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파트 8층에 삽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향상 여덜시에서 아홉시 사이가 됩니다.
한 달전부터 생긴 일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종종 7층에 사는 고등학생 남학생과 같이 타게 되었습니다.
남학생은 내가 먼저 타고 나면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나는 처음 그 학생이 7층에 사는지 몰랐습니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내가 8층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남학생은 버튼을 누르지 않습니다. 8층에 도착하면 남학생은 내려가더군요.
종종 몇 번을 그런 상황을 겪고 보니 이 남학생이 참 자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7층에 한 번 멈춰서는 시간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까봐 일부러 8층에 내하고 같이 내려서는
묵묵히 7층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한 번은 남학생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일부러 뒤에 서 있다가
남학생 뒤에 몰래 탔습니다.
남학생은 나를 못 봤는지 7층 버튼을 누르더군요. 나는 7층 버튼이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하고
8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남학생이 힐끗 내가 8층 버튼을 누르는 것을 보더니 불이 켜진 7층
버튼을 눌려 불을 끄더군요.
요즘 10대들 버릇없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하던데 이 학생을 보고나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 학생에게 배웠다고 하는게 맞을 듯 싶습니다.
오늘 엘리베이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탔습니다.
내가 제일 늦게 탔는데 나를 알아보는 아주머니가 8층 올라가시죠 라면서 버튼을 대신 눌려주시더군요.
버튼에 불이 켜진 것을 보니 내가 내리는 8층을 포함해서 9층 14층 22층의 불이 커져 있었습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그냥 저는 9층에 내리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8층 버튼을 눌려 불을 껐습니다.
9층에 도착해서 8층으로 계단을 내려올 때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더군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작지만 실천했다는 기분에 뿌듯해졌나 봅니다.
정.경.사 게시판에서도 우리 모두 작더라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