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됐다울며 호소하는 여고생 외면한 택시기사

71번 작성일 08.11.08 17: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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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납치' 호소하는 여고생 외면한 택시기사 비난


[세계일보] 2008년 11월 07일(금) 오후 04:45 가  가| 이메일| 프린트  


“납치됐어요. 제발 내려주세요”라고 울면서 절규하는 여고생의 다급한 목소리를 외면한 택시기사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대입 수시합격생인 정모(18)·최모(18)양 등 여고 3학년 2명은 지난 3일 오후 10시5분쯤 부산 서구 암남동 송도해수욕장 인근 기산비치상가 앞 버스정류장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귀가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 “휴대전화 좀 빌리자”며 접근한 김모(17·중2 중퇴생)군 등 10대 남녀 6명에게 둘러싸였다.

휴대폰을 빌린 김군이 전화기를 들고 상가 안으로 들어간 뒤 정양 등이 황급히 뒤따라 들어가자 김군 일행은 여고생들을 에워싸고 차비를 요구했고, 정양 가방을 뒤져 은행 통장을 찾아냈다.

최양을 돌려보낸 김군 등은 통장 소지자인 정양과 함께 택시 2대에 나눠타고 부산 사하구 괴정2동 K초등학교로 향했다.

정양은 택시 안에서 “제발 내려주세요. 돈은 다 줄 테니까 살려달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으나 택시기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송도에서 5㎞ 정도 떨어진 괴정동에 승객을 내린 뒤 사라졌다. 정양이 탔던 모 회사 택시 기사는 경찰에 납치 용의자 신고도 하지 않았다.

남자 2명, 여자 4명으로 구성된 10대 납치범들은 정양을 K초등학교 내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간 뒤 “통장 비밀번호를 대라”며 얼굴 등을 수십 차례 폭행하고 현금 10만원을 인출했다.

김군 등 남자 2명은 “가슴 좀 보자”며 정양 젖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도 했다. 눈이 부어오르고 얼굴과 온몸에 피멍이 든 정양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모 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풀려난 최양으로부터 납치신고를 받은 경찰은 납치범이 정양 휴대전화를 이용, 친구에게 남긴 문자메시지를 위치 추적해 납치 다음날인 지난 4일 오전 2시30분쯤 K초등학교에서 300여m 떨어진 괴정사거리 K은행 괴정지점 CD기 앞에서 김군 일행을 붙잡았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김군을 인질강도 혐의로 7일 구속하고 이모(16·)양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군 등은 모두 초등·중학교를 중퇴한 뒤 지난해 1월 서구 대신동 대신공원 등에서 만나 어울리기 시작했으며, 지난달에도 PC방 등에서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일명 삥치기수법으로 현금 10여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 등은 경찰서에서 피해자 부모가 “왜 그랬느냐?”고 물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등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부산 서부서 김재열 형사5팀장은 “납치된 정양이 택시 안에서 울면서 ‘내려달라’고 말하는 등 납치정황을 충분히 인지했을텐데 봉변이 두려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만약 피해자가 자기 딸이었다면 그냥 있었겠느냐, 우리 기성세대가 더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질타했다.

김 팀장은 이어 “피의자 6명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한 명도 경찰서에 찾아오지 않았다”며 “피의자들의 가방을 조사한 결과 양말과 속옷, 세면도구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찜질방, PC방 등에서 자는 것 같은데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자녀를 보살펴도 청소년들이 이렇게까지 겉돌지는 않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납치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문제의 법인택시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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