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동포 "이명박때문에 창피해서 못살겟다!"

dugue29 작성일 09.03.07 06: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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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동포 , " 이명박씨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다 ! "

 

 

mb 연설 수십분간 박수가 안나온 이유   [오마이뉴스 윤여문 기자]

해외에 나와서 살다보면 누구나 모국에 대한 정이 더욱 애틋해진다. 또한 모국의 상황에 따라서 살고 있는 나라에서 받는 대접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디 대한민국이 잘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한국이 민주화되기 전의 기억이다. 한국에서의 민주화시위가 호주 tv에 크게 보도된 다음날에는 호주 친구들을 만나기 싫었다. 그들이 보내 오는 묘한 시선에 민족적 자긍심을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이제 과거의 일일뿐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 또다시 한국 관련 tv뉴스를 보는 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 보도된 용산 참사 뉴스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정도였다.


3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호주를 국빈 방문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도착 전날까지 관련보도는 단 한 줄도 없었다. 호주 국영 abc방송이 보름 전쯤에 보도한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전부였다.


"사우스 코리아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초에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케빈 러드 총리는 호주와 한국이 실질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하는 3일 동안 통상, 지역 안보, 글로벌 금융위기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2월 18일, 호주 국영 abc방송


호주의 입장에서 한국은 여섯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며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수출 180억 달러, 수입 50억 달러로 연간 130억 달러의 무역수지를 올리고 있다. 그뿐 아니다. 연간 30만 명 이상의 한국관광객이 호주를 찾고, 3만여 명의 한국유학생이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다.


2009030619195678024_194009_1.jpg ▲ 호주동포 간담회에서 연설 중인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방문에 무심한 호주


4일 오후 4시 시드니 포시즌 호텔 입구. 이명박 대통령이 호주동포 간담회를 열기로 예정된 곳이다. 간담회는 5시30분부터 시작인데, 4시까지 입실해야 한다.


호텔 행사장 입구에 국제공항 승강장 입구와 비슷한 시설이 있었다. 서둘러 로비에 들어가 보니 거의 입장을 마친 상태였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명찰을 교부받아 가슴에 달았다. 행사요원이 가방검사를 요구해서 건네주고 검색대를 통과하여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호주에서 수없이 많은 행사에 참석했지만 최초로 당하는 고강도 검색이었다.


여덟 명씩 앉는 테이블은 두 좌석만 빼고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나중에 보니 또 하나의 빈 좌석에는 경호원이 앉아 있었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테이블에 경호원이 앉아있는 것 같았다.


물론 국가원수 경호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입장하면서 고강도의 검색을 했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더구나 거기에 모인 한인동포들은 시드니총영사관의 초청을 받아 신원조회까지 마친 상태였다.


기자가 앉은 테이블에는 문화계 인사, 대학 교수, 체육인, 사업가 등이 함께 앉았다. 그들은 모두 기자보다 먼저 도착했으니 이미 1시간 이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셈이었다. 모두들 지루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주말도 아닌 평일에 1시간 반씩 일찍 오게 만든 건 말도 안 된다"며 "30분 정도 일찍 오도록 해도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2009030619195678024_194009_3.jpg ▲ 지루하게 행사를 기다리는 호주동포들. ⓒ 윤여문

5시 반 행사에 4시 입실, 고강도 보안 검색... "동포들 행사인데"


5시 35분이 되자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행사장에 도착했다. 승원홍 시드니 한인회장의 환영사로 시작된 호주동포 간담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과 서유석 민주평통 대양주협의회 회장의 건배사로 이어졌다.


"한국이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렵다. 그러나 이 위기는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2, 3년이라고 하지만 금년 한 해를 보내면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호주에 사는 동포들도 어렵겠지만 잘 극복하기 바란다.



호주는 130억 달러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나라이지만, 주요 원자재 수입국이라서 어쩔 수 없다. 한호fta가 발효되면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해서 무역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호주가 환경선진국이기 때문에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한국도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이 될 것이다. 호주와는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교민들도 호주 주류사회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청중들은 조용했다. 그러나 수십 분간 연설을 하는 동안 단 한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한 교민은 "이전과는 달리, 행사가 전체적으로 너무 경직됐다"며 "오랫동안 기다린 후에 연설을 듣다보니 엉겁결에 연설이 끝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건배에 이어서 세 사람의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은 동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지 않고,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가자는 "대통령의 연설이 바로 전날 뉴질랜드 동포들에게 한 연설과 거의 똑같았다"며 "어젯밤에 인터넷을 통해 뉴질랜드 동포 간담회 연설 전문을 읽었는데, 뉴질랜드를 호주로 바꾼 것 같은 부분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2009030619195678024_194009_0.jpg ▲ 힐튼 호텔 앞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누어 주는 시위대. ⓒ 윤여문

힐튼호텔 앞에선 "mb 반대" 시

 

포시즌 호텔에서의 동포간담회가 정적이었다면 힐튼 호텔 앞에서 열린 '이명박 규탄' 시위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독재는 노! 민주주의는 예스!" 등의 내용이 적힌 펼침막이 걸렸고 "우리는 한국의 노동운동을 지원한다"는 등의 피켓도 눈에 띄었다. 특히 "mb out"이라고 쓰인 피켓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시위에는 <시드니민족교육문화원> <평화연대> <일하는 한인들> 등 단체 외에 한인 교포와 호주인 다수가 참가했다. 그중에는 언론인, 작가, 회계사, 사업인, 노동운동가 등도 포함됐다. 특히 호주 녹색당 소속 존 케이 상원의원이 시위에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시위대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구호를 외쳤다. 메가폰을 든 시드니 민족교육원 신준식 회장(시드니대학교 박사과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어렵게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역주행하고 있다"면서 "명박 아웃!"을 선창했다.


다음은 신준식 회장과의 일문일답.


- 모국의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데 시드니 도심에서 반대시위를 하는 이유는?


"우리도 안타깝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호주에 온 것을 계기로, 그가 지난 1년 동안 행한 반민주적 통치를 반대하고 규탄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의 시위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서 국정에 반영해주길 바란다."


- 어떤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역주행한다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은 지난 10년 동안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게 조금 더 구체적인 민주주의로 진전해야 하는 단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의해 해체되고 말았다."


- 오늘 시위의 이슈를 요약한다면.


"첫째,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한다. 호주에서도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에 의해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국민여론으로 막아냈다. 한국의 미디어법 개정은 규제완화와 미디어산업 활성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됐지만 결국 수구족벌신문의 방송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일 뿐이다.


둘째, 비정규직보호 법안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악법이다. 호주에도 비정규직이 많이 있지만 차별받지 않는다. 84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속 일방적인 희생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에 경악한다.


셋째, 용산참사의 만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건설사를 위해서 가난하고 힘없는 세입자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울분과 함께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희생자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이명박 정권에 경고한다. 총체적 국난을 대비하여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분열을 야기하는 법안들과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작태로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로 인해서 닥칠 국가적 어려움의 책임이 이명박 정권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한다."


2009030619195678024_194009_2.jpg ▲우리는 한국 노동자 권익을 지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는 호주인 시위자. ⓒ 윤여문

뉴사우스웨일스 녹색당 소속 존 케이 상원의원은 "한국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korean government must stop attacks on democracy)"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동자의 직업의 안정보장 요구와 노동자의 권리보장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방송법 개정을 통해서 민주적인 목소리의 숨통을 조이고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도발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하에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호주정부는 "노조분쇄 책동과 미디어 독점 획책이 민주주의를 손상시킨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호주 미디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호주 국빈방문을 본격적으로 보도한 것은 발행부수가 많지 않은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청와대에서 가진 인터뷰 기사가 유일했다. 그 외에는 몇 십 초짜리 tv 단신보도가 있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박3일간의 호주 일정을 마치고, 6일 오전에 마지막 순방국인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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