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병이 물기둥 봤다? 물리적으로 불가능" 언론3단체 천안함 검증 "언론보도, 진상 왜곡하는 쪽으로 흘러"
천안함이 북한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며 어뢰 잔해 등 증거자료까지 제시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언론 현업인들이 증거와 발표내용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합조단 즉각 해체와 사고 책임자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과 한국기자협회(회장 우장균), 한국PD연합회(회장 김덕재)
등 언론현업인 3단체로 구성된 '천안함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검증위)는 4일 한 달
여 동안 제기됐던 의혹과 조사결과 내용을 검증한 결과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합조단의 주장
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합조단의 발표에 대해 "제시한 증거들이 증거로서 가치가 제한적이며, 합조단 스스로
도 과학적 분석이 미흡했음을 인정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며 "사고 좌표조차
도 여전히 특정되지 않는 등 정보공개가 미흡할 뿐 아니라 사고원인의 각종 판단에 있어 주관
적 판단이 개입돼 있다"고 비판했다.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은 우선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존재를 보여주고자 제시한 사진의 크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 위원은 합조단이 제시한 잠수정의 사진에 대해 구글어스 프로그램 상에
서 재어본 결과 32∼36m가 나오고, 폭은 3.7∼4.1m가 나온다고 밝혔다. 실제 잠수함을 제원별
로 보면 상어급 잠수함이 길이 34m, 폭 3.8m이며 유고급의 경우 길이 20m, 폭 2m이고, 이 중간
쯤에 있다는 연어급은 길이가 29m 정도라고 합조단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증위의 분석 결
과 합조단이 제시한 사진은 상어급에 가깝다.
▲ 구글어스로 국방부가 공개한 연어급 잠수정 사진의 크기 측정 결과. ⓒ천안함 검증위
또한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제시한 사진의 경우 상어급 잠수정과 연어급 잠수정의 길이를 비
교했는데, 노 위원은 이에 대해서도 송 의원이 연어급 잠수정 길이를 측정할 때 흘수(물 속에
잠긴 부분-희미하게 보임)의 길이를 빼고 측정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송 의원이 측정했다
는 연어급의 길이 29m에 대해 "물에 잠긴 흘수를 포함해 측정하면 길이가 37m가 되며, 이는 상
어급 잠수정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사진은 과거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도 보도
된 바 있었고, 당시 두 신문 모두 상어급으로 기재돼있었다.
▲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구글어스로 북한 연어급 잠수정 사진
의 크기를 측정했다. 그러나 흘수(바다밑에 잠긴 부분)을 고려하
지 않고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검증위
▲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구글어스로 측정한 북한 연어급 잠수
정 사진의 크기를 다시 흘수를 고려해 측정한 결과. ⓒ천안함 검
증위
해병대 초병이 사고직후 100m의 물기둥과 백색섬광을 봤다는 합조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굉음
소리를 들은 뒤 해당지역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물기둥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물기둥 증언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국방부와 합조단이 '못봤다'(4월7일) '허연게 하
늘로'(4월9일) '물기둥 옆으로 나갈 수도'(4월25일) '작은규모 물기둥관측'(5월2일) '100m 물기
둥 목격'(20일) 등 자꾸 말이 바뀌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노 위원은 특히 물기둥을 목격하는데 드는 소요시간을 계산해 제시했다. 소리전달 속도 초당 3
40m와 초병이 관측한 위치와 사고발생 지점까지의 거리 최소 4km를 고려해볼 때 폭발음이 초
병에까지 전달되는 시간은 11.8초가 나온다는 것이다. 노 위원은 "버블제트 폭발직후 물기둥
의 꼭지점까지 올라가는 데 4∼5초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병이 소리를 듣고,
돌아서서 100m 짜리 물기둥을 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의문을 갖게 된다"고 제기했다.
▲ 최소 4km 떨어진 목격지점에서 발생한 소리가 해병대 해안 초병에게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 계산. ⓒ천안함 검증위
항적에 관한 것도 반드시 풀어야 할 의문으로 제시됐다. 노 위원은 해군이 사건발생 직후 제시
한 해점의 좌표와 이후 폭발원점이라고 제시한 좌표의 차이가 무려 2.17km나 난다며 "아무리
잘못 찍어도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해군이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한 해도에 '최초 좌초'를 누가 누구에게 얘기를 듣고
썼는지 의문이며 △KNTDS상 천안함이 사라진 좌표와 해군이 사고위치라고 발표한 좌표간 거
리가 600m 차이나는 것도 해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
특히 천안함이 KNTDS 상에서 사라진 지점은 해군 발표 사고좌표로부터 북서방향으로 600m가
떨어진 곳이고, 그 시각은 당일 밤 9시25분으로 사고발생 3분 동안 약 시속 1km의 속도로 북서
진했다는 얘기가 된다. 함미는 사고발생지점에서 발견됐고, 함수는 6.4km 남쪽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조류의 방향이다.
함수가 사고지점으로부터 6.4km 남쪽에서 발견됐다는 것을 고려할 때 조류의 방향은 남쪽 방
향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데 조류의 방향을 거슬러 3분간 북서진하다 KNTDS에
서도 사라진 뒤 다시 함미는 사고원점으로, 함수는 훨씬 아래쪽으로 갔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는 것이다. 노 위원은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으로 반드시 규명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이는 두가지 가설이 가능한데, 해군발표 사고지점에서 폭발했다면 3분간 침몰하면
서 북서방으로 전진했다는 황당한 얘기이며, 만약 KNTDS상 천안함이 소멸된 지점이 최초 사고
지점이라면 해군이 발표한 사고지점으로 함미가 흘러왔고, 어뢰 잔해도 함께 흘러왔다는 것으
로 두가지 모두 의문"이라고 말했다.
▲ 해군의 해도에 천안함이 각가 어느 위치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표시한 것. ⓒ천안함 검증위
합조단이 어뢰잔해를 건져올린 쌍끌이어선의 항적을 상세하게 공개한 것과 관련해 노 위원
은 "군의 공식자료부터 좌표가 틀려있다"며 "쌍끌이 어선이 훑고 갔다는 좌표를 입력하면 항적
이 다르게 나타난다"고도 지적했다.
노 위원은 "문제는 합조단이 이런 항적기록에 대해 전혀 검증하지 않은채 군이 준 자료만을 갖
고 조사를 하는 등 조사단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위원은 지난달 20일 합조단이 발표한 설계도면과 실제 어뢰 잔해물, 조선일보에
서 이미지로 작성한 도면의 추진모터 부분에 상이점이 있으며, 설계도면 추진후부에 쓰인 일본
어가 무슨 의미인지 정밀하게 밝히고 설계도면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합조단이 선체와 어뢰잔해물, 수중 폭파시험 때 각각 에너지분광기 분석결과 똑같은 알루미늄
산화물(비결정체)이 발견된다며 입증자료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노 위원은 "알루미늄 산화물
은 흔히 목격된다"며 "하지만 버지니아 물리학자 A교수가 선체와 어뢰잔해물, 수중폭파실험
때 X선 회절기를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 결정체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폭발했다면 결정화된
알루미늄이 검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천안함 검증위
검증위는 이 같은 의혹과 의문을 전혀 해소해주지 못한 이번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납득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증위는 이에 따라 △공정성 시비와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낳으며 많은 불신을 받고 있는 민
군 합동조사단을 즉각 해체하고 △이런 엄중한 사안의 경우 고급 지휘관들이 모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군 지위라인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 또는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하며 △국회의
국정조사도 곧바로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증인접촉 보장 △국내외 조사위원 신원 공개 및 접촉 보장 △항적 교신 정보 전면 공개
△언론기능 회복, 탐사보도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한편, 검증위는 이처럼 많은 의문이 제기됨에도 합조단 발표이후 언론의 보도는 진상을 왜곡하
는 쪽으로만 흘렀다는 판단도 소개했다.
-받아쓰기 보도-군입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해 쏠림 현상을 방치했고, 검증조차 외면.
-줄서기 보도-의문 제기는 외면하고, 군의 해명만 적극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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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으로 이뤄짐. 이례적인 군의 태도에 취재가 위축됨
-아니면 말고 보도-고위관계자 익명처리가 과다하고 결과적으로 오보가 속출
-색깔 씌우기 보도-발표 이후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이나 언론에 대해 좌파, 친북, 안보무관심
세력으로 규정하는 위험한 보도양태 등장. 우리 사회 내부에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하는데 소극적이면서 북한이 문제제기하면 즉각 반박. 남북대결 국면
조성.
▲ 노종면 '천안함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 위원이 4일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기사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