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거래소 이사장, 정부 압력에 결국 사임
뉴시스 | 박대로 | 입력 2009.10.13 10:37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이정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결국 사임했다.
이정환 이사장은 13일 오전 "소직은 13일자로 한국거래소 이사장직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이사장은 이로써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1년7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 이사장이 공직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외풍에 시달리더니 결국 사임했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업계가 가리키는 외풍은 '정부의 외압'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정환 이사장이 취임 당시부터 현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3월 거래소 신임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이던 이정환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L씨를 밀어내고 이사장에 올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29일 한국거래소를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결국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한국거래소를 통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자 이 이사장은 지난 3월19일 "공공기관(준정부기관) 지정이 해제될 경우 사임하겠다"며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소속부제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정부와 이 이사장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코스닥 소속부제는 이 이사장이 야심차게 진행해온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15일 열릴 한국거래소 국정감사에서 이 이사장에 대해 사퇴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이 이사장은 결국 사임하는 쪽은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이날 사직서를 통해 다시 한 번 공공기관 해제를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제가 현 시점에서 사임함으로써 정부에서도 그동안 정부(구 재경부, 현 금융위원회) 스스로 추진해 왔던 거래소 허가주의 입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 후진적인 자본시장통합법이 선진화되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거래소 허가주의란 일정 자격만 갖추면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사장의 주장은 입법안이 통과돼 국내에 한국거래소를 제외한 복수의 거래소가 생기게 되면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요건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는 한국거래소에 대해 G-20의장국 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해 주실 것을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