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한반도 대운하’ 왜 불지피나
2008년 12월 5일(금) 오후 7:24 [세계일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논란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14조원의 4대강 수질개선 사업 예산을 책정하면서 시작됐다.
대운하 추진을 뒷받침하는 여권 외곽조직이 발기인 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의 여권 움직임도 야당을 자극했다. 민주당은 “여권이 경제난을 틈타 대운하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운하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자유선진당도 대운하 사업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부는 “대운하 재추진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논란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이만의 환경장관은 지난 4일 “운하 문제는 언젠가는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고, 앞서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물길을 잇자고 하면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두 대운하 재추진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오해를 사도 할 말이 없는 발언들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여론떠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여권이 대운하 사업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대통령 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5일 “이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부 반대여론이 그렇다고 대못을 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한반도 대운하 추진 당위성을 공공연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4대강 치수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라고 말해 대운하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또 이 의원은 “내년 일정한 시기에 들어가면 여론을 살펴보고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면 당장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와 상당한 경기부양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에 여권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여권이 이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많이 희석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하려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한데 대운하 사업만큼 효과가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여권개편론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논란이 이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여권 진용을 개편해서 대운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한 해가 한반도 대운하 등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유일한 해이기 때문에 당과 정부, 청와대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며 “그에 필요한 여권 체제개편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권 내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전천실 선임기자 chun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