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와 KBS 아나운서의 차이는

가자서 작성일 09.02.27 1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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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나운서와 KBS 아나운서의 차이는2009/02/26 19:03 유창선(시사평론가)

 

 

최근 며칠 시청자들의 눈에는 MBC 아나운서들과 KBS 아나운서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달라보였다. MBC 아나운서들은 미디어법들을 저지하기 위해 오늘 파업현장으로 갔다. 그러나 KBS 아나운서들은 바로 며칠전 '명비어천가'라고 야유받는 프로그램의 대본을 읽고 있었다. 두 공영방송 아나운서실의 이같이 엇갈리는 장면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MBC와 KBS 아나운서들의 엇갈린 모습


박혜진, 손정은, 문지애, 나경은, 서현진, 그리고 지금은 기자이지만 아나운서 출신인 김주하. 오늘부터 시작된 MBC 파업 소식에서 이름이 등장하는 아나운서들이다. 파업에 참가하는 박혜진, 손정은, 문지애, 김주하는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당장 빠졌다. 나경은, 서현진은 파업출정식에 참여하고 있는 사진이 보도되었다.


사진=오마이뉴스

노조원이면 다들 하는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 분들도 있겠지만, 이들처럼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아나운서들이 함께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커다란 힘이 된다. 파업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정당성을 이해시키는데 있어서 이들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은 지난번 파업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노조의 결정에 따라 즉각적으로 파업에 몸을 싣는 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인다.


그런데 KBS 노조는 이번에도 파업을 유보했다. KBS 아나운서들도 같은 방송인이지만, 이번에도 MBC 아나운서들의 투쟁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상황이야 노조의 성격이 MBC와 다른 KBS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치자.


우리를 더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KBS 아나운서들을 조금씩 앵무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KBS의 현실이다. 최근 시청자들의 거세 비판을 받고 있는 <시사기획 쌈> '대통령 취임 1년-남은 4년의 길'에는 두 사람의 아나운서가 등장한다. 남자 아나운서는 전체 원고를 읽고, 여자 아나운서는 KBS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길은 바쁘게 현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확신에 차 있습니다."
"대통령이 가고자 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은 어디인가."
"대통령은 매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주며 할머니를 다독거려 봅니다."



현재 36.3% 지지율을, 굳이 취임 100일 때의 지지율 29.0%와 비교해서 '상승'했다고 주장하는 해석도 아나운서를 통해 전해진다.


물론 아나운서 개인의 책임은 아니다. 내가 알기로, 이날 프로그램을 맡은 아나운서들도 정권홍보 같은 것하고는 거리가 먼, 바른 사람들이다. KBS의 내부 현실이 그들에게 그런 원고를 읽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쌈>에서 뿐이겠는가. KBS 1라디오에서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대거 내부 아나운서들이 맡았다. 그런데 그 이후 정부의 잘못한 일에 대한 쓴소리니 비판같은 것은 듣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나운서들에게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겨놓고 입을 닫도록 해버린 것이다.


후일에 '변명'되지 않도록 아나운서들도 고민해야


이러한 MBC와 KBS 아나운서실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내부 환경의 차이가 결정적이다. MBC는 노조의 힘이 크고 엄기영 사장도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부여하는 편이다. 반면 KBS는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이병순 사장은 통제와 간섭을 일삼고 있다. 쉽게 말해 MBC에서는 자리내놓을 각오까지는 안하고 파업참여도 하고 정부비판도 할 수 있지만, KBS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려면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할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KBS 아나운서들에게 'MBC 아나운서들 좀 봐라'고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개인들에게 책임을 떠맡길 일은 분명 아니다. KBS 구성원들의 집단적 힘을 모으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또 하나 분명한 것은, KBS 아나운서들도 그같은 노력을 해나가는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5공 시절을 거치면서 경험하지 않았던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뉴스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중에 가서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행동을 역사는 '부끄러운 변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KBS의 아나운서들도 시청자들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인기에 대한 책임이 어떻게 따르는 것인지, 그들의 진지한 고민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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