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로이터 통신은 26일(현지시간) ‘한국 재정부 장관이 원화 하락과 싸우고 있으나 악화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리·만(이명박·강만수) 브라더스’를 거론하며 강만수 경제팀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 한국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2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연이은 대책을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아노미 상태로 치닫고 있다”며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정작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연말을 전후해 개각이 있으면 모를까 당장 강 장관 교체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강 장관 경질 불가를 고집하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과 ‘백약이 무효’인 악순환 고리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강만수 지키기’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내놓는다. 우선 출발점은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금융위기가 국내 문제보다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강 장관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대통령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얼마 전 지인들을 만나 “금융위기의 근원인 미국에서도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안 자르는데 왜 우리가 잘라야 하느냐”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는 ‘강만수=이명박’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도 이유로 앞세우고 있다. 강 장관을 내보내면 “턱밑까지 차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가 심화되는 한편 ‘MB 경제’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는 결국 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이 대통령이 시장의 신뢰보다 강 장관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경제나 시장보다 사적 인연을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