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투쟁, 패배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윤태흠 작성일 09.08.08 10: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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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투쟁, 패배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기자칼럼] 거대한 투쟁의 시작,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일상적인 시스템 투쟁으로 newsdaybox_top.gif 2009년 08월 08일 (토) 04:17:26 이정환 기자 (btn_sendmail.gifblack@mediatoday.co.kr) newsdaybox_dn.gif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처절하게 패배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수도도 전기도 식량 공급도 끊긴 컴컴하고 무더운 공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끝에 얻어낸 것은 마지막까지 공장을 지킨 640명 가운데 42%인 269명을 살린다는 것. 이미 16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난데다 중간에 이탈했던 337명도 무급휴직 또는 희망퇴직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과였다. 
 
끝까지 버텼던 이들 가운데 371명은 결국 회사를 떠나야 한다. 살아남은 269명 역시 무급휴직과 영업직 전직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 가까스로 무급휴직 대상에 포함된 사람은 모두 500여명. 언론에는 노조가 생떼를 부리고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것처럼 보도됐지만 결국 사쪽은 당초 구조조정 목표 2646명을 모두 채웠다. 막판까지 무급휴직 규모를 놓고 목숨을 건 줄다리기를 했지만 사쪽은 이미 얻을 걸 모두 얻은 상태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은 몇 가지 성과와 교훈을 남겼다. 
 
첫째,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줬다. 지금 당장은 패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론도 극도로 악화돼 있지만 이들은 76일 가까이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목숨을 내걸고 싸우면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자본과 자본의 편에 선 정부가 절망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을 짓밟는 걸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정의가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됐다. 적어도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둘째, 노동자 계급 전반에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쌍용차 노조에 쏟아지는 가장 흔한 비판이 당신네만 망하는 게 아닌데 왜 국민들 세금을 쏟아부어가면서 당신들을 살려줘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오히려 조직화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뿐만 아니라 노동자 전반으로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 차례는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회에 계속 살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셋째,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이 과연 최선인가 하는 질문을 남겼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는데 사쪽은 이를 거부하고 손쉽게 3분의 1을 잘라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덕분에 쌍용차는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잘려나간 3분의 1의 눈물과 좀처럼 치유하기 어려울 그들의 상처를 기억한다. 우리는 선택되지 못한 해답을 이미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넷째, 극단적인 금융 자본주의를 반성하고 성장의 방식을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쌍용차의 몰락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경영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기업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단기 이익에 매몰될 때 그 최종 부담은 결국 사회가 질 수밖에 없다. 노조가 임금 투쟁을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과 맞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섯째, 산별노조 강화와 사회적 연대, 정치적 투쟁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동자들이 남의 일처럼 한발 물러나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가 뒷받침됐다면 쌍용차 노조는 이처럼 무력하게 물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노동운동이 임금 투쟁을 넘어 정치 세력화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일상적으로 시스템과 맞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쌍용차 투쟁의 패배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쌍용차 노조는 끝까지 잘 싸웠고 쫓겨나면서도 당당했다. "함께 살자"는 이들의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유효할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에 절실한 과제다. 쌍용차 투쟁은 여러 한계를 드러냈지만 오히려 덕분에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목표를 가능하게 한다. 쌍용차 투쟁은 달리 보면 거대한 투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실 노동자들의 파업이야기가 한두해 나온것은 아니지만 쌍용차 처럼 무시무시하게 진압되고 처절하게 싸우는것을 보는것은 처음인것 같네요 mb정권 들어서고나서 정규직 문제도 그렇고... 앞으로 정규직이라고 마음놓고 있을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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