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차린 밥상에 밥숟가락만 올려놓으려는 사람들

cry4you 작성일 09.02.18 17: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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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국제경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뛰어난 성적에 못지않은 겸손한 태도, 스타성을 지닌 스포츠선수로서의 끼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후배양성을 위한 노력,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하는 기부문화전파 등의 활동을 벌이며 연일 화제이다. 용산참사, 강호순의 연쇄살인, 검찰의 편파수사 등 어수선하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소식만 전해지다 김연아는 국민들에게 마치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사회의 각계각층에서는 김연아의 이름 석 자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지금의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기의 이익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실제로 다음의 보도기사 중 12월11일 0시부터 22시까지 약 22시간동안 김연아에 대해서 언급한 기사는 140여 개나 된다. 그 내용도 참 가관이다. 피겨선수로서의 김연아에 대한 기사보다도 가십거리 혹은 김연아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는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 혹은 기관에 대한 기사가 읽는 사람을 당황케 하고 있다.

 

 

1. 정치권에서의 김연아 이용.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타는 흑백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려놓고 “김연아선수의 우승을 한 소식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듯이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의 몸과 마음도 이젠 활짝 펴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라며...”라고 글을 썼다. 또한 한나라당의 공성진 의원은 9일 최고위원회에서 “김연아선수가 우승을 하며 모처럼만에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었다”, “2월에 통과시키려는 법이 김연아선수가 캐나다 코치를 영입하여 실력이 업그레이드 된 것처럼 벽을 허물로 시너지를 내는 법안"이라며 제2,3의 김연아를 위해서라도 이 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소위 국민들의 대표라고 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과 생각이다. 지금 김연아가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에 대해 정치인들은 김연아에 대해 입도 뻥긋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에 환멸감을 느끼고 실망감이 최고조에 다다를 때면 국위선양을 하는 운동선수를 보며 위로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역할은 국회의원과 정치권에서 해야 하는 몫이다. 국민들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고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이 발의되고 실현될 때 국민들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어야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발상은 이제 이상주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들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김연아의 인기에 묻어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용까지 한다. 김연아의 외국인 코치 영입과 한나라당에서 통과시키고자하는 법안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김연아의 외국인 코치 영입은 브라이언 오서코치와 김연아의 호흡이 잘 맞는 것도 있겠지만 국내의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 이루어진 것이다. 왜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김연아는 벽을 허물고 캐나다 코치를 영입하여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었다”, “한나라당의 2월 법안은 벽을 허물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고로 한나라당의 법안은 통과되어야한다”는 식의 코미디같은 결말이 나올 수 있는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김연아에게 엎드려 절하지는 못할망정 이 기회를 틈 타 이용하려는 속셈이 너무 뻔하여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2. 연예계도 빠질 수 없다(빅토리 콘서트).

 

김연아의 상품가치가 최고를 달리는 지금 발 빠른 연예계에서도 역시 이를 놓치지 않았다. 벌써부터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대회와 WBC에서 대한민국 야구선수단을 응원한다는 <선전기원 빅토리콘서트>가 3월21일 LA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공연의 관계자는 “뜨거운 무대로 김연아와 야구대표팀을 응원할 것” 이라며 “가장 많은 해외교포가 거주하는 LA에서 개최되는 대형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조직적 응원을 펼칠 것이고 응원에 흥을 내도록 톱 가수들의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콘서트가 열린다는 3월 21일은 김연아가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의 하루 전 날이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동계올림픽을 제외하고 피겨경기에 있어서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이다.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지난 2년 동안 부상, 편파판정에 시달리면서도 값진 동메달을 따내며 김연아의 실력을 당당히 세계에 입증한 대회이다. 그리고 김연아는 이번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 맞추어 컨디션을 조절해왔고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것을 인터뷰에서 누누이 밝혀왔다. 그만큼 김연아 스스로도 의미를 크게 두고 있는 대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과 연예계에서는 이런 김연아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부담을 주며 압박을 하고 있다. 날짜가 가깝다는 이유로 김연아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며 김연아를 응원하기 위한 콘서트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또한 콘서트의 이름도 유치하기 그지없게도 빅토리란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에 출전한 김연아의 모습을 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김연아가 얼마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지 잘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나온 세계의 탑 스케이터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우리 같은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런데 콘서트를 홍보해야겠다는 한 가지 목표로 김연아에게 다시 한 번 부담을 주고 있다. 물론 야구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김연아를 굳이 넣지 않아도, 오히려 김연아와 관계되면 김연아에게 불편을 끼칠 것임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김연아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주최 측의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정말 멍청하게 김연아를 이용해서 홍보하려는 수단인가? 아니면 김연아를 이용해 비판을 받아 한 번이라도 더 콘서트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려는 저차원적인 노이즈 마케팅인가?

 

3. 김연아가 차려준 밥상도 엎어버리는 대한빙상연맹

 

대한빙상연맹의 한 관계자라는 사람이 인터뷰한 기사에서 “김연아로 인한 피겨의 인기로 국민들이 쇼트트랙에 무관심한 것 같아 섭섭하다”는 글을 읽고 한심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간 보여준 대한빙상연맹의 태도는 비판할 것이 수 없이 많지만 먼저 이 발언만으로도 비판을 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첫째는 쇼트트랙의 무관심을 김연아의 탓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김연아의 인기 때문에 국민들이 쇼트트랙에 무관심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쇼트트랙의 중계권을 가져가 방송사에서 쇼트트랙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은 것이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언론과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은 쇼트트랙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 지기 쉽다. 결코 피겨의 인기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흑백논리도 이런 흑백논리가 없다. 이들의 사고대로라면 피겨의 인기가 올라가면 쇼트트랙의 인기는 내려가고, 피겨의 인기가 내려가면 쇼트트랙의 인기는 올라가는 것인가?

 

둘째는 바로 섭섭하다는 발언이다. 대한빙상연맹은 피겨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총 세 종목을 관장한다. 우리나라 쇼트트랙선수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현재까지도 쇼트트랙은 세계에서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으니 쇼트트랙에 대한 지원이 많고 연맹으로서는 관심을 쇼트트랙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와중에 김연아라는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피겨천재가 척박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와 활약을 하고 있다. 만약 제대로 된 연맹이었다면 김연아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피겨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선수를 육성하고 질 좋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이 빙상연맹의 역할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상식이다. 하지만 빙상연맹의 태도는 어떠한가? 그들의 속이야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행태만 보면 김연아의 활약을 달가워하는 눈치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피겨의 인기가 가라앉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 같기도 하다. 이것이야말로 김연아가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숟가락 놓기만을 기다리는데, 이 성의를 무시하고 정성들여 놓은 상을 걷어 차버리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출처 : 아고라 블루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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