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참가자에 대한 가산점 문제, 학력평가에 대한 채점 문제와 도덕 교과서 없이 인권수업을 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 신동혁(파면·국어) 교사와 윤상욱(해임·도덕) 교사가 지난 21일 자신들이 재직했던 달구벌고등학교에서 자신들이 가르치던 학생들과 함께 마지막 졸업식을 가졌다.
여느 졸업식 같으면 기뻐해야 하고 축하해 주어야 마땅한데 이날 학생들은 자신들을 가르쳤던 교사들이 징계를 받아 졸업식에 떳떳하게 서지 못한 것에 못내 아쉬웠던지 학교 행사와는 달리 자신들의 방식으로 두 교사를 반기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졸업식에 함께 못한 두 선생님
▲ 한 졸업생은 졸업장 받기를 거부한 채 도리어 자신을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대신 절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 김용한 꿈꾸지 않으면 ▲ 한 졸업생이 학교로부터 주는 졸업장 받기를 거부하고 있는 광경. ⓒ 김용한 달구벌고
두 교사의 복직을 희망하는 졸업생들과 '신동혁 윤상욱 선생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졸업식 행사에 앞서 학교 기숙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두 교사를 즉각 복직시키고 대안교육 철학을 정직하게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졸업식은 1부 아름다운 추억(영상시청)과 후배들의 축하공연, 2부 졸업식 예배, 3부 졸업증서 수여 및 축하시상 등으로 이어졌다.
몇몇 학생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항의의 뜻으로 한 손에 국화를 들고 검은 양복을 입었다. 백준기, 김누리 등 7명의 졸업생들은 학교가 주는 졸업장을 거부했다. 또 2명의 학생도 자신들을 가르쳐 준 교사들에게 졸업장을 반납하며 "다시 두 명의 교사가 학교로 복귀하는 날 찾아갈 것"이라고 말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광경 신·윤샘의 복직을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광경. ⓒ 한유미 달구벌고 ▲ 졸업장 반납하고 있는 백준기 학생 선생님들의 구명활동의 수단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힘들게 따낸 졸업장을 받기를 거부했다. ⓒ 김용한 달구벌고
정진솔 학생의 재학생 송사가 이어질 때는 졸업식장에 참석한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숙연해졌고 이번 사태를 안쓰러워했다.
"기뻐해야 할 졸업식이 왜 이리도 절망스러울까요?"라며 말문을 연 정진솔 총학생회장은 "이 달구벌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암담합니다. 앞으로 이 달구벌이 얼마나 더 많은 선생님을 떠나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 손에는 국화꽃 들고 검은 양복 입은 졸업생들
▲ 졸업생들이 준비해 준 감사패 ⓒ 김용한 달구벌고
졸업생 대표로 답사에 나섰던 장효원 학생도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의 항의를 선동과 세뇌에 의한 것처럼 폄하하고 있고, 그리고 그들이 말해오던 달구벌의 정체성이란 기준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해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백준기 학생을 시작으로 한 졸업생 7명의 학생들은 "두 분 선생님을 내치신 그 손에서는 아무 것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졸업장 받기를 거부했다.
'신·윤샘 징계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백준기 학생대책위원장(졸업생)은 "어른들의 잣대로 두 분 선생님을 평가하고 징계한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항의 차원에서 졸업장 받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장 받기를 반납했던 신재은 졸업생도 "두 분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학교를 저희 모교로 인정할 수 없기에 졸업장을 반납한 것이며, 징계당한 선생님들이 촛불에 대해 말한 것은 당시 사회적 이슈였는데 그렇게까지 과한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로부터 가장 명예로운 상인 달구벌인상을 반납했던 우남규 졸업생도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생긴 앙금을 갖고 이렇게 무리한 징계를 내린 것으로 부당하다고 보기에 상을 반납한 것"이라고 말했다.
▲ 눈물의 송사를 읽어가고 있는 학생회 대표 정진솔. ⓒ 김용한 정진솔
두 명의 징계 교사들도 나란히 학생들 틈새에 앉아 있었지만 졸업장마저 기쁘게 받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해야 했다. 졸업생들은 식이 끝난 직후 두 명의 선생님에게 자신들이 만든 감사패를 전달하는 것으로 교사의 마음을 위로했다.
'달구벌고등학교 신/윤선생님 징계철회를 위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백창욱 위원장은 "학교의 교사 징계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려내기 위한 여론 활동과 학부모들의 힘을 모으기 위한 탄원서 작성, 법적인 절차에 따른 지원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졸업생들은 두 명의 교사에게 자신들이 손수 만든 감사패를 전달했다. ⓒ 김용한 달구벌고 ▲ 미안한 마음에 감췄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신동철 교사와 고개 숙인 윤상욱 교사 ⓒ 김용한 꿈꾸지 않으면
졸업생들과 나란히 앉은 교사들 "꼭 돌아가겠다"
자녀를 서울에서 달구벌고등학교로 보낸 한 학부모는 "대안학교라는 곳이 이렇게 보수적이며 앞뒤가 꽉 막힐 정도로 답답한 행정을 하는지 처음 알았다"고 하소연하면서 "두 명의 교사들의 구명활동에 학부모들의 힘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졸업식을 끝까지 지켜본 두 명의 교사들은 :반드시 학생들이 요구한 것처럼 학교로 돌아가겠습니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반면, 학교관계자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과 두 교사의 징계는 다른 것인데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나 교사들의 징계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내려진 것이기에 소청심사가 날 때까지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 졸업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두명의 교사들 ⓒ 김용한 꿈꾸지 않으면
신동혁 교사는 촛불시위 참여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 학력평가(소위 일제고사)에서 시험치기를 거부한 몇몇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배부하지 않은 것과 주관식 임의 채점, 근무지시 불이행 등의 이유로 파면을 당한 상태다. 또 윤상욱 교사는 국민공통 기본과정인 도덕수업의 교과과정준수 의무 사항을 미준수하였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해임을 받은 상태에서 교원소청심사를 준비 중이다.
달구벌고등학교는 대구 경북의 유일한 대안학교로 2004년 3월 5일 개교한 이래 올해로 3회 졸업생(35명)을 배출했다. 달구벌고등학교는 2007년 5·18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10일 동안 대구에서 광주까지 약 243km를 국토순례를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출처 : 검은옷 입은 학생들 "졸업장 반납합니다" - 오마이뉴스
장난삼아 고담대구 고담대구 했었는데 앞으론 그러지 못하겠군요.
대안학교라는 사회적으로 색안경을낀고 바라봐 질 수 있는 아이들이
유수의 명문 외고, 과학고를 나온 아이들보다 훨씬 반듯하게 자랏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군요.
저런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 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