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잇단 만리장성 늘리기..속셈은?.........

새터데이 작성일 09.09.27 18: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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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端 2곳 모두 고구려 터..고고학계 "동북공정 굳히기 의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이 최근 들어 만리장성 동단(東端) 늘리기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만리장성의 동단(東端)이 지금까지 알려진 산하이관(山海關)에서 한참 동쪽인 압록강변의 단둥(丹東) 후산성(虎山城)이라고 발표하더니 최근엔 또 다른 동쪽 끝인 랴오닝(遼寧)성 신빈(新賓)보다 10.9㎞ 더 동쪽에 있는 지린(吉林)성 퉁화(通化)현에서 만리장성의 유적이 발견됐다는 주장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후산성이나 퉁화현 모두 우리 고대사의 숨결이 흐르는 지역으로, 우리 고고학계는 중국의 이런 시도가 고대사 왜곡 논쟁을 촉발시켰던 동북공정의 '굳히기' 시도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25일 북한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후산성에서는 중국 국가문물국이 주관한 요란한 행사가 열렸다. '만리장성 동단 기점-후산'이라고 명명한 표지 개막식이었다.

중국 장성(長城)학회 비서장 우궈창(吳國强)은 "만리장성이 서쪽의 자위관에서 동쪽의 산하이관까지라는 게 정설로 여겨져 랴오둥(遼東) 장성은 지난 300년간 '묻혀' 있었다"며 "장성의 동단이 후산성임을 확인한 것은 중국 고고학계의 중대 사건이자 만리장성 본래의 면모를 회복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후산성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만리장성의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고고학계 인사들은 "만리장성의 동단이 산하이관이라는 교과서 내용은 이미 잘못된 것"이라며 "바로잡아질 것"이라고 밝혀 머지않아 교과서내용도 수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2년여의 측량조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며 만리장성의 길이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2천500여㎞가 더 긴 8천851.8㎞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산하이관-후산성 구간이 만리장성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데 대해 중국 고고학계는 "청나라 누르하치가 한족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랑과 담을 쌓으면서 이 일대 장성을 훼손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린성 문물고고학 연구소도 지난 22일 퉁화현 싼커위수진 남쪽에서 길이 172m, 높이 4m 규모의 진한(秦漢)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만리장성 유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자오하이룽(趙海龍) 연구팀장은 "출토된 도자기 파편 등의 유물이 한대 중기의 특징이 있다"며 "한나라의 고도인 츠보쑹(赤柏松)에 인접한 점으로 미뤄 츠보쑹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새롭게 만리장성 동단으로 규정한 후산성은 오랫동안 고구려의 대표적 산성인 박작성으로 인정돼왔다. 서기 648년 당(唐) 태종(太宗)의 침략에도 함락되지 않았던 성이다.

중국도 2004년 후산성 증축과 후산성 역사박물관 건립 전까지는 후산성의 성벽이나 대형 우물 터 등에 고구려 유적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를 내걸었다. 그러다 후산성 증축과 함께 슬그머니 안내판에서 고구려에 관한 언급을 모조리 삭제했다.

후산성 역사박물관 내에 있는 '당조강역도(唐朝彊域圖)'에는 고구려와 백제를 당나라 영역으로 표시하고 삼국 가운데 신라만 독립국가인 것처럼 구분해놨다.

우리 고고학계는 "요동은 물론 만주까지 원래의 중국 영토였음을 강조하기 위해 명나라 때 여진족을 막으려고 산하이관 동쪽에 세웠던, 장성과는 구별되는 호원(壕垣.도랑과 담)인 '요동변장(遼東邊藏)'을 만리장성에 편입시키면서 고구려의 박작성마저 만리장성으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했다.

최근 만리장성 유적이 발견됐다고 밝힌 퉁화현 역시 인근 지안(集安)과 함께 대표적인 고구려 발흥지로, 2006년 고구려 초기로 추정되는 무덤 50여 기가 몰려 있는 2개의 고분군이 발견됐던 곳이다. 당시 퉁화현 고고학계는 이를 근거로 기원전 37년 고구려 주몽이 나라를 세운 곳은 랴오닝 환런현이 아닌 퉁화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고구려 박작성이 만리장성의 동단으로 편입된 데 이어 공교롭게도 또 다른 고구려 근거지에서 재차 만리장성의 흔적이 나타났다. 동북공정이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차지하려는 학술적 시도였다면 만리장성 늘리기는 '물증 확보'를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우리 고대사 유적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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