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0일, 대성리역 철거 공사가 있었다.
철길과 승강장을 걷어내고, 굴착기 2대로 역사(驛舍)를 허물고,
뒷편에 서있던 오래된 전나무 두 그루도 싹둑 베어내었다.
이 모든 철거 과정은 불과 3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쌓인 우리들 추억의 역사(歷史)는 영원히 철거할 수 없을 것이다.
밑에 피맛골에 대한 글도 올렸지만,
대성리역에 대한 추억도 그에 만만치 않다.
80학번 이후 졸업생들은 대성리역이나 강촌역에서 첫 MT를 경험한 추억이 많을 것이다.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가면 젊은 승객들 중 절반은 대성리역,
절반은 강촌역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합류할 일행을 기다리며 군것질 거리를 까먹거나
차(술)를 마시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통기타를 꺼내 노래를 불렀다.
어느덧 비정하고 고달픈 세상사에 찌들어
낭만을 찾거나 추억을 곱씹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지금도
가끔은 강촌의 싱그러운 바람이 그립다.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불현듯 기차에 몸을 실어도
이제 그곳은 없다.
2010~2011년 완공된다는 경춘선 전철화 공사로 인해
춘천역, 평내역은 이미 헐렸고,
빨간 벽돌의 청평역, 초록지붕의 김유정역,
강촌역 등이 모두 사라진다.
"옛 추억의 역들을 보존해야 하지 않느냐"는 일부 여론은
편리함과 빠른 속도라는 압도적인 시대의 힘에 밀려
조용히 입이 다물려진다.
- 소주정예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