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장엔 얼씬도 하지 마라” 전직 총리도 봉변

한겨레

▶경향신문 / “4대강 공사장엔 얼씬도 하지 마라” 전직 총리도 봉변

-시민단체와 올레길 행사
-시공사 관계자가 길막고 욕설·몸싸움에 미행까지

지난 12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경기 여주의 4대강 공사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여주군 ‘아홉자리 고개(옛 과거길)’에서 올레길 행사를 하다 인근에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강천보 현장이 있는 것을 보고 “온 김에 한 번 가보자”했던 것이 발단이 된 것.

이날 이 전 총리가 공사장에 들어가려 하자 시공사인 ㅎ건설 관계자 2명이 “못간다”며 가로막았다. 이 전 총리가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출입을 통제하느냐”고 따지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관계자가 이 전 총리에게 욕설을 하고 밀쳤다고 당시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어 시공사 관계자 등은 이 전 총리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공사장 주변에서 올레길 행사를 하는 것을 2시간 동안 따라 다니며 감시했다. 이 전 총리와 함께했던 일행은 미행까지 당한 것에 격분, 이날 시공사 관계자 ㅎ씨 등을 통행권 침해 및 미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고소 내용이 범죄 혐의가 성립되는지 조사 중이다. 현장 조사와 함께 필요하다면 대질심문도 벌여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입장이다. 김수영 여주경찰서장은 “통행을 제한한 곳이 공사구간인지 공용도로인지 확인 중”이라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ㅎ건설 관계자는 “전 총리에게 욕을 하고 밀쳤다는 주장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면서 “당시 발주처 대표인 수자원공사 사장이 있어 전 총리와 마주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에 무슨 일이…](6) 여주 신륵사 남한강변

그런데 비단 이 전 총리만 봉변을 당한 게 아니다. 환경단체 회원들의 경우 아예 공사장 외곽에서부터 출입을 막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부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올레길 행렬에 나서자 공사 관계자들이 유일한 통행로를 차량으로 막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을 업거나 안고서 차량으로 막힌 길을 간신히 통과했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언론도 사정은 마찬가지. 기자의 뒤를 따라 다니며 취재를 방해하기 일쑤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신뢰받지 못하는 사업을 강행하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얼마 전 강천보가 내려다보이는 이호대교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건설사 직원이 쫓아와 카메라를 쳐 눈을 다친 적이 있다”면서 “4대강 공사현장은 한마디로 무법천지”라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 김경미 상임활동가는 “전 총리가 아니라 일반인이라도 욕설을 해 쫓아내고 미행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사생활 침해”라면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다보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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