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盧가 검찰독립 지켜줬더니 그들은..."
문 이사장은 우선 책에서 참여정부때 검찰개혁을 하지 못한 데 대한 회한과, 독립을 지켜주려 애썼던 검찰의 배신에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노 대통령 취임초 파란을 일으켰던 '검사들과의 대화' 추진 배경과 관련, "우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려면, 검사들이 정치적 줄 세우기에 따르지 않아도 되도록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당시 검찰 고위급 간부들은 단단히 오해를 하고 피해의식에 젖어있었다. 새 정부가 과거식의 인사로 자신들을 모두 밀어낼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젊은 검사들까지도 오해를 가졌고 집단적 반발에 가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정면으로 돌파해 가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과 젊은 검사들이 검찰 개혁에 관해 공감대를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며 "(그러나) 행사가 시작됐는데, 이건 목불인견이었다. 젊은 검사들은 끊임없이 인사문제만 되풀이해 따지고 물었다. 한 사람이 인사 문제에 대해 질문해서 대통령은 충분히 설명했는데, 다음 발언자가 이미 정리하고 넘어간 문제를 똑같이 반복했다. 인사 불만 외에, 검찰 개혁을 준비해 와 말한 검사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당시 평검사들의 태도를 질타했다
그는 이어 "입맛이 씁쓸했다. 선배 법조인으로서, 젊은 검사들이 그렇게 바보스러울 수 없었다"며 "바보스러운 대화가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껄끄럽게 돼 버렸다. 대통령이 화제를 돌리려고 애를 썼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검찰 개혁 논의는 아예 못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직간접으로 당신의 그런 의지(검찰독립)를 전달했다"며 "민정수석실도 검찰에 주요 사건의 지시 내지는 조율을 하지 않았다. 이 원칙은 참여정부 기간 내내 철저하게 견지했다. 대선자금 수사로 대통령 측근들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이 와도 검찰이 원칙과 소신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모두 허용했다. 우리쪽의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겪으면서도 검찰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을 보장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순식간에 과거로 되돌아가 버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한꺼번에 퇴행해 버린 것이 어이없고 안타깝다"며 "검찰을 장악하려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검찰을 질타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지 못한 데 대해선 "검찰의 탈정치, 정치중립을 위한 상당히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중립의 요구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다"며 "중수부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전에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다. 그 수사를 중수부가 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검찰이 정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보장해 줬다. 이 수사로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높은 신뢰를 받게됐다. 그 바람에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 이사장은 책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탈 정치, 정치 중립을 위한 상당히 중요한 과제였다"며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 중립의 요구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말은 이렇다. 중수부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전에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는데 그 수사를 중수부가 담당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검찰이 정원의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보장해 줬고 그 바람에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는 것.
문 이사장은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게 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보복 같은 인상을 줄 소지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며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중수부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검찰을 정치검찰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작용을 하는 것이 대검 중수부"라며 "(대검 부서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수사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중수부"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권력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하면 중수부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며 "그래서 대검 중수부 같은 사례는 우리 말고는 세계적으로 없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라며 아쉬움을 거듭 드러냈다. <계속>
<문재인의 운명>(가교출판 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