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사회부 최인수·김정남 기자]
경찰관 고문 사건에 대해 경찰청이 해당 경찰서 경찰관들을 무더기로 인사조치 하면서 조기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상습적으로 고문과 폭행이 자행됐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16일, 경찰 내부에서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고문이라는 두 글자를 전해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며 "현재의 경찰 문화나 조직, 구조 등 모든 면에서 고문 수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해당 경찰서가 모종의 사정 때문에 인권위의 표적 조사를 받은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고문 경찰서로 지목된 서울 양천경찰서는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양천경찰서 정은식 서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찾아 "피의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으로 제압하기는 했지만 조사과정에서 고문이 있지는 않았다"며 인권위의 결정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때가 어느 때인데 고문이 있을 수 있겠냐"며 오히려 반문을 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불과 몇 시간만에 지휘자인 경찰서장과 형사과장, 그리고 고문 경찰관으로 거론된 5명의 경찰관을 모두 대기발령 조치해 버렸다.
경찰의 자체감찰이나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나온 신속한 조치였다.
경찰청은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인사조치가 불가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군부독재 시절이나 있었던 '야만적 폭력성'이라는 그림자가 경찰에 드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이해된다.
또 17일 국회 대정부 질의가 예정돼있는 등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해 부인만으로 일관해서는 곤란하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여론을 의식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인사 조치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고문의 수법이나 형태상 치밀한 계획 속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된것으로 보여 충격적"이라며 "한 경찰서의 문제가 아니라 고문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 여론 속에 이번 고문 파문에 대한 책임소재가 어디까지 미칠지 경찰 안팎에서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희생양을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경찰 내부 분위기나 기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경찰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어떤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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