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존재 이유 망각하고 있다”
엄기영, 정권의 MBC ‘압박’ 시사 2010년 02월 09일 (화) 22:39:56 미디어오늘 최훈길 조현호 기자
엄기영 사장이 “방송의 독립성·경영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방문진이 설립이 됐는데 (지금의)방문진은 방송을 경영하고 섭정하
고 있다”며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엄기영 사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방문진은)MBC를 감독할 뿐이지 구체적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M
BC)이사 선임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엄 사장은 지난 8일 사퇴 선언 당시 “방문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엄기영 사장은 “내가 MBC에 36년 동안 있었는데 인사기록 카드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엄
사장은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이 MBC를 떠난 지 십수 년이 됐고 야당측 인사들도 그렇다”며 “나머지 사람들은 한 번도 MBC
에 없던 사람들이 (MBC 이사에)누구 들이대서 민다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압력을 받았거나 오해를 충분히 사게 되지 않겠느
냐”고 물었다.
▲ 엄기영 사장은 지난 8일 오후 마지막 퇴근길에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노조원들과 만나 "위기는 있지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라며 "MBC는 항상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노조
엄 사장은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감독권을 주장하는 방문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프로그램 감독을 하고 싶다
면)방문진이 직접 MBC 경영을 해야 한다”라며 “MBC 사장은 뭐 하러 뽑습니까. 방문진 이사장이 사장돼서 하면 되죠. 그것
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엄 사장은 “구체적인 경영 행위에 대해 ‘감 놔라, 팥 놔라’ 하고 보도 행위에 대해 ‘왜 (공정성이)빠졌냐’고 비판하면 공영방송
MBC가 존재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퇴 배경에 대해선 그는 “같이 일할 사람을 내가 고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라며 “오래전부터 내가 내놓은 인사
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릴 생각을 하고 (당시 이사회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칙의 문제이
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었다”며 “강행할 경우 더 이상 사장으로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방문진이)선임하는 일이 관례로 남으면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며 “MBC 구성원들이 임원 되려고 방문진 이사를
상대로 로비하고 술 사고 만나야 한다. 그럼 이후 구성원들이 내 말을 듣겠냐, 방문진 말을 듣겠냐”라고 물었다. ‘공영성 훼손
을 낳을 것으로 보나’는 질문에 그는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답변했다.
엄 사장은 ‘그동안 정권이 MBC 인사권에 대한 압박이 심했나’라는 질문에 “보통 생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겠는거”라며 의
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앞서 엄 사장은 사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지금의 상황은 사장으로 남는 것이 MBC의 위상에 오히려 누가 될 수 있는 국면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좋은 방송 만들고 대한민국 최고의 일류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는 것이 물러가는 선배의 염치
없는 부탁"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