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치광이의 낙서

글로벌비전 작성일 10.03.07 23: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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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치광이의 낙서

 

 

---아고라 퍼옴---

 

 

 

 그것은 한 낙서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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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장난인가 싶어 무심코 지나쳤던 어느 골목길의 담벼락 낙서.

 구불 구불하고 제멋대로 휘갈긴 못난 글씨로 굵게 적힌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필시 이 동네 미치광이의 소행이리라.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해 여름 들리는 풍문에 낙서의 주인은 뼈도 못 추리고 흠씬 두들겨 맞아 객사했다더라

머리 위로 피가 솟구쳐 끈적하게 얼굴을 뒤덮고 허연 치아가 검붉게 범벅이 된 꼴로

웃으며 단 한마디 남겼다더라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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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단히 **놈이로구나!'

벌건 대낮에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친구는 한숨처럼 한 마디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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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미치광이의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이라.

 괜찮아 별거아냐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오로지 내 입에 풀칠만 잘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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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퇴근 후 골목길 담벼락에 미치광이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하나가 아닌 둘로 셋으로 넷으로...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민주주의여! 일어서라!'

 

광인(狂人)들의 낙서로 담벼락은 꺼멓게 몸살을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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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미쳐갔다.

미치광이들은 담벼락에서 길거리로 광장으로 마구 쏟아져 나왔고

 나는 방구석에서 누워 조용히 이 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미치광이의 죽음을 한숨처럼 내뱉던 친구가

며칠 전 어느 길가에 차갑게 나뒹구는 모습을 보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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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미치광이들은 시퍼런 새벽 빛에 이슬처럼 사라지고

밤사이 영글고 다시 사라지고 다시 영글고...

 

왜,어쩌다 모두들 미쳐가고 있는걸까?

민주주의가 무엇이기에 우리 집 담벼락도 내 친구도 모두 미쳐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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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도 섧게 울던 밤이었다.

요란한 호각 소리에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듯 울어제끼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시멘트 바닥에 질질 끌리는 슬리퍼짝 소리에 **놈마냥 귀를 막고 입을 막고 눈을 막고

 두터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느라 숨이 막혀 환장하겠지만...

 

"그래, 죽는 것 보단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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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광인들의 시대가 흘러 흘러 이불을 걷어 내렸을 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세상은 조용했다.

그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세상은 눈부시게 변해있엇다.

 

시커먼 담벼락은 이미 누군가 새 하얗게 페인트 칠을 해놨고

거리엔 미치광이 대신 웃음이 넘쳐났고 나처럼 모두들 제 살기 바쁘게 지냈다.

꿈도 있었고 희망도 피어 올랐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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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던 그 어느날,

푸른 빛이 감도는 새벽을 벗삼아 여느 때처럼 담벼락을 따라 길을 나섰고

나는 또 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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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여! 일어나라!'

 

 

가난을 사랑했고 눈물을 사랑했고

신념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던

오로지 가슴 속 뜨거운 사랑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셨던 나의 캡틴,

 

죽어도 죽지 아니하고

내 가슴 속에 활활 타올라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로 살아 나시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 두 분 모두

아픔이 없는 세상에거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두 분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글쓴이 올림.-




      
 

출처 소울드레서(soulDres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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