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치 현상은 인간의 활동 중 가장 정력적인 활동이며 꼭 필요한 것이지만 여기에 드는 정치자금 또한 만만치 않지요. 그래서 어느 정치체제이든 정치자금을 통해 그 나라의 정치를 구속시키려는 금권정치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는 모든 개인이 1인1표로서 남녀노소빈부에 관계없이 평등해야하며 누구든 피선거인으로서 공직참여의 기회가 주어져야합니다.
현행 선거법상 1인 1표라는 선거권은 대체로 평등합니다만... 누구나 피선거인으로서 정치지도자가 되어 공직에 출마할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점에서는 경제적으로 평등하지 못합니다. 왜? 정치인은 선거만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선거는 4년에 한번이지만 그 4년동안 국정수행을 하고 지역구의 표밭 관리 등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하지요.
여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일반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둘째, 경조사등 표밭관리에 정치자금이 많이 드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정치인들은 노출되어있습니다. (왜들 그렇게 정치지도자들을 일반시민 개인의 경조사에 불러들이려고 하는지...) 셋째, 현실적으로 정치하는데에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런데 현행 정치자금법은 이를 처벌하려는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만 정치현실을 고려하지는 못했죠. 정치자금규제가 너무 강하면 반드시 '음성적인 정치자금시장'이 형성됩니다. 추적이 불가능한 CD나 5만원권 지폐등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 유통되지요.
정치자금은 꼭 필요하고 많이 드는데 법적으로 받을 수 없다면 위법이나 탈법을 저지르게 되어있습니다. 그런 것을 겪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부자이거나 재벌가와 혼인하여 가족결합이 일어나야하지요. 이렇게되면 일반서민 계층에서 정치지도자가 나올 수 없는 구도입니다. KBS'프레지던트'를 보면서 얘전에 봤던 일본 정치인 얘기를 떠올리며 참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는 서민을 위한 정치지도자가 왜 부자와 결혼하였어야만 했는가? 입니다.
일반 시민들의 선거권은 보통선거원칙에 따라 1인1표를 행사할 수 있지만 공직에 참여하려는 정치인의 피선거권은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제한'되어있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사실 반쪽 보통/평등 선거인 셈이죠.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만 정치할 수 있습니다. 돈에 메여 사는 서민들 중에는 정치자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정치입문을 포기하거나 아예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려면 시민을 깨울 수있는 정치구조가 작동되어야합니다. 깨어나려면 "나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먼저 있어야합니다. 자신있습니까?
정치자금 규제에 따른 처벌에 촛점이 맞춰줬을때 가장 권력을 많이 갖게되는 집단은? 바로 검찰입니다. 합법적이지 않지만 '필요한' 정치자금을 음성적으로 유통했을 때, 일반시민들과 사회/여론단체는 알 길이 없습니다. 오로지 검찰조사에 따라 현행 정치자금법상 "애매한'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 여부로 음성정치자금의 실체를 알 수 있을 뿐이죠. 여기에서 바로 '정보독점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Open System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을 풀어주되 선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습니다.
이익단체가 공여한 정치자금을 현행 정치자금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얼마 안되는 검찰인력으로 대통령/국회의원에 이어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조사할 수 없습니다.
검찰조사만에 의지하여 정치인을 규제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납니다. 시민들이 뽑은 사람을 검찰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정치인들은 시민들에게 구속되지 않고 시민보다 더 무서운 검찰에 구속됩니다. 그런데 검찰은 누구에게 구속되어있을까요? 바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입니다. 이게 정당정치와 결합해버리면 여당와 기존정치인에게 유리한 정치자금법이 되지요. 정치신인이 발붙일 수 없는 구조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신선한 정치를 원한다면 정치자금을 어느정도 풀어줘야합니다. 그래야 노동조합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아서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나올 수 있고, 자영업을 대표하는 정치인들도 나올 수 있습니다.
무제한의 정치자금? 정치학에서 일정 이상의 정치자금이 풍족해지면 더이상의 정치자금은 무의미해집니다. 예를들어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1년간 소요되는 필요한 정치자금을 5억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법이 2억으로 제한해버리면, 반드시 3억여원의 음성 정치자금이 형성됩니다. 딱 요만큼 정치인들은 검찰에 구속되겠지요. 그리고 3억여원만큼의 수준으로 서민을 대표하는 정치신인들의 발판이 사라지게됩니다.
만약 법이 10억으로 제한해버리면, 이것은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되지요.
그러나 약 4억원으로 제한해버리면, 정치인들은 고비용구조를 타파하려고 노력합니다.
정치자금에서 핵심은 바로 '공개'입니다. 일반시민들이 알아야하지 검찰만 알게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내용을 자세히 확인할 수 없는 관계로 뭐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만... 저는 정치자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잘못된 내용은 싫고요.
이상 짧은 저의 소견이었습니다.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저같은 의견도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