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환 추기경 생존 당시 자신들의 ‘인민재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던 좌익 언론이 김 추기경의 선종 이후에는 고인을 애도하고 칭송하는 논조로 일관해 눈길을 끈다.
<한겨레신문>은 고인의 선종 직후인 16일 저녁 <민주주의·인권 위해 싸웠던 ‘우리시대의 목자’>라는 제목의 기사로 고인을 칭송했다.
신문은 “한국 현대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 지도자라는 수식어만으로 아우르기가 불가능하다”며 “그는 가톨릭을 넘어 많은 국민에게 정신적 지주였고, 1970~80년대 폭압의 시대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한 행동하는 지성이었으며, 늘 낮은 땅에서 어려운 이들과 함께한 이웃이었다”고 그를 추모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당시 한겨레는 공격적인 어조로 김수환 추기경을 맹공격한 바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던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김 추기경도 반대 의사를 밝힌 2004년 12월, 한겨레는 “남북화해시대를 거스른 김 추기경의 발언은 김 추기경 개인과 한국 천주교의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이 되었다”는 자의적인 기사로 김 추기경을 공격했다.
2006년 6월 7일에도 한겨레는 “가톨릭은 2000년대 들어 김수환 추기경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등 연이은 극우 보수적 발언과 신자들의 급격한 중산층 보수화로 진보의 과실만 독차지한 채 70년대 이전의 종교의 모습으로 회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자의적 논리로 김 추기경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대다수 국민이 주장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극우 보수적 발언’으로 매도한 것이다.
故 김 추기경은 최후의 순간 국민들에게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평생 못 가진 자들을 돕고 민주화에도 헌신했던 고인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과 유사한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말년에 좌익들로부터 박해를 당했다.
그는 자신들을 박해한 자들마저도 용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용서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