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조중동이 신문이나 하면 됐지 왜 방송까지 욕심부리느냐 비판한다. 또 조중동과 한패가 돼서 방송을 경영할 기업들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다. 조중동 방송이 만들어지면 시청거부 저항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조중동은 방송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하겠지만 착각이다. 방송에 들어온 걸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겠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뒤로 이를 반대한 언론노조와 야당, 시민단체에 힘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미디어법에 따라 언론환경 선진화에 나서라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했고, 종합편성채널(pp) 진출을 노리는 조중동은 '세제혜택' '광고시장 개방' '제작환경의 공적 지원' 등을 대놓고 요구했다. 언론노조와 야당, 시민단체의 '언론악법 원천무효'는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미디어법 못 박기에 나선 셈이다.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무기력해졌다. 투쟁을 게을리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고, 1인시위도 벌이고 있지만 좀체 주목받지 못했다. 답답한 기운이 전국에 퍼져나갔다. 해법을 모색하나 좀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안개정국. 최상재(49) 언론노조 위원장을 19일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금 가장 고민이 많을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
감색 셔츠에 겨자빛 재킷, 묵직한 목소리. 방송인 출신답게 세련되게 차려입었지만 재킷 왼쪽 손목 단추가 깨져 있었다. 정신 없는 요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해 안타까웠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가을의 상징 9월이 되면 미디어법 무효투쟁은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비교적 솔직하게 답한 최 위원장의 요즘 고민과 향후 전망을 함께 들어보자.
"* 개가 몽둥이를 들었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했다. 이번 판결을 어떻게 평가하나.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송이라고 생각했다. 배임 건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정치적인 기소였다. 국세청, 감사원, 검찰이 총동원돼서 무리하게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 시도한 표본이 될 것이다. 명백히 언론장악을 위한 시도였고, 이명박 정권의 핵심부도 무리한 기소라는 걸 전혀 모르지 않았다. 재판에서 지면 돈으로 메우겠다는 말이 여권실세들로부터 흘러나왔다.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고, 재판에서 이겨도 정 사장이 복귀하기 어려우니까 실효적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성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힘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상 수준 이하의 정권이라고 본다. 언론관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의 인식을 갖고 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실력도 없는, 과연 집권세력으로 능력이 있나 의심되는 수준이다."
- 정 사장의 무죄판결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태도는 어떻게 생각하나.
"서거정국이기는 하나, 정말 큰 뉴스인데 진짜 작게 다뤘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 이후 더 망가졌다. 못된 언론, 잘못된 언론에서 지금은 이게 언론인가 싶다. 사실에 대한 과장, 왜곡을 넘어 과연 기사인가 묻고 싶을 정도다. 정권과 입장을 같이 하는 게 언론이랄 수 있나. 오보나 실수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언론이 언론인가. 정권교체 이후 완장 차고 몽둥이까지 들고 다닌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말대로 * 개가 몽둥이 들고 있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 비유가 딱 맞다."
▲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언론악법 원천무효 국민선언 촛불문화제'에서 재표결과 대리투표 논란을 일으킨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 남소연 최상재
- 이명박 정부는 소송에 질 걸 예상했으면서도 왜 밀어붙였을까.
"공영방송 kbs를 접수하겠다는 뜻이었다고 본다.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변화시키고 비판적으로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피디와 기자들은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이것의 극단적 형태가 정연주 강제해임이었다. 무엇보다 이 소송의 결과로 kbs에서 내린 모든 법적인 것들이 유효성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1년간 kbs에서 벌어진 모든 결정은 불법, 탈법 형태였다고 정리되는 거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식이다. 천박하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힘을 가진 저항의 물결을 보지 못하는 처사다.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결국 이 정권을 무력화 할 것이다.
하루살이 정권. 역사인식은 차치하고라도 불과 1~2년 뒤에 발생할 상황조차도 제대로 고민할 능력이 없는 세력들. 이런 집단에 국정을 맡겨놓는다는 게 참 불행한 일이다."
- 정 전 사장의 무죄판결로 이병순 사장 체제의 정당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지 않나.
"정연주 사장이 무죄를 선고받았으니 이병순 사장은 정당성이 없어졌다. 법원이 이병순 사장을 무자격자로 만든 것이다. 보통사람 같으면 사퇴한다. 그런데 연임을 노리고 있다. 내부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안팎의 저항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자리에 욕심을 부리고 있으니, 앞으로 반대활동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 kbs 내부가 정 사장의 무죄판결을 기화로 이병순 체제 반대운동에 적극 나서겠나.
"사장의 강제해임과 낙하산 일종의 사장을 내려보내는 과정에서 kbs 내부 구성원들의 의사는 철저히 짓밟혔다. 공권력의 강압조치에 따른 저항도 컸지만 후유증으로 무력감도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여전히 비판적 힘들이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시민 저항의 화살이 kbs를 겨누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내우외환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 상황에서 kbs 내부의 힘만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 kbs는 지난 1월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주도한 김덕재 pd협회장과 민필규 전 기자협회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직능단체 협회든, 노조든, 경영진에 대해 어떤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민주정부에서 이 같은 일이 문제가 됐나. 구성원들의 반대가 높다 해도 경영진은 주관을 갖고 자기 일을 하면 되는데, 극단적인 거부감으로 기자들과 pd들을 징계하고 있다. 이런 건 정통성 없는 집단들이 하는 전형적인 행태다.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 데서 나오는 불안감이 폭력적 형태로 표출되는 거다. kbs가 단체 의사표시를 징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병순 연임'을 위해 kbs를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내부통제를 강화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부당한 행위다. 내부 구성원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왜 반발만 부를 징계 같은 수단을 선택하겠나."
- kbs는 ytn과 달리 내부 구성원들이 징계 받아도 큰 반향은 없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한 언론악법에서 kbs 같은 공영방송도 흔들리고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는 공적 영역을 모두 풀어 사유화 하고 그것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자세가 돼 있기 때문에 kbs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상업방송 위주의 방송체계로 전환되면 kbs도 구조조정을 포함한 정리해고 문제에 맞닥트리게 될 것이다. kbs2 분리문제도 심화될 것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kbs2는 아주 먹음직한 먹잇감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공영방송이 착실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가능성보다는 위축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 구성원들이 그런 위험을 체감하면 변화가 있을 것이다."
- 이병순 사장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연임이 가능할까.
"결국 팽 당하겠지만 불나방들이야…. ytn의 구본홍 전 사장과 배석규 전무처럼 일종의 충성경쟁을 가속화 하지 않겠나. 무엇보다 언론인 출신들이 이런다는 데 정말 부끄럽다. 언론의 존재이유가 뭔가. 권력에 대한 감시자 역할 아닌가. 그런데 언론인의 자존심을 강자에게 굴복하고 꼬리 흔드는 것으로 꺾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로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중동 아웃! 절독운동과 광고주 불매운동 동시에 진행할 것"
-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19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현황보고를 받았다. 방문진 이사들은 대놓고 mbc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어 내부 반발을 부르고 있는데.
"민영화보다 사유화가 훨씬 적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이미 mbc는 민영방송의 성격을 갖고 있다. 주재원은 상업적으로 하되, 프로그램의 내용과 질은 공영성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지켜왔다. 이것은 분명히 평가해야 할 몫이다. 국민에게 시청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방송시장을 통틀어 가장 경쟁력 있고 수준 높은 방송을 해왔다고 평가해야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mbc가 민영인지 공영인지 정명(正名)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프로그램이 편향적이고 방만 경영을 해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 국민의 몇 퍼센트가 mbc가 편파방송이라고 생각할까. 별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채널에게 편파시비를 건다면 그건 국민 전체를 좌파로 매도하는 것과 같다. 방만 경영했다고 하지만, 국민에게 시청료 한 푼 받아간 일이 없다. 특별히 국민 부담을 지운 게 없다는 얘기다. 정권을 유지하는데 껄끄럽고 통제 안되는 보도가 계속 나가니까 그걸 손보려고 장황한 수사를 늘어놓는 것뿐이다."
- mbc 공영방송 사수운동에 내부 구성원들은 적극적일까.
"내가 mbc 구성원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솔직히 방송 현업인들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높은 임금과 편안한 생활의 보장. 또한 mbc의 제작역량은 한국에서 최고다.
그럼에도 mbc 구성원들은 언론과 언론인이라는 사명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이명박 정권을 상대로 이런저런 핍박을 받으면서도 큰 저항전선을 유지하고 있지 않나. 정말 높게 평가받을 일이다. 내부에도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이나 보수적인 사람들이 왜 없겠나. 그들에게 상업방송화, 재벌귀속 이런 건 큰 문제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mbc 구성원들은 건강한 언론인으로서 정권과 대립 각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mbc를 권력과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mbc의 방문진 투쟁이나 언론악법 저지투쟁을 다시 한번 살펴봐주셨으면 좋겠다."
- ytn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배석규 전무는 최근 인사를 통해 보도국장 교체, 보도국장 선출제 폐지, 돌발영상 피디의 대기발령 등을 단행했다. '손보기'가 여전한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보면, kbs, mbc 손보기 전에 ytn을 우선 접수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부 구성원들이 다수 온건하다고 오판한 것이다. 단숨에 접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저항에 부딪친 거다. 노종면, 현덕수 ytn 노조위원장은 조직적으로 저항하며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운동을 벌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것이다.
노조가 잘 조직돼 있던 곳도 아니고, 단 한번 피케팅조차 했던 일이 없던 노조였다. 그만큼 피해도 컸다. 6명이나 해직됐다. 사회 전체가 새 정권의 압도적 위세에 눌려 있을 때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게 ytn이다. 반면, 이제 ytn하면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다. 최근 조사에서 신뢰도도 높아졌다. 객관 공정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표출된 결과다.
또 ytn노조는 구본홍 사장의 전격 사퇴를 받아냈다. 배석규 전무와 새로운 싸움의 전선이 생기고 있지만 앞으로도 바르게 싸우는 ytn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기 매체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법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끝나지 않았다"
▲ 야4당과 언론노조,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연 미디어법 원천무효 장외집회. 앞줄 왼쪽부터 진보신당 노회찬, 민주노동당 강기갑, 민주당 정세균,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 남소연 야4당 장외집회
- 야당과 언론노조 등이 미디어법 무효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법 투쟁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끝나지 않았다. (웃음) 세 축이 준비 중이다. 첫째는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위한 천만서명운동과 헌법재판소의 바른 결정을 위한 활동이다. 구호가 아니라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워낙 상황이 명백해서 그 어떤 논리를 만들어도 헌법재판소 스스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9월 초순으로 예정된 공개심리까지 날치기 법안의 문제점을 계속 알릴 것이다.
둘째, 조중동 아웃 운동이다. 광고주 불매운동과 절독운동이 동시에 진행된다. 설사 헌법재판소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 날치기법안을 허용해준다 해도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해서 쉽게 정권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용적 무력화가 목표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법안 자체가 아니라 조중동을 앞세운 수구세력들이 전체 여론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힘으로 밀어붙여 일견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명백히 하자가 있는 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은 잊을 것이라고 기대할지 모르나, 중대한 결함이 있는 법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에 맞서 싸운다.
셋째 보도투쟁이다. 올바른 보도를 잘 하는 것도 언론노조의 임무다. 각 언론사에 속한 기자와 pd들이 공정언론을 위해 각개의 노력을 하도록 할 것이다."
- 3번에 걸친 파업으로 피로하지 않나.
"피곤해질 때도 됐다. 한겨울과 한여름, 우리는 해냈다. 파업 좋아하는 사람 누가 있겠나. 그러나 우리는 결코 지는 싸움을 할 수는 없다."
- 조중동 절독운동? 가능하겠나.
"조직력을 갖춘 단체들이 먼저 진행한다. 촛불시민들이 각개약진으로 나서 피해를 많이 봤다. 그런 일 없어야 한다. 따라서 조직된 노조가 먼저 나선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나설 것이다. 여기에 네티즌 단체들의 열의와 조직력을 합한다면 못할 게 없다. 앞으로 민주노총은 조중동 절독운동과 광고주 불매운동을 대중투쟁의 주력으로 삼는다는 데 동의했다."
- 언제부터 본격화 하나.
"이달 모든 회의가 끝나면 9월부터 본격화 된다."
- 방식은 어떻게 되나.
"지역별, 산별로 담당을 정하고, 전략적인 사업장을 설정한다. 전략지역을 선정해 홍보도 할 거다. 구호와는 사뭇 다를 거다. 몸으로 때우는 투쟁들은 일단락 될 것이다. 노동계 전체가 집중적으로 벌이는 운동으로 만들어야겠다. 광고주도 노조가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상품불매운동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권 차원의 탄압도 쉽지 않을 거다. 우리는 반노동적인 기사를 의도적으로 양산하는 매체와 그 매체를 후원하는 광고주에 대해 불매운동을 할 권리가 있다."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로비에서 열린 '7개 언론악법 저지, 조중동 재벌방송 저지를 위한 mbc노조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전날 국회 문방위에서 '언론관련법'을 기습상정한 고흥길 문방위원장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mbc파업
시장주의자들이 세제혜택 우기니 정말 깜찍하더이다
- 언론노조의 투쟁전략과 관계없이 조중동의 방송 사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조중동이 신문이나 하면 됐지 왜 방송까지 욕심부리느냐 비판한다. 또 조중동과 한패가 돼서 방송을 경영한다고 할 때 기업이 받는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않을 거다. 조중동에 반발하는 다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을 기업이 할까. 그럴 리 없다.
설사 국민반대라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조중동 방송이 출범한다 해도 정부와 조중동이 꿈꾸는 언론계 전체를 재편하는 차원에서 종합편성채널을 쥐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연내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과연 그들 뜻대로 될까. 국민의 저항이 높다면 그 시기는 당연히 뒤로 처지게 된다.
모든 걸 양보해서 다 그들 뜻대로 됐다고 치자. 그래도 우리 국민은 날치기로 통과된 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조중동 방송에 대해 시청거부 등 끊임없는 저항을 할 것이다. 방송에 참여한 자본 불매운동도 벌일 것이다. 방송에 들어온 걸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겠다."
-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어제 종편 채널 공모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공식 선언했다. 중앙은 인사발령도 냈고, 동아일보는 프로그램 공모까지 마쳤다. 조선일보도 이달 초 변용식 편집인을 단장으로 하는 방송진출기획단을 꾸리고 종편채널 경쟁에 뛰어들었다.
"절박하니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6월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신문이 방송을 하면 천천히 죽고, 방송을 안 하면 빨리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오늘날 신문의 위기가 크다는 얘기다.
신문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국민들이 외면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이제 와서 외부에 책임을 전가하며 매체 간 겸영과 교차소유를 주장한다. 문제는 신문신뢰의 위기가 방송한다고 없어지겠나 하는 점이다. 방송에 진출한다고 그들의 불신이 가려지겠나. 조중동은 방송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하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 조중동은 최근 1개면씩 털어서 세제혜택을 달라고 공개요구에 나서기도 했다.
"조중동은 시장주의자들이다. 공적 영역을 축소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이 방송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반시장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세제혜택과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의 허용, 사적인 사업에 공적 지원을 해달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그것도 모자라 제작시설을 공적기금으로 하자는 내용의 계획까지 하고 있다니 정말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아니, 정부가 조중동의 운영비용까지 대줘야 하나. 정말 깜찍한 발상을 하고 있다."
- 최 위원장은 방송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조중동 방송이 성공하겠나.
"반드시 망할 거라고 본다. 우리 국민이 바라보는 방송의 잣대는 공영성이다. 상업방송에게도 공영성을 요구하는 게 우리 풍토다. 가뜩이나 불신이 높은 3개 신문이 가장 신뢰도가 높은 방송을 소유한다? 현실적으로 소유까지는 가능할지 모르나, 운영에서는 반드시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정말 큰 문제는 조중동만 망하면 되는데, 다른 건강한 방송과 신문, 지역방송까지 오염시키고 죽게 만든 다음에 자기들도 죽는 것이다. 저가의 외국프로그램에다 보도채널 얹어놓고 종합편성채널이라 우기면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방송에 갖는 기대수준을 떨어트릴 것이다. 방송인으로서 그 점이 가장 안타깝다."
출처 : "조중동 방송진출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겠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