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논란은 결국 특혜받은 외고가 제 역할을 했냐는 문제죠...
아고라 라이언킹님 글 퍼옴
사족) 여러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문제의 핵심은
'특혜' 부분이고, 그 특혜란 일반고등학교들은 하지 못하는 '학생선발권'과 '교과편성권'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특혜'는 막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와 국제화를 위한 인재의 양성'이라는 점입니다.
만일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 그 공부 잘 가르친다는 외고들에게서 학생선발권을 박탈해보면 됩니다. 평준화 시켜서 주변 학생들중에서 뺑뺑이로 학생들을 뽑아다가 가르쳐보라고 그러십시요. 그러면 당장 일반고등학교 수준으로 떨어질껄요... ㅋㅋㅋ 이런 간단한 이치를 뭘 그리 복잡하게들 말씀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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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야자(야간 자율학습)을 하는데 반에서 2~3등하는 학생 한명에게 영어말하기 전국대회 참가를 위해서 야자를 빠지고 학원에 갈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영어학원에 가서 영어도 공부하지만 나머지 수능 과목도 고액 과외 수강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이 학생은 전교 1등을 맨날 하게 됐답니다.
그래서 나머지 학생들이 막 항의를 했죠... '왜 재만 야자 빼주고 고액과외도 허락하느냐 ? 그럴 바에야 우리도 그렇게 해주라... 그러면 우리도 저놈 보다 더 잘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이러더랍니다. 어쨌든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나왔는데 내가 공부 잘하는게 배아프냐 ???
이게 공정한 경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런 것이 그 학생이 뛰어난 능력만으로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 났다고 생각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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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외고문제를 놓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고는 이미 명문화되어 있는데 그런 명문 고등학교를 왜 굳이 하향수준화 하려느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고, 또 한가지 어차피 일반고도 사교육을 엄청나게 많이 받는데 왜 외고만 때리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부분에만 집중하면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진짜 논란의 핵심은 그런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핵심은 과연 외고가 자신들에게 부여된 특혜에 대해서 얼마만큼 책임감을 갖고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해봐야 외고에는 엄청난 특혜가 주어져 있습니다. 바로 1.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재량권과 2. 학생 선발의 재량권입니다. 이 재량권이 중요한 것은 우수한 학생들을 입도선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서 학교에서 잘가르치고 못가르치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학업성적이 잘 나올 수 있는 학생들만 골라서 선발할 수 있고, 또 그런 학생들에게 입시에 유리한 교육과정을 직접 편성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생각해보십시요. 이런 특혜는 말그대로 땅집고 헤엄치기 입니다. 이것은 건전한 경쟁의 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외고들에게 그런 특혜를 부여했느냐 ? 그것은 바로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라고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외고 상황을 보면 외양은 어느정도 국제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것 같은 외피를 두르고 있으면서 내면적으로는 명문대입시를 위한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았습니까 ?
어학에 특기가 있고 국제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그 방향으로 잘가르치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에서 무조건 전체 입시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모아서 대학입시에 유리한 공부만 잔뜩 시켜놓는 것이 특혜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주어진 권한을 확대 적용해서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학사운영을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외고들은 결국 잘 가르쳐서 그런 학력 수준이 나온 것이 아닙니다.
만일 일반고등학교와 같은 조건으로 학생들을 받아서 그렇게 우수한 결과를 만들어 놓았다면 당연히 칭찬을 받고 다들 존경할 학교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닙니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아예 출발부터 50미터쯤 앞서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규칙은 없습니다. 오히려 외고들에게 준 경기는 110미터 허들 종목인데 그 종목을 아무리 해봐야 별로 빛도 나지 않으니 기왕 달리는 것 각지역의 100미터 달리기 대표 선수들만 골라 뽑아서 100미터 달리기에도 출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학교들은 지역 대표는 커녕 자기 지역에서도 달리기를 잘하건 못하건 그냥 뺑뺑이로 선수들을 받습니다. 그중에서는 수영을 잘하는 선수도 있고 운동은 아예 못하면서 글쓰기만 잘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지금의 평준화 고교들이 이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당하게 경쟁을 해 놓고서는 자신들이 잘가르쳐서 자기네 학교에서 국가대표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명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이학교에 뽑혀가려고 달리기가 적성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들 달리기만 연습합니다. 투포환선수도 넓이뛰기 선수들도 말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그럴바에야 차라리 달리기 전문 학교가 아니라 그냥 체육 고등학교가 되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인가요 ?
자꾸 학생들을 내세워서 감성적으로 보호막만 치지 말고 당당히 시장에 나와서 겨뤄보라는 말입니다.
전체의 아주 적은 수가 목적에 맞는 진로를 정하고 학습을 하는 모양을 보여주고 나머지 대다수는 그냥 입시에 올인하는 현실을 두고서 목적대로 운영을 잘하고 있는데 왜 참견이냐 ? 그런 말을 하면 않되죠... 이런 것을 두고 '사기'라고 합니다. 만일 백화점에서 선물용 굴비세트를 샀는데 맨 윗줄만 판매가격에 맞는 굴비이고 아랫부분에는 굴비가 아닌 부쉐를 넣었다면 당장 고발 당할 겁니다.
국제적인 인재가 법대나 의대에 왜 그렇게 많이갑니까 ? 하긴 그런 것을 두고도 국제적으로 법이나 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그러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렇게 억지 춘향 주장을 하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런 것은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만일 다른 학교들, 특히 강남의 일반고등학교들에게도 그런 자율권이 주어졌더라면 과연 지금의 주요 외고들만큼 하지 못했을까요 ? 아니 강남은 그만두고라도 강북 어느지역의 일반고교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아마 지금의 외고보다 못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특혜 맞습니다.
정치권에서 외고를 폐지하고 자사고로의 전환등을 주장하는 것도 바로 앞서의 특혜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자사고의 경우는 교육편성권에 있어서 상당부분 재량이 주어집니다. 또한 학생선발과정도 직접 입시를 치루지는 않지만 어느정도는 선발권이 주어집니다. 결국 비슷합니다.
그 다음으로 파생되는 문제점은 그런식의 파행운영되고 있는 몇몇 학교들을 위해서 전국의 모든 중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몰리고 교육비가 치솟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정책에 동의하지 않지만) 차라리 그럴바에야 어느정도의 자율권을 준 학교들을 대폭늘려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에 가는 길을 넓혀주고 그 결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보자는 것입니다.
외고의 학년정원은 대충 8,000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입시결과에서도 보듯이 소위 명문대학이라는 학교들도 외고에서 상위권 학생들만 원하고 있습니다. 외고생이라고 하더라도 하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가기가 힙들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이 일반고에서 공부했다고 하면 그보다는 나은 결과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밀리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결국 외고 상위 2~3천명 학생들과 입시학원들의 이익을 확보하려고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들러리 서는 꼴이 지금 외고 입시시장의 모습이란 말입니다.
우선 이정도만 언급해두겠습니다.
외고의 폐지와 자사고 전환 또는 일반고 전환은 나중에 또 언급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