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박주현 기자]
▲ 스승의 날에 즈음한 강사들의 기자회견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시민단체 및 학생단체 등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강사도 선생이다. 교원법적지위 부여하라."
"선생도 사람이다. 선생답게 대우하라."
"신성한 학교에서 비정규직 철폐하자."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대학 강사들이 목청을 높였다. '암울한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참 스승의 길을 가겠다'던 그들이 끝내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섰다. 다른 전임교수들에게 쏟아진 위로와 축하 대신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로 슬프게 외쳤다.
14일 오전 11시부터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윤정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을 낭독했다. '스승의 날에 즈음한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은 "비정규직 천대하는 교과부 장관 각성하라"며 "비정규직 착취 제도의 원형인 대학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비정규직 착취 제도의 원형, 대학 시간강사제도 철폐하라"
▲ 슬픈 스승의 날... ‘스승의 날에 즈음한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강사들은 “비정규직 천대하는 교과부 장관 각성하라”며 “비정규직 착취 제도의 원형인 대학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민주노총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학생단체가 함께 한 이날 행사에서 비정규교수노조 윤정원 위원장은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교과부 장관 면담을 하자는 공문을 보낸 지 한참이 지나서야 다른 일정 때문에 어렵다는 통보만 받았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 교과부의 수장"이라고 교과부를 강력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시간강사 수는 4년제 대학에서만 5만5000명을 훌쩍 넘기고, 대학교육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교육부는 권한과 보수 및 신분 보장 없는 껍데기 교원제도를 도입하거나, 교원의 교육과 연구의 일부 기능만 떼어내 소수에게만 그것을 부여한 뒤 그들을 교원으로 간주하는 고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간제 교수제도에 대해서도 강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사학재단들은 앞으로 전임교원을 거의 뽑지 않을 것"이라며 "교수 사회는 기간제나 반쪽짜리 교원으로 넘쳐나고 자본의 논리만 판치는 대학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황폐해 질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가 사회분열과 갈등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대학 시간강사문제의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리고 있는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나타냈다. 흘러나온 내용들이 미봉책 뿐, 실질적인 대안이 못 되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강사들은 "실권도 없는 위원회에서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가상하지만, 강좌교수제를 하려면 5000명 정도가 아니라 전 대학에서 최소 5만명 규모로 전면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 대학 강사들의 10% 정도만 '간택'되어, 법정강의시수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1인 가구 표준생계비 정도 밖에 못 받으며, 의사결정에서의 권한도 제대로 없는 그러한 껍데기 교원만 양산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강사님들, 강의 오시는 날 노조사무실에서 선물 받아가세요"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홈페이지.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강사들은 "좀 더 진지한 고민을 거친 후 대안을 내 놓을 것"을 요구한 뒤 "비정규직 착취 제도의 원형, 대학 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의 어느 날, 우린 무너져 가는 교육 현장을 살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성명 말미에 밝혀 오가는 행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날 이들이 교과부에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등교육재정을 OECD평균 수준으로 확보하고, 전임교원충원률 100%를 먼저 달성할 것 ▲대학시간강사제도를 비롯하여 스승을 '시간급'으로 일하도록 하는 각종 제도를 즉각 철폐할 것 ▲강의전담교원, 산학협력교원 등의 반쪽짜리 교원제도 도입을 즉각 철회할 것 ▲대학강사들을 시간급에서 해방시키고, 전면적으로 교원법적지위를 부여하여, 교원답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즉각 보장할 것 ▲학교내 비정규직을 철폐할 것 등이다,
오늘날 대학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잘 웅변해 주고 있는 대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대학 강사들은 "절망하지 않고 참 스승의 길을 가겠다"는 말로 이날 성명낭독을 마무리 지었다. '대학의 유령' 또는 '보따리 강사'란 무거운 멍에를 짊어지고 각 대학에서 강단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스승의 날은 더욱 우울하고 슬픈 날이다.
그런가 하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일부 대학들은 학내 비정규교수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는 조촐한 행사를 마련해 시선을 끌었다. 다른 대학 강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는 14일 분회 홈페이지에 '스승의 날 선물 받아 가세요'란 제목과 함께 "현재 경북대분회에서는 어느 해 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2010년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단체교섭이 체결되기 전에는 이전에 체결된 2008년 단체교섭 내용을 적용받고 있지만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복리후생비를 청구해서 조그마한 마음의 선물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선물은 학교에 강의오시는 날 오전 10시~오후 6시 사이에 경북대분회 사무실로 오셔서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란 마지막 문구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스승의 날 맞아 노조분회 사무실 앞 '솔밭'에서 점심식사..."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도 스승의 날을 맞아 비정규교수들을 위해 가벼운 위로행사를 마련했다는 내용을 '스승의 날 자축연'이란 제목과 함께 홈페이지에 안내했다. '분회 사무실 앞 솔밭'에서 이뤄진 점심식사와 담소의 자리다. 초라하지만 서로를 위한 자리란 점에서 의미가 커 보인다.
분회 측은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강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했다"며 "원래는 개강을 맞아 자리를 마련하려 했지만 그동안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스승의 날이 든 주간을 택하게 됐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전임교수들이 강의실과 연구실 등에서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학생들에게 축하받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지 않는가?
그러나 대학에서 이러한 상반된 모습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 그동안 정부, 특히 교육당국은 교원법정충원률이 낮은 대학이 전임교원을 뽑지 않고, 전혀 특수하지 않은 상당수의 교과목을 강사에게 맡겨도 이를 계속 방조했다. 그런 사이에 정규직 전임교수들과 똑같이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들이 받는 대우는 하늘과 땅, 천당과 지옥에 비유될 만큼 잔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비정규교수노조 관계자는 "박정희 정권이 고안하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이 대폭 확산시켰으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조차도 확대되고 있는 오래된 착취 제도의 원형, 대학 시간강사제도는 이제 다른 공공부문에도 전염 되었다"며 "초중등학교에서도 대학시간강사제도를 그대로 베낀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가 수만 명씩 넘쳐 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내 시간강사 문제는 수십 년 간 여러 보고서를 통해 현황 조사와 대안 제시가 이뤄졌지만 아무 대책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대책은 나와 있는데 대학과 정부의 해결 의지가 문제인 셈이다. 당장 재정적인 문제를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
시간강사 강의료 평균 3만6400원, 대학별 최대 3배 넘게 차이
그럼에도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최근 공개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전국 4년제 186개 대학에서 강의료가 5만원 이상인 대학은 10분의 1 수준, 또 4만원 이상은 3분의 1 수준, 3만원 이하는 5분의 1수준에 이른다.
실제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 강의료는 평균 3만6400원이며 대학별로 최대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4년제 일반대학 190곳 중 186곳의 시간강사 강의료를 공개했다. 대학별 시간강사 강의료 현황은 올해부터 대학정보공시 항목에 포함됐다.
'2010년도 대학별 시간강사 시간당 강의료 지급단가'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의 시간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평균 3만6400원으로 집계됐다. 27개 국·공립대의 시간강사 강의료는 평균 4만1400원으로, 사립대 3만5600원보다 5800원 많았다. 수도권 대학(3만7900원)이 비수도권 대학(3만5500원)보다 2400원 많이 줬다. 평균 강의료보다 많이 지급하는 대학은 83곳이며 나머지 103개교는 평균에 못 미쳤다. 4년 전과 비교해 보면 국·공립대는 1000원, 사립대는 5000원 가량 오른 것이다.
대학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980일 넘게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학강사 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김동애 본부장은 "1998년 이후 8명의 시간강사가 목숨을 끊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시간강사를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일이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했다.
대학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선 정치권과 정부, 대학의 적극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교원지위 회복 없는 처우개선은 핵심문제인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미봉책에 불과하다. '각 학교에서 학생을 직접 지도·교육하는 자'로 돼 있는 교육법의 교원규정으로 보면 시간강사도 교원지위를 가져야 하지만 시간강사의 지위는 비정규, 비전임 근로자에 불과하다.
대부분 한 학기 시작과 함께 계약이 이뤄져 학기 종료와 함께 계약이 만료되는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고용불안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한국 대학사회에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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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하시는 분들..
승용차로 출퇴근하시는 분들 중엔 차비도 안나온다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교육개혁... 이런것도 좀 넣어주면 안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