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우리나라 교육계는 학교장 두 명의 엇갈린 운명을 보며 ‘반동의 시대’를 또 다시 경험한다.
지난해 충주 모 중학교 재직당시 여교사를 성희롱한 혐의로 1개월 정직 처분과 함께 7백만 원 손해배상판결까지 받은 한 교장. 이 ‘성희롱’ 교장은 다른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았다가 학생과 학부모의 등교거부투쟁 등으로 결국 그 학교에서도 더 이상 재직할 수 없게 되자, 충북도교육청은 본청직속기관 교육연구관으로 발령을 냈다. 교육연구관은 쉽게 ‘장학관’으로 이해하면 된다.
충북지역의 ‘성희롱’ 교장 파면 결의대회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15일, 지난해 10월 전국단위 학력평가(일제고사) 대신 현장 체험학습을 허용한 김인봉 전북 장수중학교 교장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김인봉 교장은 지난해 10월 실시한 일제고사 때 학생 8명이 신청한 현장 체험학습을 승인했다. 김인봉 교장은 앞으로 3개월 동안 교장 신분을 유지하지만 직무는 수행할 수 없고, 같은 기간 급여도 3분의 1만 받게 된다.
전북지역 30여개 단체로 이뤄진 ‘사회공공성 공교육 강화 전북 네트워크’는 성명을 내 “학교장 재량으로 현장체험 학습을 승인한 교장을 중징계한 것은 명백한 교권 침해이자 학교 자율성 유린 행위”라고 도교육청 결정을 비판했다.
전북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
냉정하고 상식적으로 접근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지난 해 ‘지하철 안에서 짧은 치마 입은 젊은 여성의 다리 위를 카메라로 훑다’가 들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경기도의 어느 교장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2개월의 정직을 당했다. 소위 ‘몰카교장사건’이 그것인데, 그 교장도 나름 억울하겠다. 그 교장은 여성의 아름다운 다리를 ‘촬영’한 죄 밖에 없다고 억지주장을 펼치며, 정직 2개월을 받았는데, 어찌 여선생을 성희롱한 충북의 교장은 정직 1개월, 그것도 방학 때 정직당하고, 곧장 다른 지역의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났다가, 그 곳에서도 계속 시끄러우니까, 본청 연구관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며 항의할 만하다. 비록 ‘도찐개찐’일지라도 형평성 운운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법에 주어진 학교장의 재량권을 행사하고서도 정직3개월을 받은 김인봉 교장은 성희롱교장 몰카교장 보다 더한 중징계다. 김 교장은 지난 해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수능 결시생이 2만 9000명이고 전북지역 고입시험에서 100명 넘게 시험을 보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그 학생의 담임과 교장을 징계한 사례가 있느냐? 왜 일제고사만 응시여부에 따라 징계하나? 납득할 수 없다”고 소신을 밝힌다.
그는 일제고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단 1%의 반대도 허용하지 않았던, 100%의 찬성을 강요받았던 유신헌법으로 되돌아 간 기분이다...총칼로 유지되던 유신헌법이 국민의 저항에 무너졌듯이, 징계로 간신히 유지되는 일제고사도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에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막힌 사건이 어디 이런 일만 있겠는가. 하지만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구속의 정당성(자기도 말 안되는 주장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만...)을 주장하는 검찰과 법원의 몹쓸 행태만큼이나 충청도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이 내린 조치도 ‘반동의 시대’에 ‘시대의 반동’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