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날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군은 오전 8시30분에 시작하는 보충수업에 5분 지각했다. 송군의 담임교사가 보충수업 준비를 위해 미리 와 있으라고 했던 8시23분보다는 12분 늦었다.
송군은 지각한 벌로 교실 복도에서 10분 동안 ‘엎드려뻗치기’ 얼차려를 받고 교실 밖에 서 있은 뒤, 오전 9시20분 교무실로 불려갔다. 담임교사는 각서를 건네주며 “아버지 사인을 받아 오라.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송군은 이날 4명의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 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6월12일, 송군의 큰아버지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에 “조카는 평소 담임교사로부터 도를 넘는 언사와 체벌을 받은 바 있다. 사고 당일에도 아침에 지각했다는 이유로 기합을 받았고 자퇴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쓰게 하고 부모님 확인을 받아 오게 해 자살에 이르렀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송군의 친구들은 “송○○은 평소 아버지를 매우 무서워했다”며 “교무실에 다녀온 뒤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10일 결정문을 내어 “담임교사가 송군한테 작성하도록 요구한 각서는 자퇴할 것을 서약하는 등 학생지도에 필요한 정도의 범위를 벗어났고, 학교장 승인도 없이 교사가 임의로 학교장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신체·양심의 자유를 제약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어, 해당 학교장에게 담임교사를 경고조처할 것과 다른 교직원들에게 인권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충북교육감한테는 각서, 체벌 등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문은현 인권위 조사관은 “송군이 지각을 자주 하는 편이었지만 교우관계 등 다른 면에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며 “학교가 학생을 무조건 체벌하기보다 아이들 마음을 살피고 보듬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요즘은 저런것도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