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치광이의 낙서
---아고라 퍼옴---
그것은 한 낙서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장난인가 싶어 무심코 지나쳤던 어느 골목길의 담벼락 낙서.
구불 구불하고 제멋대로 휘갈긴 못난 글씨로 굵게 적힌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필시 이 동네 미치광이의 소행이리라.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해 여름 들리는 풍문에 낙서의 주인은 뼈도 못 추리고 흠씬 두들겨 맞아 객사했다더라
머리 위로 피가 솟구쳐 끈적하게 얼굴을 뒤덮고 허연 치아가 검붉게 범벅이 된 꼴로
웃으며 단 한마디 남겼다더라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정말 단단히 **놈이로구나!'
벌건 대낮에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친구는 한숨처럼 한 마디 뱉어냈다.
한낱 미치광이의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이라.
괜찮아 별거아냐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오로지 내 입에 풀칠만 잘하면 돼.
그런데 어느 날, 퇴근 후 골목길 담벼락에 미치광이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하나가 아닌 둘로 셋으로 넷으로...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광인(狂人)들의 낙서로 담벼락은 꺼멓게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세상은 점점 미쳐갔다.
미치광이들은 담벼락에서 길거리로 광장으로 마구 쏟아져 나왔고
나는 방구석에서 누워 조용히 이 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미치광이의 죽음을 한숨처럼 내뱉던 친구가
며칠 전 어느 길가에 차갑게 나뒹구는 모습을 보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름 모를 미치광이들은 시퍼런 새벽 빛에 이슬처럼 사라지고
밤사이 영글고 다시 사라지고 다시 영글고...
왜,어쩌다 모두들 미쳐가고 있는걸까?
민주주의가 무엇이기에 우리 집 담벼락도 내 친구도 모두 미쳐버린 걸까?
달도 섧게 울던 밤이었다.
요란한 호각 소리에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듯 울어제끼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시멘트 바닥에 질질 끌리는 슬리퍼짝 소리에 **놈마냥 귀를 막고 입을 막고 눈을 막고
두터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느라 숨이 막혀 환장하겠지만...
"그래, 죽는 것 보단 나으니까..."
그렇게 광인들의 시대가 흘러 흘러 이불을 걷어 내렸을 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세상은 조용했다.
그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세상은 눈부시게 변해있엇다.
시커먼 담벼락은 이미 누군가 새 하얗게 페인트 칠을 해놨고
거리엔 미치광이 대신 웃음이 넘쳐났고 나처럼 모두들 제 살기 바쁘게 지냈다.
꿈도 있었고 희망도 피어 올랐다.
그리고 ...
몇 해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던 그 어느날,
푸른 빛이 감도는 새벽을 벗삼아 여느 때처럼 담벼락을 따라 길을 나섰고
나는 또 보고야 말았다.
'민주주의여! 일어나라!'
가난을 사랑했고 눈물을 사랑했고
신념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던
오로지 가슴 속 뜨거운 사랑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셨던 나의 캡틴,
죽어도 죽지 아니하고
내 가슴 속에 활활 타올라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로 살아 나시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 두 분 모두
아픔이 없는 세상에거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두 분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글쓴이 올림.-
출처 소울드레서(soulDres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