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의 검찰청 어린이를 위한 법률강좌
.... 갑자기 러브 스토리의 주제가 가사가 먼저 떠오르네요. Where do I begin.....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래도 임수빈 부장검사가 나 이 짓 못해먹겠다고 손 탈탈 털 때는 몰랐는데 오늘 검찰의 PD수첩 관련 수사 발표를 들으면서는 도무지 견적이 나오질 않는 거예요. 사실 여러분한테 어떤 말투를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젤 어렵다는 사법 고시 패스하고 수염이 제 자리도 잡기 전에 영감 소리 들었던 여러분인데 오늘 검찰 발표는 유치원생 학예회에서 어머님께 드리는 글 읽는 병아리 같았거든요. 어쨌건 공식적으로 나는 그 수준이다 선언하신 셈이니 그렇게 대해 드리는 게 예의인 거 같아요. 그죠?
검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우리가 함께 배워 볼 거는 방송이라는 거예요. 아참 선생님 소개 안했죠? 선생님은 올해로 15년째 방송 프로그램 만들고 있는 PD예요. 그리고 요 몇 년 동안은 시사 같기도 하고 사회 고발 같기도 한 프로그램을 맡아 오기도 했어요. 어머 벌써 질문? 저기 못생긴 검사 친구...... PD 수첩 아니냐구요? 아니에요. 원 PD 수첩 말하면서도 온몸을 파르르 떠네...... 어떤 영결식에서 노란색만 보고도 덜덜 떨던 사람과 비슷한 증상이네요 .... ^^ 검찰이 친구 자리에 앉아요.
검찰이 여러분 진정하시구요. 검찰이 여러분이 좋아하는 미국의 판사가 내놨던 의견 하나를 들려 드릴게요. 1971년이니까 40년쯤 전이죠? 검찰이 여러분 육법 전서 공부하느라 역사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월남전이 한창일 때였어요. 뉴욕 타임즈는 미국의 전쟁 개입 과정에 관한 국방성 비밀문서를 입수해서 게재했어요. 당연히 국방성은 펄펄 뛰었어요.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있다는 거였죠. 이때 머레이 거페인 판사가 뭐라고 했는지 들어 봐요.
"안보는 국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보는 또한 우리의 자유로운 제도의 가치에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훨씬 더 위대한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당국자들은 심술궂은 언론, 강퍅한 언론, 도처에 널려 있는 언론으로부터 주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거 북한의 판사가 한 말 아니니까 공안반 검찰이들 눈꼬리 내리세요~~~ 국가의 기밀 (물론 추악한 전쟁 개입 과정을 숨기기 위한 딱지였지만)보다도 "훨씬 더 위대한"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의 가치를 지키려는 거페인 판사를 본받으라는 말은 여러분들이 자라온 환경과 여러분의 보호자의 교육 수준을 봤을 때 의미가 없을 거라고 봐요. 그래도 검찰이 여러분이 하는 일에 대해선 좀 부끄러워할 줄은 아셔야 해요. 국가 기밀을 누설하기는 커녕,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며 그에 책임을 져야 하는 관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심술궂은 언론으로부터 고통을 감내"하기는 커녕, 그 심술보를 뽑아버리겠다고 날뛰고 있잖아요? 그죠?
검찰이 여러분. 돌들을 모아놔도 그 중에 금강석은 있다더니 여러분 중에도 임수빈 검사같은 신동도 있더라구요. 그분이 견지하셨다는 주옥같은 입장을 들려 드릴께요. "일부 왜곡은 인정되지만 농림식품부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 보도 내용이 정부 비판에 맞춰져 있어 명예훼손 성격이 약하며, 검찰 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하셨다고 해요. 거페인 판사의 입장과 크게 다를 것이 없죠?
검찰이 여러분. 비판은 키스할 때 귓가에 속삭이는 말이 아니에요. 어머 실수..... 내가 검찰이 여러분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 무슨 말이냐 하면 언론이 제기하는 비판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는 관료들에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과 제도에 가해지는 것이고 그만큼 날카롭고 뼈아프고 때로는 공직자 입장에서는 화딱지가 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명예훼손이든 국가 기밀 누설이든 언론의 비판을 막으려 드는 순간 여러분은 임수빈 검사의 말대로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틀어막으려는 심술궂은 검찰이가 되는 거예요. 알겠어요 여러분? 여러분이 공부한 법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인 게 헌법이라구요.
아 저기 우락부락한 특수반 검사 ..... 질문이 있다구요? 해 보세요.
"방송의 핵심적인 장면 30곳에서 번역 및 사실 왜곡, 중요 사실에 대한 설명 생략,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한 사실을 단정적 사실로 보도하는 등 다양한 편집기술 및 왜곡방법을 동원해 허위내용을 방송"하지 않았냐구요?
자 특수반 어린이... 아니 검찰이.... 그럼 하나 하나 짚어 봐요 우리. 먼저 얘기해 보세요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의 다우너 소 동영상에서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주저앉은 소들이 도축되어 식용·유통된다고 했는데 김보슬 PD는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꼭 광우병뿐만 아니라 대사장애, 골절, 상처, 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다양한 원인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취재했으므로 허위 아니에요?" 라고 물으시네요.
검찰이 여러분. 특수반 검찰이 친구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선 이 프로그램의 주제가 뭐였지요? 제목부터 봅시다. "미국소 과연 안전한가"예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별안간 턱없이 열려 버린 듯 보이는 쇠고기 수입 조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하는 거지요. 기립불능의 원인이 잡다하긴 하지만, 광우병의 주요한 증상인 것도 분명하죠? 아니라는 검찰이 친구 있으면 두 시간 동안 복도에서 기립했다가 깨달으면 들어오세요.
그렇게 일어서지 못하는 소에게 물을 뿌리고 마구 찔러 대서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있었어요 "이런 소들이 수입될 수도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밝히지 않은 게 과연 '허위사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믿으시나요? 우리 말 공부가 부족하네요. 또 혹시 MBC에서 기립불능 소는 다 광우병 소다 라고 말하는 거 들으신 검찰이 친구? 이비인후과에 가 보세요. 참 환청이라면 소아정신과에서 가 봐야 할 거 같네요. 똑똑한 검찰이 친구들..... 저기 특수반 검찰이 친구의 말이 맞으려면 그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요 아닌가요?
그래도 특수반 친구 계속 군시렁거리네요. 군시렁거리는 것의 대부분인 번역 문제는 일일이 논하지 않겠어요. 몇 가지는 분명 오역이고, PD 수첩도 실수한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누구의 말을 어떻게 잘못 번역해서 본의와 다르게 나갔다고 할 때 그 사실을 가장 쉽게 증명해 줄 수 있는 건 누굴까요? 검찰이 여러분. 자 손들어 봐요. "번역가 정아무개씨"요? 좀 더 머리를 써 보세요. 고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고,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관계자예요. 아니 그런데 왜 그분들의 시원한 증언이 없는 거죠? 검찰이 여러분 영어 못하세요? 왜 5명씩이나 기소하는 판에 왜 자기 증언이 왜곡되었다고 열받아하는 사람들을 들이대지 못하셨어요?
그리고 검찰이 여러분. 광우병이 어떤 병이고, 어떻게 걸리고 그 경로는 어떠한가에 대해서 명쾌하게 해결난 건 아니에요. 여러분으로 하여금 질질 코 흐르게 만드는 코감기도 뚜렷한 치료법이 사실은 없는데, 글자 그대로 괴질이라 할 만한 광우병은 오죽하겠어요? 더군다나 그때는 지금보다 더욱 불명확했을 때지요. 광우병이 한국인에게 취약하다는 것이 지금에사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더라도, 그런 오해를 하게 할만한 정황도 있었고요. PD수첩이 그게 몽땅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보도했다면 수갑 차 마땅하겠지만 당시에 PD수첩이 그 사실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할만한 전문가였나요?
단지, 그런 위험성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배짱 좋게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강강수월래를 하는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그 프로그램의 목적었잖아요. 우리 정부가 열어젖힌 조건보다 훨씬 더 엄격한 조건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나라도 있어요. 그 나라는 비과학적이라서 그렇다고 주장할 검찰이 친구 있으면 손 들어 보세요.
응 ? 그래도 할 말이 있어요? 응 저기 띨해 보이는 검찰이 친구. "실제 방송에서는 보건당국 관계자와 인터뷰한 것으로 방송됐으나 이는 몰래 촬영한 것에 불과"하지 않냐구요?
검찰이 친구....... 과연 미국 소가 안전한가를 따지는 기획의도를 지닌 시사 프로그램에서 해당 국가의 보건당국을 찾아갔는데 그 기획의도를 꺼려해선지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인터뷰를 거부해요. 그럼 얌전히 Thank you 하고 돌아오는 게 정당한 언론의 자세인가요? 검찰이 친구는 수사를 그런 식으로 하는 수사관 친구에게 재떨이 던지지 않나요? 몰래 촬영한 것에 대한 책임 문제는 별개로 하고, 검찰이 친구는 뭐가 불만이에요? 인터뷰를 못한 주제에 연기자 세워서 대역을 시켰다면 검찰이 친구 길길이 뛰는 거 백번 천번 옳아요.
그런데 거기 나온 사람 얼굴이 당국자가 아니던가요? 그 증언의 참과 거짓이 중요하지, 대놓고 찍는 것과 몰래 찍는 것이 무슨 문제죠? 미국에선 시사 고발 프로그램할 때 취재 거부하면 예스 서 아이 윌 비 백 하고 돌아선다고 , 몰래카메라 같은 거 절대 쓰지 않고 신사적으로만 취재한다고 어디 사는 누가 그래요? 검찰이 여러분이 오렌지 쥬스가 먹고 싶으면 오렌지 쥬스 달라고 해야 하는 거예요. "콜라 말고, 사이다 말고, 토마토 쥬스 말고......... 아 왜 그거 몰라요?"라고 찐따붙다가는 매점 아저씨한테 혼나요.
뭐 이만큼만 해도 그냥 검찰이 여러분의 사회적 위신과 팬들의 이목을 감안해서 넘어갈 수 있겠어요. 하지만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검찰이 여러분의 억지가 등장해요.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소인 악의성이나 허위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느냐를" 어떻게든 증명해야 했던 검찰이 여러분의 애틋한 마음은 이해가 돼요. 하지만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드라이아이스 씹으면 안되는 거예요. 아무리 정신연령이 어려도 이건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거든요. 따라해 봐요 상식.
어떻게 개인의 이메일을 뒤져서 그 은밀한 소통의 공간에서 던져 낸 극히 개인적인 생각의 조각들을 '악의성'의 증거로 삼을 수가 있어요? 검찰이 친구가 나쁜 넘들 수사하면서 "저 나쁜 쉐이 꼭 내 콩밥 먹인다"는 얘기를 검찰이 친구한테 메일로 끄적인 것을 어느 못된 친구가 끄집어내서는 '사적인 감정에 의한 직권 남용'의 증거로 내민다면 검찰이 여러분 입 벌어지지 않겠어요? 그 증거가 합리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어요? 검찰이 친구..... 만약 그렇다고 믿는다면 지금 검찰이의 조국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휴전선 넘어 오각별의 나라예요. 그리고 검찰이의 상전은 지금의 가카 따위는 발치도 못따라갈 독재자 스탈린쯤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요 검찰이 친구.... 선생님이 방송을 그래도 15년쯤 했다고 했죠? 선생님이 진짜로 화나는 건 따로 있어요. 아무리 PD가 기가 죽고 작가 파워가 세졌다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 KBS에서 갑자기 PD 집필제 하는 것이 뻘짓을 넘어서서 일종의 자해 행위라고 해도 말이죠. 검찰이 친구......결국 PD의 뜻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이 정해지고 PD가 프로그램을 책임지게 돼요. 그게 방송의 기본이에요. 어떻게 작가의 메일에 나타난 작가의 의도가 제작진을 지배하고 프로그램을 호도했다는 결론을 그렇게 용감하게 내릴 수 있나요?
PD수첩이 작가 수첩인가요? 작가가 그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건 제 직업 세계를 모독하는 거랍니다. 검찰이 여러분은 폼만 잡고 앉은 허수아비고 계장 어린이들이 일을 다 한다고 누가 그러면 검찰이 여러분 그 입에 거품 아니 무시겠어요? 아니 뭐.....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정말로 그러고 살고 있는 건 아니겠죠?
검찰이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어떤 법학자의 의견에 다르면 "불가능에 도전"하셨어요. 즉 맨땅에 헤딩하셨어요. 그 헤딩으로 패인 땅이 자랑스럽기도 하시겠지만 깨진 이마도 거울을 통해 들여다 보시기 바래요. 그래도 검찰이 여러분은 자라나는 새싹이고 이 정권의 보배잖아요. 그 싹이 이렇게 노래서야 어디에 쓰며 이런 보배를 믿고 어떻게 가카께서 나라 일을 하시겠어요. 허기사 여러분의 종알거리는 노래 소리에 아싸 돌리고~~를 부르짖는 청와대를 보아하니 가카께서도 여러분과 대수로운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건 해외토픽 하나 만드셨어요. 이메일 뒤져서 정부를 욕한 말을 찾아내서는 "이런 악의를 가지고" 명예훼손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결론을 내리는 장한 검찰이 여러분. 정말 국가 브랜드 하나는 욱일승천 하늘에 구멍을 내도록 드높이셨습니다. 검찰이 여러분의 이마에 도장 하나 큼직하게 찍어 드렸습니다.... 참 자알~~~~ 하셨어요....
딴지일보<펌>
스스로 쥐라고 불러달라 호소하는 그분.
딴지일보[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