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과 제2롯데월드
구약성서에는 고대도시 바빌로니아의 시민들은 그들이 발전시킨 과학과 경제력을 뽐내고자 하늘에 닿는 초고층 빌딩을 짓게 되고, 신에게 도전하려는 이 대규모 건설공사를 못마땅하게 여긴 신은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언어를 갈라 놓음으로써, 이 초고층 빌딩은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건설이 중단되고 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초고층 빌딩인 바벨탑 건설이 사람들 간의 언어분화에 따라 중단되었다는 신화적 표현은 … 경제력으로나 노동력으로나 바빌로니아 시민들만의 힘으로는 건설하기 어려운 대형 건설사업으로서 주변의 언어와 이해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이민족 까지 끌어들여야만 했다든가, 처음에는 함께 의기투합했던 공동참여자들이 구상단계에서와 달리 급격하게 늘어난 경제적 기술적 등의 부담에 따라 서로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이 폭발하게 되었다든가, 점차로 완공되어 가는 막바지에 참여자들 간 서로의 몫에 대한 갈등이 폭발하여 중단되었다든가 하는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오늘 날에도 많은 도시들은 그들 도시의 랜드마크로 초고층 빌딩을 세워 자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산에 120층 롯데월드, 인천 송도에 151층 인천타워, 서울에도 이에 질세라 상암동에 133층 디지털미디어쎈터, 잠실에 112층 제2롯데월드, 용산에 150층 드림타워, 뚝섬에 110층 현대차그룹 타워 건설 등이 추진되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는 구청까지도 나서고 있으며, 서울 중구청은 220층 초고층 빌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공간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패권국가인 미국으로 가보자. 미국은 이미 1931년 뉴욕에 102층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세웠고, 시카고의 110층 시어즈타워를 비롯하여, 9.11 테러로 한 순간에 붕괴되어버린 110층 세계무역쎈터 등 많은 초고층 빌딩들을 건설하였다.
이런 초고층 빌딩들은 많은 관심을 받게 마련이어서 그런지 많은 축복과 주위의 협력아래 건설되는 초고층 빌딩들 조차도 마천루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무성한 뒷이야기를 낳기도 한다. 잘 나가던 기업이 초고층 사옥을 짓고 나서 망했다던가 하는 일개 기업차원의 뒷이야기뿐만 아니라,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계대공황을 불러왔고, 타이페이 금융쎈터 빌딩과 함께 가라앉은 타이완의 경제, 세계금융경제위기의 직격탄에 흔들리는 두바이 버즈의 두바이. … 물론 마천루의 저주 같은 뒷이야기는 호사가들의 술안주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의 축복 속에 건설되는 많은 초고층 빌딩들과 달리, 애초 구상단계에서부터 반대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초고층 빌딩이 있으니 잠실에 건설허가가 났다는 제2롯데월드가 그렇다.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북 햇볕정책’으로 남남갈등으로 표현되는 국가적 사회적 안보불안과 갈등을 증폭 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특정기업에 대한 혜택으로도 볼 수 있는 ‘롯데 햇볕정책’으로 국가적 사회적 안보불안과 갈등을 증폭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간의 언어까지 갈라 놓게 되었다는 구약성서의 바벨탑 이야기가 오늘 날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들게 하고 있다.
대북 안보관점에서 갈등을 확산 시켜왔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지난 10년 동안은 물론 그 앞의 정권에서조차도 제2롯데월드는 잠실 뒤편의 서울공항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명박 정부는 제2롯데 건설을 반대하던 공군참모총장의 해직까지 감행하면서 허가를 해줬다는 점에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평시에는 항공기가 3°이든 5°이든 항로를 틀어서 이착륙하는데 큰 문제가 될 소지는 사실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상황에서는 출격한 항공기들 상당수가 적진에서 피격되어 추락하기도 하고, 피격되거나 손상된 채 추락 직전의 상황에서 기지까지 위급하게 귀환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하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추락직전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활주로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제2롯데월드를 평시에서처럼 우회하여 착륙을 시도할 수 있을까?
제2롯데월드 뒤편에 있는 서울공항은 전쟁 시 써먹기 위해 존재하는 공항이다.
평시가 아닌 전쟁상황에서 급박한 상황이 다반사로 벌어질 항공기들에게 “너희는 비록 추락 직전이거나 기체가 조종불능에 빠지더라도 성벽처럼 앞에 버티고 있는 제2롯데월드를 피해 3°이든 5°이든 항로를 틀어서 착륙하라” 라고 한다면 그건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에게 세계무역쎈터에 충돌(9·11 테러)하듯 제2롯데월드에 충돌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이건 비극을 넘어서 아예 코미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21일 연합뉴스 등 뉴스와 신문들은 검찰이 정치권과 관련기관 로비자금명목으로 롯데물산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변호사 등을 기소한 사건을 보도 하였고, 4월 8일 백재현 의원은 제2롯데월드 허가와 관련하여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돈 받고 허가해준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뇌물 같은 스캔들은 사후 또는 정권이 바뀐 후에나 드러나게 마련인데, 제2롯데월드는 착수도 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의혹에 시달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이쯤 되면, 제2롯데월드 이야기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 구성원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했다는 바벨탑 이야기나, 부패로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의 합작품이요, 완결편이라고 한들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제2롯데월드와 문득 오버랩 되는 일요일 이다.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벨탑, 소돔과 고모라편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라고 권해보고 싶어지는 일요일 이다. 군사안보 문제를 떠나서라도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은 구성원들간의 분열을 조장하거나 획책하기 보다는, 찢어지고 갈라진 것조차도 하나로 묶고 잇도록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출처 자주국방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