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모자·마스크 없이 흉악범 얼굴 6년만에 공개
10일 오후 4시 30분쯤 부산 사상구 사상경찰서. 여중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압송돼 들어왔다. 경찰서 주변에는 시민 1000여명이 여중생 이모(13)양을 처참하게 살해한 김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모였다. TV·인터넷을 통해 김이 사상경찰서로 압송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미리 와 기다리던 시민이었다.
경찰서 내 주차장에 김길태를 태운 차량이 멈추고 김이 내리자 순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김길태다" "죽여라"는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압송 차량에서 내린 김은 회색 후드티와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얼굴 좀 보자"는 외침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압송 차량에서 내린 김은 고개를 숙였고 긴 머리가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모자·마스크 등으로 얼굴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이날 김길태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잔혹한 흉악범이라는 판단에 따라 그의 얼굴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김희웅 사상경찰서장은 "김길태의 얼굴을 언론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수사본부에서 내렸다"고 했다. 중대 범죄자 얼굴 공개도 인권 침해라는 논란에 밀려 경찰이 흉악범 이름과 얼굴도 감춰주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첫 얼굴 공개 사례다.
김은 이날 오후 2시 45분쯤 사상구 삼락동 현대골드빌라(3층) 옥상에 있다가 경찰에 발각돼 검거됐다. 경찰관 2명이 수색을 위해 옥상 문을 여는 순간 김은 바로 옆 동(棟) 옥상으로 건너뛰었고, 이어 빌라 건물들 사이 50㎝가량 틈에 등과 팔다리로 버티며 옥상을 내려갔다.
김은 태연한 척 빌라 주차장을 걸어나갔지만 다른 경찰관이 이를 발견하고 "잡아라"고 외쳤고, 김은 다시 뛰어 달아났지만 곧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이날 "음식물이 자주 없어진다"는 시민 제보에 따라 이 일대에 김길태가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220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그물망식 수색작전을 펼쳤다.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은 "김길태가 검거돼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며, 무엇보다 희생된 여중생 이모양에게 그나마 덜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