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원인 스크루 훼손에 주목, 침몰 시점도 합조단 결론과 달라

러시아 정부가 천안함 침몰과 관련, “‘어뢰의 '1번 글씨’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의 조사결과와 배치된 것으로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겨레신문의 인터넷판은 “러시아 정부는 보고서에서 ‘1번 어뢰’의 페인트와 부식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어뢰가 물속에 있던 기간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에 따라 ‘1번 어뢰’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며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천안함 사고 조사단(전문가 그룹)을 한국에 파견한 바 있으며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러시아 조사결과는 합조단이 지난 달 29일 1번 의뢰의 부식 정도가 금속재질 전문가의 눈으로 식별한 결과 1-2개월 경과해 비슷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결론과 다른 것이다.

나아가 러시아 정부가 지목한 천안함 침몰의 원인은 ‘스크루 훼손’이다. 한겨레는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의 스크루가 휘는 등 손상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천안함이 함수와 함미로 분리되기 이전에 다른 원인으로 스크루가 먼저 훼손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또한 스크류 훼손과 관련해 한겨레는 여러 전직 해군 장교도 전화통화에서 “경험에 비춰볼 때 스크루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뻘에 닿으면 천안함 스크루와 비슷하게 휘어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조사단은 또한 천안함 폭발 시점에 대해서도 합조단과 결론을 달리했다. 러시아 조사단은 합조단이 제시한 천안함 폭발 시점보다 더 이른 시각에 천안함이 조난 신호를 보낸 상황이었고 침몰의 시작은 이미 그 이전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알려졌다.

드미트리 메드메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이런 자체조사 결과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로 알려줬으며, 러시아 정부는 미국 정부에도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한국 정부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MBC도 어뢰공격으로 보기어렵다는 러시아 조사결론 보도

앞서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MBC는 “함정 외부 수중 폭발이 침몰 원인의 하나로 보이지만, 어뢰 공격에 의한 것과는 침몰 형태가 다르다”며 “부식 정도로 볼 때 천안함과 직접 관련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처럼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던 어뢰 추진체에 대한 이 같은 조사결과를 이번 주 초 한국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MBC의 보도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천안함 관련 내용을 이번 주에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한국 정부 미리 인지하고 발표 막기위해 노력...러시아 정부의 공식발표 이뤄질까?

한편 우리 정부도 러시아 조사단이 우리나라 합조단 조사결과와 다른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러시아의 조사발표를 막기 위한 활동이 한 것으로 보인다.

SBS가 지난 5일 UN 안보리 결의문 의장성명관련한 주영진 기자의 취재파일 ‘UN 안보리 결의문에 북한이 빠진다면..’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SBS 주 기자의 취재파일에 따르면 한덕수 주미대사 등 한국 외교부가 나서 러시아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파일에서 미국에서 한국 교수와 전직 관료를 초청한 모임에 참석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한 대사는 저녁 내내 전화통화를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들려오는 전화 내용은 러시아 정부가 발표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중국 뿐 아니라 이제는 러시아도 문제다”라고 보도했다.

지금 최대 현안은 비공식적으로 러시아의 조사결과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이를 국제적으로 공식 발표할 지 여부가 주목거리다. 이는 미국과 한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비공식적으로 한국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미국과 중국 등에 전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마찰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