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긴머리에 하이힐을 신고 단정한 모습으로 참석한 홍익대 총학생회장 한아름씨가
삭발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여학생이고 지금 4학년이다 보니까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한 여자로서도 긴 생머리가 아까운 면도 있었다. 슬프기도 하고 '제발 해결됐으면 좋겠다'하는 이런 마음 하나밖에 없었다. '뭐라도 하겠다' 이런 심정이었다."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했던 학생들 가운데 한 명인 한아름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49명의 학생들이 무더기로 연행된 데다, 한씨가 긴 생머리를 자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대학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씨는 삭발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한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집권 이후 아이들은 무한 경쟁 교육에 내몰렸고, 대학에 들어오면 고액 등록금이 문제"며 "학자금 대출이 있다지만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고이율이다, '뛰는 물가 위에 나는 등록금 있다, 서민 다 잡아먹는 등록금' 이라는 말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둥바둥 살면서 고액 등록금을 부담하고 졸업해도 2개월짜리나 4개월짜리 인턴밖에 할 게 없다"며 "그러나 정부는 대졸 초임 삭감을 대책으로 내놓는다, 대학생들이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정말 이제 목을 조르고 있는 듯한 그런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이번에 폭발을 한 거네요"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씨는 "요즘 어떤 학우는 나한테 자살하고싶다고 쪽지를 보내온다"며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얘기 들을 때마다 눈물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 문제도 지적했다. 한씨는 "(당시 경찰이) 표적을 삼듯이 서로 지령을 내가면서 '저 남자 잡아라, 저 색깔 옷 잡아라' 이런 식으로 무전을 하달했다"며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70여 명 가운데 반이 넘는 50명 정도가 연행됐다"고 밝혔다.
한아름씨 미니홈피 격려글 쏟아져
한편 한아름 홍대 총학생회장의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armzip)에는 한씨를 격려하는 누리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청년'이라는 누리꾼은 "나는 잘못된 현실을 알면서도 안일한 생각으로
현실에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고 있던 수많은 대학생 중 한 명"이라며 "한아름씨의 용기있는 행동 정말 한없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김아무개씨는 "동갑내기 대학생으로서 등록금 문제에 무지하게 대응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됐다"며 "항상 힘내고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강아무개씨는 "나와 친언니 2명이나 대학교 다니고 있다, 등록금 때문에 정말 우리 자매 많이 울고 지쳐있다"며 "모든 대학생들 대표로 많이 울고 상처받고 머리 삭발하고… 학생들이 일어나길 바라며 연행되었던 모든 학우들이 풀리길 바란다"고 적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과, 심지어 스스로 초등학생이라고 한 누리꾼도 "대단하다",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는 이런 글을 남겼다.
"인터넷 기사 보고 울분에 눈물이 다 났습니다. 고교 졸업자 80%가 대학가는 나라. 우후죽순 생겨나는 대학들… 학생 상대로 장사하는 재단… 무관심한 정부… 단순히 등록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은 이론으로 풀어가기엔 너무 힘듭니다. 어떤 이들은 등록금 시위할 시간에 도서관 가서 공부나 하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나 그런소리 나오죠. 힘내세요.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 많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명이고요!"
▲ 지난 10일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던 도중 경찰이 '차도에서 내려와서 불법 시위를 한다'며
3차례 경고방송 직후 곧장 연행작전에 돌입해서 남녀 대학생 49명을 강제연행했다.
[기사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