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학생회 시국 선언 전문

가자서 작성일 09.06.05 23: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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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학생회 시국 선언 전문

 

 

[전문]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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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5일 오후 2시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 김환
  
- 민주주의 앞에서 이 시대의 청년으로 살아가기를 고민한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이 시대의 청년으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바로잡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어야 함을 천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 땅의 청년으로서, 자랑스러운 민주화의 역사 속에 대한민국에 온존하고 있는 모순과 억압에 대해 맞설 책무가 있다. 그 의무와 책임 속에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보장되고 있지 않는 국민들의 기본적 권리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명하는 바이다.

 

지난 5월 23일, 전 대통령의 힘없는 죽음 앞에 온 나라가 큰 슬픔에 빠졌다. 그를 애도하는 조문 행렬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고, 조문객들의 진심어린 애도의 물결은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조문행렬은 단지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을 추모하는 발걸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무너져가고 있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 모두의 진정이 담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한걸음, 한걸음에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을 담았을 국민들의 심정을 현 정부는 하루 빨리 마주하여야 할 것이다.

 

1987년 우리학교 이한열 선배가 열사가 되던 그날 외치던 민주주의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우리의 품으로 되돌리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의 정신과 연세대학교에 면면히 흐르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기억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수많은 희생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가 2009년 현재,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해 있음에 분노한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였던 그들의 핏빛 선명했던 외침이 사그라들어 버린 지금, 우리는 현 시국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전진보다는 퇴보를 계속하고 있는 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우리는 많은 권리를 빼앗긴 채,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꺼려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의 분노와 바람이 표출되었던 '촛불집회'는 이제 1년이 지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여린 불빛을 피워냈던 평화적인 촛불과 마주하였던 것은 무장경찰 병력과 물대포, 그리고 소환장이었다. 일렬로 줄지어 서서, 방패를 들고 시민들과의 경계를 만들고 있는 그들을 보며, 정부와 시민이 '그들'과 '우리'가 되어 방패 이상의 경계로 나뉘어 각자의 구획 안에 갇혀있음에 청년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민주주의의 기저가 되는 언론의 독립성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로 끊임없이 침해받고 있고,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조차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는 익명성 보장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온라인상의 의견교환과 여론수렴조차 차단하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사법부의 정의와 권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또한 흔들리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 집회와 관련하여 해당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삼권 분립의 원칙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음이 명백하다.

 

또한 현 정부 하에 우리 국민들은 생존권과 주거권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농성에 대한 폭력적 강제 진압으로 인한 참사는 역행하고 있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주화를 외치던 그 시절의 목마른 외침과 시민들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겨누어져 있던 폭력의 총구를 상기시켰다.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고, 사건을 숨기려는 검찰 때문에 재판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하였던 검찰 수사 또한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적 수사였다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수사 시작 3주가 지나도록 명확한 증거와 사건 처리 방침을 밝히지 못한 채 의혹만을 계속 제기한 이번 수사는 국가의 원수를 지냈고, 국민의 존경 속에서 또 다른 소외계층을 위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던 전직 대통령과 그 유가족에게 큰 상처와 모욕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국민들의 애도의 물결조차 막으려 했던 그들의 정치적 행동은 전 국민의 추모를 받고 있던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못한 행동들임에 분명하다.

 

현 시국의 문제는 여야로 나뉘는 정치적 대립도,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나뉘는 이념적 대립도 아니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과 반성, 그리고 정부당국의 자기성찰이다. 민주화를 이룬지 언 20여년, 정부는 눈과 귀를 가린 채,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잊어가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은 자신의 땅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마음껏 내지도 못하고, 정부의 벽 앞에 힘없는 시민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지금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하겠다던 민주주의의 다짐을 기억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진정한 '우리'의 정부가 되기 위한 그들 스스로의 노력을 이 시대 이 땅의 청년으로 간절히 요구하는 바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현 시국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현재까지 자행되었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국가 통치 행위에 대해 사과하라.

 

하나.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민주사회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하나.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삼권분립의 보장을 위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신영철 대법관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였음을 인정하고 즉각 사퇴하라.

 

2009년 6월 4일

제 46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제 46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박준홍, 부총학생회장 김예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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