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진중권의 차이 [아고라 불휘깊은나무님 글]
진보진영 양대 논객 유시민과 진중권의 힘이 느껴지는 400회 특집 100분 토론이었다. 닮은 듯 많이 다른 두사람에 대해 짧게 생각해 본다.
진중권은 연예계에서도 통한다. 무슨 말이든 막힘 없이 뻥뻥 터진다. 발음도 정확하고 속도도 빠르고 나경원 정도가 앙앙 거리는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이 씹어 버리는, 이른바 방송을 안다. 어찌 시청자들이 진중권에게 환호하지 않으랴? 속이 다 시원하다. 먹먹한 가슴에 까스명수를 부어준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또 한명의 거성, 유시민이 있다. 유시민은 논리적이다. 그러나 진중권만큼 빵빵 터지지 않는다. 진중권에 비하면 다소 나른하다. 좀 더 시원하게 해줬으면..약간의 갈증이 남는다.
그러나 정치를 하려면 유시민 처럼 해야 한다. 유시민이 내공이 덜 깊어 잔잔한 것이 아니다. 그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진중권처럼 평론만 하고 책임은 안져도 되는 자유인이 아니란 말이다. 그는 그냥 정치인도 아니고 책임질 줄 아는 진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와 가장 가까운 말은 타협이다. 좋으나 싫으나 상대가 있는 싸움. 자신의 이념의 깃발을 들고 줄기차게 주장하되, 치열하게 협상하되, 결국은 상대와 타협을 통해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박근혜에게 머리를 숙였다. 유시민은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좋은 복지정책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사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민노당과 진중권은 배알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노무현의 충복이라며 유시민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유시민이 왜 시궁창에 대고 머리를 숙였는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이것이 유시민의 힘이고 진중권과의 차이점이다.
자신의 이념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무리 거지같은 상대라 할지라도 국민이 그 쥐새끼를 청와대로 모셔 놓으면 조용히 인정하고 진심으로 자숙할 줄 아는 이시대의 거인이다. 이것이 논객 진중권과 정치인 유시민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