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장문이니 시간 나실 때 틈틈히 읽어보세요.
2011년 1월 23일 일요일
kbs <추적 60분>에서 누락된 내용
지난 9월 홍수에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몇몇 지천에서 제방 등 강변시설들이 휩쓸려 내려가고 여주읍 연양천의 신진교가 무너졌다. 정부는 다리가 노후한 탓이라고 발표했지만, 어째서 그 지역 너덧 개 지천에서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동시에 났는지, 어째서 예전에 더 많은 비가 왔을 때는 괜찮을 수 있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한 독일인이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4대강공사의 모델로 삼았다는 독일의 공무원으로 평생 국책 하천공사의 후유증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일을 해 온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다. 박사는 작년 가을 4대강공사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그는 kbs <추적 60분> 취재진에게 그 조사결과와 지난 9월 홍수 자료(유속, 수심, 홍수위, 강우량)를 종합하여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방송되지 못했다. '윗선'의 방해로 결방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방영된 <추적60분>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편의 최종 편집에서 박사의 인터뷰 대부분이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강을 준설해서 깊게 만들면 강은 스스로 변형하여 사람이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다음 번 대홍수로 인한 수해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 셈입니다”며 말문을 그는, 매우 위험한 ‘역행침식’ 현상이 한국의 4대강 본류를 통해 지천들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진행중이라고 진단했다
‘역행침식’이란 강바닥과 강기슭이 끊임없이 저절로 무너져 내리는 침식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강 본류의 수위가 어떤 이유로든 낮아지면,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 수위와 낙차가 커져서 물이 더 빠르고 세차게 떨어지면서 강바닥과 강기슭을 파괴하게 된다. 일단 파괴가 시작되면 또 다른 낙차와 파괴를 유발한다. 결국 이런 침식현상이 강 상류 쪽으로 서서히, 모래강일 경우 빨리, 퍼져나가게 된다. 결국 지천과 본류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일어난 침식은 본류와 지천을 타고 올라가며 전국적으로 퍼진다.
붕괴된 신진교는 지천(연양천)과 본류(남한강)가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했다. 동시에 근처에 있는 네 개 지천의 본류 합류지점에서 다리와 제방을 받치는 지반이 허물어져 떠내려갔다. 강바닥에 축구장 두 개 크기로 새로 깔았던 돌무더기 하상보호공도 그 아래 지반과 함께 쓸려내려갔다. 4대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천은 전국적으로 367개가 된다고 한다.
역행침식의 독일 사례
150년의 하천공사 역사를 가진 독일에는 역행침식 현상과 관련하여 어떤 경험이 축적되어 있을까?
10대 시절 나는 라인강 중류에 위치한 본(bonn)의 교외에서 살았는데, 집 앞에 작은 시내가 졸졸 흘렀다. 시내는 폭이 1m쯤 되고 종아리가 잠길 정도로 얕아서 나는 껑충 뛰어넘기도 하고 옆집 아이와 물장난 치며 놀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작은 시내가 라인강으로 흘러들면서 큰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인터뷰에서 알게 되었다. 지엽적인 집중호우로 그 시냇물이 몹시 불어난 상태로 라인강에 흘러들었는데, 마침 라인강 상류 지방에 비가 오지 않아 라인강 수위가 낮았기 때문에 낙차가 생겨 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졌다고 한다.
박사는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는 거대한 물의 힘에 의해 역행침식 현상이 느닷없이 순식간에 조용히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라인강변에 쌓은 돌벽과 산책로가 바로 붕괴되어 떠내려갔고 인근 주민들도 긴급히 대피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낙차는 1.8m에 불과했다. 신진교가 무너질 당시 그 지역 남한강 수위는 4.91m 낮아져 있었다. 4대강공사로 준설했기 때문이다.
역행침식 현상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재앙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본 시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라인강 깊숙히 설치해 그 합류지점을 보강했다. 그 작고 얕은 시내가 본류로 유입되는 지점을 보강하는데 거의 50만 유로(7.5억 원)의 건설비가 들었다고 한다.
박사가 소개하는 또 다른 사례 역시 라인강에서 발생했다.
라인강 중류 라인가우(rheingau) 구간의 뱃길 수심을 약간 깊게 하기 위해 뱃길을 좁히는 구조물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 물이 강바닥을 깎아내는 침식이 일어나 20-30cm 정도 깊어졌다. 그 결과 라인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강바닥과 강기슭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수많은 라인강 지천에서도 침식이 일어났다. 역행침식 현상은 무려 수십km에 걸쳤다. 수많은 강변도로, 다리, 마을이 위험에 처하자 독일정부는 당장 시설보강공사를 벌였고, 큰 돈이 들었다.
“역행침식은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라고 말하는 박사는 그러나, 독일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독일“강의 강바닥 높이를 유지하고 강바닥을 좀 더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추척 60분> 취재진이,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4대강공사를 시작하자마자 침식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그는 4대강사업의 공법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강에 보를 설치하기 이전에 먼저 강바닥을 준설했기 때문에 재앙이 일어날 준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순서가 매우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재앙이 공사 중에 벌써 일어나는 것입니다. ... 강바닥을 준설하여 강을 깊게 만들고 나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침식작용은 저절로 계속 진행됩니다. 이것이 강이 스스로 변화하며 발전하는, 매우 위험한 자가역동 현상입니다.”
비현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공법
그는 보를 연달아 설치하는 공법도 비현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공법이 초래할 홍수 위험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홍수가 나서 보에서 물을 방류하게 되면 그 물은 홍수로 지류에서 내려온 물에 추가되기 때문에, 역사에 없었던 홍수위 상승효과가 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대적인 가동보로 인해 홍수 위험이 오히려 증가합니다.”
홍수가 나면 보가 연달아 설치된 강(본류)은 보가 없는 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다고 한다. 즉, 중·하류 구역 지천에서 불어난 물이 본류를 통과해 바다로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본류 상류의 홍수로 불어난 물이 높은 속도로 합류해버린다. 더구나 보를 건설하면서 자연상태인 강변과 범람원이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효과는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홍수의 위력은 여러모로 겹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보가 건설된 4대강 주변의 수해는 특히 하류지역을 강타할 텐데, 서울, 부산, 창원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와 공업지대가 집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리고 그는 4대강공사가 완공된 후 한국에서 일어날 후유증을 감당하기에는 독일의 경제력 정도로도 턱 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인들은 스스로 저지른 실수를 값비싸게 복구한 경험을 한 덕분에 보 건설은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보를 건설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보를 건설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지난 홍수와 같은‘경고 사격'을 받은 즉시 4대강공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국민경제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이런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의견은 미국 버클리대의 콘돌프 교수 및 일본 교토대 야마모토 교수의 의견과 일치한다. 하천공사의 후유증을 경험한 나라들의 외국 전문가들 뿐 아니다. 한국의 박창근 교수, 박재현 교수를 비롯한 많은 국내 전문가들도 그간 꾸준히 같은 주장을 해왔다.
나는 4대강사업의 계획과 홍보에 참여하는 국·공립 연구소의 수많은 전문가들도 속으로는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3년 전까지만 해도 강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개념에 근거해서 이수와 치수를 연구하고 추진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4대강사업과 정반대였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갑자기 말을 바꾸었지만, 과학기술의 원리가 바뀔 수는 없다.
박사는 한국의 유능한 인재들에게 실력을 발휘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4대강사업이 너무 성급하고 경솔하게 진행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가혹한 환경재앙
대다수 국민들도 4대강사업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다음 선거에서 보자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4대강공사의 피해는 선거를 통해 되돌릴 수 없다. 나중에 책임자들에게 아무리 많은 벌금을 물리고 아무리 오래 징역을 살려도 전국적으로 변질되고 파괴되는 환경은 결코 되살릴수 없다
그나마 독일의 하천공사는 150년에 걸쳐 진행되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때마다 그때그때 대책을 세워 막을 수 있었지만, 전국에 걸쳐 단기간에 밀어부치는 4대강공사는 이 모든 부작용을 한꺼번에 초래할 것이다. 부작용과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인들은 150년 전에도 역행침식의 무서움을 알아서 절대로 피했던 대규모 준설까지 겹친 4대강공사. 이 공사가 불러일으킬 재앙의 수준을 예측할 경험치가 지구상 단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변형되어가는 한국의 강을 생각하면, 시간 가는 것이 무섭다. 의사가 오진으로 환자를 마구 해치고 있는데 얼른 메스부터 빼앗아 환자를 살려야지, 나중에 고발하겠다고 인증사진만 찍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자기 돈 10만원만 빼앗겨도 억울해서 잠을 설치지만, 미래의 환경재앙에 대해서는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모두에게 골고루 분포되는 어떤 추상적인 현상이라고만 상상한다. 그러나 환경 재앙은 물, 공기, 음식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품목의 질을 떨어뜨리고 값을 올려 개개인의 삶이 고단하고 피폐해지는, 개인에게 직접 피해가 가는 현상이다.
더구나 홍수 같은 재앙은 불공평하고 무작위적으로 닥치기 때문에 당한 사람의 입장에선 무척 억울하다. 더욱 억울한 점은, 환경 재앙을 유발하는 사업으로 돈을 번 부자들은 재앙이 일어나도 돈의 힘으로 피해갈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속절없이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돈을 번 부자들은 재앙을 이용해 또 돈을 벌면서 세력을 더욱 탄탄히 키운다. 돈과 권력에 대한 중독성이 강해서 자기 물건이 아닌 국토를 팔아 공짜로 돈 먹는 이런 사업은 아무도 자발적으로 그만두지 못한다.
사대강사업의 역사청산
국민은 세금과 국토를 좀 먹는 4대강공사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논리가 아닌 힘에 밀려 미리 막는데 실패했다. 국민의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가 남았다
환자의 생명을 무시하고 엉터리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고발하고 벌해야 한다. 복수가 아니라 재발방지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뻔뻔한 한탕주의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사라진다.
수술을 도운 수련의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오진인 줄 알면서 동조했건 모르고 복종했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정말 몰랐다면 그들에게 의사로서 자질은 없다. 그래야 그때만 잘 넘기면 되는 기회주의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사라진다.
독일의 학교는 히틀러 시대 침묵하고 동조했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나치 범죄의 주요 공범이라고 가르친다.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강제수용소 하급간수처럼 하찮은 역할이라도 그 죄질이 인정되면 세계 어디서든 찾아내어 90세 노인이 되어도 법정에 세워 책임을 묻는다.
이렇게 개인에게 자기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워야만 그런 역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부도덕한 행위에 동참하여 이익을 보고도 당시의 적법성이나 사회분위기를 핑계로 면죄받는 나라에서는 그런 역사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전국토에 역행침식 현상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한다. 언론 탄압에 앞장서는 인사들과 4대강사업에 엉터리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학자들 때문이다. 훗날 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자들이 권력기관에 맞춤형 연구결과를 제공한 댓가로 받은 연구비를 환수하는 법을 청원하자는 정인걸 교수의 제안에 나는 적극 찬성한다(정인걸 교수 블로그 보기).
지금 현재도 한반도의 크고 작은 강들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무너져내리는데, 한편에서는 중장비가 이에 질세라 열심히 강을 파헤치고 있다. 이 절박한 순간에 나는 무기력하게 앉아서 과거와 미래를 논하는 글이나 쓰고 있다. 착잡하다. 그리고 무섭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환경과 미래를 팔아 정권을 유지하는 토건국가의 고리를 결단코 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은 없는가?
ps 이 글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지만 아마 주요 언론에서 다루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음알음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네티즌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며칠 전에 올린 '(운하) 한반도에 퍼지는 역행침식 현상' 을 읽은 한 네티즌께서 그 내용을 증명하는 사진들을 찾아서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쓴 글이지만 그 내용을 사진으로 직접 확인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한번 보셔요.
-이하 목로주점님의 글-
님의 글을 읽고 정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검색을 좀 하였습니다. 사실 지난 추석 신진교가 무너진 것도 독일 땅에 있으니 전혀 모르고 있다 뒤 늦게 알았거든요. 사진들을 보니 그 역행침식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이 가네요.
추적 60분에서 서울의 남산 규모의 자갈과 흙을 강바닥에서 퍼냈다고 보도한 바로 그 곳, 여주 근방 남한강 사업구간만 찾아보았는데 그 곳으로 흘러드는 샛강만도 6개, 거기서 모두 침식현상이 다음과 같이 일어나고 있어요. ㅠㅠ
이런! 연양천의 신진교는...
연양천 끝에 설치한 하상보호공 역시 다 쓸려나갔네요.
금당교 교각은 허공에 붕 떠있어요. 이게 강바닥이 침식되어 다 깍이는 역행침식인거죠?
여주 사는 친지에게 물었더니 부서진 다리만 급히 철거하였고 나머지 무너진 부분은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다는군요. 강을 계속 퍼나가는 공사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로를 수리하는 것보다 더 급한가봐요.
첨에 강바닥에서 퍼낸 그 모래와 자갈을 몽땅 팔아 지자체와 정부가 반씩 나누어 갖는다는 말에 얼씨구나 했을 여주시가 이렇게 허물어진 피해지역의 공사비용으로는 모래 판 값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이젠 실감을 하겠네요.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강바닥의 준설로 역행침식이 진행된다는 것은 이런 현상이 이제 앞으로 계속 생긴다는 뜻인가요?
-이상 목로주점님의 글-
목로주점님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님이 하신 똑같은 질문을 kbs 취재진이 인터뷰에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님께 드렸습니다. 답변은 "이제 시작입니다"였습니다. 울고 싶습니다."
인터넷으로 마음을 모아 진실을 밝혀주시는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랫글 '(운하) 한반도에 퍼지는 역행침식 현상' 을 퍼가신 고마운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이 사진들도 퍼가셔서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모두가 보셔야 합니다.
(운하) 한국수자원학회, 이제야 걱정되십니까?2011년 june 25일 토요일
2011년 4월 02일 토요일kbs <추적 60분> 인터뷰 전문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alfons henrichfreise) 박사는 독일연방 자연보호청에서 30여 년간(1976~2008) 재직하면서 독일 국책사업에 참여해 하천공사 후유증을 조사·예측해 왔다. 그는 또한 독일의 대형 하천과 그 지천의 하천공사를 다루는 독일 법정에서 한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최고 권위의 하천 전문가이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를 독일 쾰른(koln)에서 만나 두 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남한강 지천인 연양천에 설치된 신진교가 2010년 9월 21일 붕괴한 원인은 무엇인지, 독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번역연대는 인터뷰 전문을 번역하여 공개한다.
질문: 홍수가 나서 강물 유속이 빨라지면 다리·제방·강변 수목에 피해를 끼칠 수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큰물이 빨리 빠져버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헨리히프라이제: 원리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물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물의 파괴력이 커져서 큰 피해를 가져옵니다. 강바닥이 패어 쓸려 내려가고 강기슭이 무너지는 침식의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지요. 특히 위험한 것은 강바닥이 패는 현상인데, 강변이 돌로 보강되지 않았으면 아주 위험합니다. 제가 알기로 한국의 강변은 돌로 보강되지 않았는데, 그건 아주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 엄청난 침식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질문: 본류의 강바닥을 파내면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곳에서 큰 홍수피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헨리히프라이제: 두 가지 독일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첫 사례는 올해 7월 독일 라인(rhein)강 중류에 있는 본(bonn)에서 나타났습니다. 비가 많이 오자 본 남쪽에 있는 작은 개울에서 초당 거의 100㎥의 물이 흘렀는데, 그건 아주 많은 양이었습니다. 이 개울물은 지름 4m의 파이프를 통해 라인강으로 흘러드는데, 수량에 비해 파이프 폭이 너무 좁았어요. 당시 라인강 수위는 좀 낮았습니다. 평균수위 정도였지요.
<그림 1> 2010년 7월 본 남부 지류에서 난 홍수에 따른 라인강변 역행침식
이 개울물은 라인강으로 세차게 떨어졌습니다. 물살이 아주 빠르고 심하게 소용돌이치면서 물이 흘렀고, 강변은 돌로 보강되어 있었지만 바로 붕괴되어 떠내려갔습니다. 강변도로 옆으로 난 산책로조차 떠내려가 버렸고, 강변에 바짝 붙은 집들도 무너질 위험이 커졌습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그림 2> 라인강변 역행침식으로 무너져내린 강변도로
여기 사진 시리즈를 보면, 지류에서는 홍수가 났고 본류인 라인강 수위는 낮은 상황입니다. 한국의 상황(신진교 다리 붕괴 -역자주)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본류의 수위가 낮은 상태에서 지류에서 난 홍수가 본류로 흘러 떨어집니다.
그 결과가 여기에 잘 보이죠. 도로와 강변 전체가 다 휩쓸려 버렸고 집들은 매우 위태로웠습니다.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는 거대한 물의 힘이 일으킨 이 역행침식(두부침식)은 느닷없이 순식간에 조용히 발생했습니다. 눈에 뭔가 보이긴 했지만 큰 소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위험했습니다.
<그림 3> 최소 30만 유로가 소요된 라인강변 복구 공사
이 사진은 본의 라인강 복구 사례를 보여주는데, 하천공사 기술자들은 이렇게 비싼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류가 유입되는 부분을 라인강 깊숙이까지 콘크리트와 강철 노반으로 보강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좌우에 설치한 흙막이벽도 그대로 두고, 강변 뿐 아니라 상당히 큰 파이프를 설치한 부분까지 콘크리트로 보강했습니다. 이 작은 공사에만도 최소 30만 유로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거의 50만 유로 정도의 돈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 사태는 이렇게 큰 피해를 주었고 사람의 목숨을 위협했습니다.
이보다 좀 더 큰 규모의 다른 사례는 바로 라인강에서 일어났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인츠(mainz)와 빙엔(bingen) 사이에 있는 라인가우(rheingau)라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강바닥 경사는 완만해서 강물이 천천히 흐릅니다. 이 구간에서 뱃길의 수심을 조금 깊게 하려고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강물을 가르는 구조물을 만들어 뱃길을 약간 좁혔습니다. 그 결과 라인강이 20-30cm 정도 깊어졌습니다.(물길이 좁아지면 물살이 바닥을 깎아내는 침식작용이 강해짐 -역자주)
더도 아니었습니다. 6-7m가 아니라 단지 20-30cm 차이가 생겼는데요, 그 때문에 라인강이 깊어지고 수위가 조금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라인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특히 지류에까지 (강바닥과 강기슭이 붕괴하는 -역자주) 침식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수십km에 걸쳐서 역행침식(두부침식)이 일어났습니다. 강조하는데, (하천공사를 한 지역으로부터 -역자주) 수십km입니다! 그 결과, 도로와 다리가 무너질 위험에 처했고 마을도 위험해졌습니다.
독일연방 수운·선운 관리청(wsv)은 이 상황을 곧바로 파악하고 당장 보강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 건설공사에 대단히 많은 돈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인명을 구하는 일에 비용을 따져서는 안 되지요. 이렇게 매우 위험한 역행침식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곧바로 건설공사를 벌여야 합니다.
이런 일은 독일에서 딱 한 번 일어났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강의 강바닥 높이를 유지하고 또 좀 더 높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만들어 놓은 하상유지공이 지난 홍수로 훼손되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헨리히프라이제: 한국의 하상유지공은 최신 지식과 첨단 기술로 건설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최신 지식과 첨단 기술을 따르는 한국의 수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상유지공이 훼손된 데는 아마 다른 원인이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 일이 최근에 일어났다면 그리고 본류 바닥이 준설된 곳에서 일어났다면, 제가 방금 말씀드린 독일 사례와 비슷한 원인이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즉 독일 본과 라인강에서 일어난 바와 같이, 본류와 지류 사이의 매우 불안정한 상호작용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류 바닥이 1m까지도 아니고 단 몇십cm라도 낮아지면, 본류로 유입되는 모든 지류에서 파괴적인 침식현상이 일어납니다. 강바닥 경사가 완만한 경우도 그렇지만, 경사가 급하다면 특히, 넓은 면적에 걸쳐 깊고 큰 규모의 역행침식이 일어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복구나 피해대책에 대단히 많은 돈이 드는 사안입니다.
질문: 본류와 지류의 합류지점에서 홍수피해가 커지는 이유와 원리는 무엇인가요?
헨리히프라이제: 합류지점에서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물흐름이 만납니다. 본류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할 때 지류는 옆에서 다른 각도로 합류합니다. 다시 말해 두 흐름이 엇갈리게 만나죠. 그래서 난류(亂流)가 더 많이 생깁니다. 이 부분에 돌무더기를 쌓아 보강하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저는 인위적으로 돌무더기를 쌓는 데 찬성하지 않습니다. 다만, 합류지점이 이렇게 예민한 장소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거고, 이곳뿐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 지류의 상류 쪽까지도 매우 주의를 요합니다.
그래서 본류와 지류를 모두 고려해서 강바닥 높이를 계획해야 하고, 여러 지점의 유속 및 홍수 문제를 개별적으로 보는 동시에 종합적으로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지류 쪽에만 비가 와서 -역자주) 지류의 물이 본류의 유량에 비해 많이 불어나면 엄청나게 큰 홍수피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모든 요소를 주의깊게 고려해야 하고,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기술자들이 제대로 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정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설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사람의 목숨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질문: 이런 현상이 4대강 공사 도중에만 일어날지 공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일어날지 궁급합니다.
헨리히프라이제: 일단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온갖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특히 강에 보를 설치하기 이전에 강바닥을 파냈기 때문에, 여러 재앙이 일어날 준비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를 세우는데 동의하는 게 아닐뿐더러, 순서도 매우 나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사 도중에 벌써 이런 재앙이 난 겁니다. 지금처럼 공사가 빨리 진행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사가 끝나면 여러 가지 상황이 나타날 겁니다. 보로 막아놓은 본류 구간으로 지류가 흘러들 때 그 부근의 위험은 그리 크지 않은데, 상류 지역의 위험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동안 벌써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역행침식이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바퀴를 뒤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강바닥을 파내서 강을 깊게 만들고 나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침식은 저절로 계속 진행합니다. 매우 위험한 자가역동 현상입니다.
특히 위험한 곳은 보를 설치한 곳보다 상류 쪽에 지류가 합류하는 지점입니다. (본류 강바닥을 파낸 탓에 -역자주) 본류와 지류의 수위 차가 크다면 그 위험은 더 커집니다. 이 경우, 보 건설이 종료되고 (보를 가동해서 -역자주) 물을 막은 후에 이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겁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을 다시 한번 근본적으로 자세히 분석해야 하고, 무엇보다 기술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술자들은 사람에게 유익한 것을 건설하고 싶지, 국가경제나 사람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질문: 앞으로 일어날 이런 현상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헨리히프라이제: 이번 홍수와 같은 '경고사격'을 받은 즉시 공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반드시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국가경제와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지금 바로 다른 개념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한번 더 얘기하지만, 그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기술자들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들이 가진 첨단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서 계획을 세울 자유를 주십시오! 수리학 관련 기술자와 대학 연구소에도 시간을 주십시오. 한국에는 실력 있는 수리학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악의 재앙을 막아낼 수 있도록, 지금 그들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질문: 독일에는 백년 빈도의 홍수가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얼마나 자주 발생합니까? 정확한 통계수치가 있습니까? 그리고 4대강공사가 끝난 후 한국에서 홍수 및 범람 재앙이 더 많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헨리히프라이제: 이번에도 여러 질문인데, 우선 독일뿐 아니라 중부 유럽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형적인 사례로 라인강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여기 라인강변의 쾰른(koln)에 있는데, 쾰른 시민은 정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림 4> 라인강에 보 건설 이후 대홍수 빈도 증가 (독일연방 자연보호청 2010년 제작)
이것은 칼스루에의 홍수 수위 중 8m 이상만 기재했습니다. 1880년 첫 기록 이래 1944년 겨울 비슷한 홍수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 라인강에 보를 설치했는데, 보시다시피 결국 홍수가 더 자주 일어났습니다. 바덴바덴 부근의 이페즈하임에 마지막 보가 완공된 이후로는 홍수가 더 빈번해졌습니다. 칼스루에의 예를 보시면, 옛날에는 수위 8m가 넘는 홍수가 100년에 한 번 일어났지만, 요즘은 2년마다 발생합니다.
라인강 상류에 있는 바젤(basel)과 칼스루에(karlsruhe) 사이, 좀 더 정확히 말해, 바젤과 바덴바덴(baden-baden) 사이 연속 보 구간에 보를 하나씩 설치할 때마다 홍수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강에 연속 보를 설치한 거리가 늘어날수록 홍수 위험은 단순비례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습니다.
이는 모든 수자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결같이 밝힌 사실입니다. 보 설치의 이 인과관계는 라인강 상류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적용됩니다.
그 결과는 과연 무엇일까요? 옛날에는 백년에 한 번 나던 규모의 대홍수, 한 번 더 강조하는데, 옛날에는 100년에 한 번 나던 대홍수가 요즘은 평균 2~3년마다 한 번씩 나고 있습니다. (연속보 구간 바로 밑에 있는 -역자주) 칼스루에에서는 더 자주 나고 (그곳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역자주) 쾰른에서는 덜 자주 나는데, 이것은 우리가 가진 도표에 나와 있어요. 심지어 쾰른에서도, (라인강 상류 연속 보 구간으로부터 -역자주) 약 400km 쯤 떨어진 쾰른에서도 홍수위가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고 대홍수 역시 심각할 정도로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최근에는 심지어 식물성장기에도 홍수가 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라인강에서는 겨울에만 홍수가 났음 -역자주) 이런 시기의 홍수는 특히 농업에 큰 피해를 줍니다. 즉, 우리는 커다란 재앙을 겪었습니다. 결코 다른 나라가 따라해서는 안 되는 경험이지요. 다뉴브 강에도 비슷한 상황이 보를 건설했기 때문에 나타났습니다.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세계적인 기후변화 시대에, 보 건설은 홍수위험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오늘날 다시는 보를 연달아 설치하면 안 됩니다. 특히, 곧 다가올 그리고 벌써 나타난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구요.
질문 :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홍수와 관련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리라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헨리히프라이제: 제 의견이 아니라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중부 유럽과 서부 러시아에서 축적된 하천공사 경험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지하수 수위가 어디서는 올라가고 어디서는 내려갈 테니 농업에 대단히 큰 피해가 날 겁니다.
그리고 보를 하나씩 설치할 때마다 우리가 예외 없이 겪었던 경험에 따르면, 수질이 나빠질 겁니다. 독일의 경우, (보를 설치한 후 해당 지역의 -역자주) 수질이 한 등급 내려갔습니다. 독일 바이에른(bayern) 주에서 수질도가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림 5> 독일 하천의 생물학적 총수질도 (2000년, 독일연방공화국 제작)
레겐스부르크(regensburg)부터 슈트라우빙(straubing)까지 구간에 거대한 보를 두 개 설치한 후, 수질은 한 등급 온전히 떨어졌습니다.
보가 없는 다른 강의 수질에서는 이런 큰 차이를 볼 수 없습니다. 보를 설치하면 할 수록 수질이 나빠진 게 틀림없습니다. 애초에 수질 등급을 더 세분했더라면 이런 차이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을 테고 그랬다면 보 건설 계획 당시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보를 설치하면 할 수록 수질은 나빠졌습니다. 강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잊고 있던 사실이자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그리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앞으로 강바닥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침식되어 깊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보를 설치해도 그럴 겁니다. 지류의 강바닥만 침식되어 깊어지는 게 아니라, 본류의 보 상류 구간에서 침식이 특히 심하게 일어날 겁니다. 이 현상은 농업과 임업에 큰 피해를 가져올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구간에서는 (강기슭이 무너져내리는 -역자주) 측방침식 역시 심해질 겁니다. 그러면 그 지역의 도로·다리·건물이 붕괴 위험에 처하게 되지요. 분명히 그렇게 될 겁니다.
저도 설마 그러리라고는 예상 못했지만, 4대강 보 설계도를 직접 보고 난 후, 특히 상류 지방이 정말 위험하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는 많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건설공사를 해서 어렵사리 막아야 할 문제뿐 아니라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는 이런 말씀을 독일의 경험에 의거해서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공사를 진행한 적이 없어요. 공사 후유증이 발생하면 적어도 국가 예산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 안에서 천천히 일했지요. 그렇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나타날 4대강 공사 후유증은 독일의 경제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질문: 홍수 위험 외에도 4대강 사업에서 위험한 사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헨리히프라이제: 이건 확실한데, 제가 한국에 갔을 때보다 상황은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현재 저는 더 많은 건설계획을 본 상태인데, 통제할 수 없는 하방침식과 측방침식의 위험은 무시무시합니다.
질문: 4대강 사업에는 보 건설을 통한 용수 확보와 강바닥 준설을 통한 홍수예방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목적이 있습니다. 여러 학자가 그것은 모순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정부는 그 점이 바로 신개념의 이수 및 치수, 즉 홍수예방·농업용수 공급·식수의 질 보장을 위한 첨단 공법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적인 가동 보를 통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준설과 보 설치 때문에 한국에서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겠습니까? 준설을 하고 보를 건설해서 이런 목적, 즉 수질개선·용수확보·홍수예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헨리히프라이제: 저는 현대적인 가동 보라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홍수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보에서 물을 빼지 않을 겁니다.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물을 가두어 놓았을 테니까요. 그러나 홍수가 나서 물을 보에서 방류하면 그 물은 지류에서 내려오는 홍수물에 더해지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홍수위 상승효과가 날 겁니다. 다시 말해, 그 현대적인 가동 보 때문에 홍수위험은 오히려 커집니다.
독일은 그런 씁쓸한 경험을 많이 했지요. 절대로 우리 독일 사람들이 머리가 좋아서 깨달은 게 아니라 (웃음)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된 겁니다. 그것도 아주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말이예요.
이 좋은 의도, 그러니까 가동 보를 만들어 이런 것들을 다 해결하겠다는 의도의 결과는 치명적일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해 두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수단과 방법으로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루려고 합니까? 가동 보가 아니라도, 거대한 연속 보에 물을 채운 상태라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그 많은 물, 그 많은 물만 해도 그대로 방치되어 잃어버리는 겁니다. 아주 많은 양인데요, (보를 건설해서 -역자주) 그렇게 많은 물을 저장하려고 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 물은 물 속에서 빠르게 흐릅니다. 특히 깊은 물 속에서 훨씬 빠르게 흐릅니다. 그러니까, 보가 없는 강보다 보가 연달아 설치된 강에서 (보 수문을 열면 -역자주) 물이 훨씬 빨리 흐릅니다. 그런데 홍수가 나면 보가 연달아 설치된 구간에서도 물은 흐를 테고, 홍숫물이 더 불지 않게 하려면 물이 아주 빠른 속도로 보를 거치며 흘러야 할 것입니다.
<그림 6> 다뉴브강 하천공사 이전 및 이후의 홍수 증가 비교(독일연방 자연보호청 2010년 제작)
상황이 유사했던 홍수, 즉 강우량이 비슷했던 1899년 홍수와 1954년 홍수를 비교하면, 당시 물길을 좁게 만드는 제방이나 물길을 가로막는 보가 없던 때의 유량이 훨씬 적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초당 3,000㎥의 유량이었고, 요즈음의 초당 4,200㎥보다 훨씬 적다는 걸 알 수 있죠.
또한 1954의 첨두유량은 1899년 첨두유량보다 초당 1,000㎥ 더 많았을 뿐만 아니라 홍수가 이틀 반 더 일찍 일어났습니다.
다시 말해 홍수가 덮친 파싸우(passau) 시민들에게는 가재도구를 챙겨 대피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손실이 더 컸어요.
1954년 이후 더 많은 보가 설치되었기 때문에, 요즘 상황은 아주 다릅니다. (그림을 가리키면서 -역자주) 첨두홍수량은 이 만큼 더 많아졌고, 홍수는 이 정도 더 일찍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로, 본류 및 지류의 홍수가 겹칠 위험이 커집니다. 제방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과 상관없이 (보를 설치한 것이-역자주) 홍수위험을 키웁니다. 독일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것을 알았어요. 이것이 홍수의 최대 원인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은 통제할 수 없어요. 독일에는 능력 있는 기술자들, 특히 보를 건설한 경험이 많은 기술자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위험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림 7> 1995년 라인강 홍수 때 1월 8일부터 2월 21일까지 본류의 유량변화
-라인강에 합류한 네 지류 넥타강(주황)·마인강(녹색)·나에강(빨강)·모젤강(노랑)에 의해 1월 26일-30일 하류(쾰른)의 유량이 대폭 상승-
잠깐 이 그림을 보겠습니다.
이것은 1995년 1월, 2월에 난 라인강 홍수입니다. 스위스 바젤 부근의 라인펠덴부터 네덜란드 국경선까지 보입니다. 파란색으로 된 스위스 쪽 유량은 매우 적습니다. 아주 적은 유량이예요.
바젤과 보름스(worms) 사이 유량은 좀 더 많아졌지만, 아직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라인강의 흐름이 빨라졌는데도 말이죠.
마인(main)강과 합쳐졌을 때 좀 위험해졌고, 그보다 작은 나에(nahe)강이 합쳐지고 나서 큰 위험이 다가왔습니다. 유속이 빨라진 라인강에 모젤(mosel)강이 추가되고, 이때부터는 홍수위험이 굉장히 높았죠.
이렇게 지류들이 본류로 합쳐지는 것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네 번째로, 제가 제 소견서나 감정서에서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은 점인데, 여기 본과 쾰른 사이에 있는 라인강을 살펴봅시다. 코블렌츠(koblenz)에 있는 독일연방 수문청이 바젤과 엠머리히(emmerich) 사이 구간 여러 곳에서 전문가 감정을 위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는 본과 쾰른의 예만 들겠는데, 30km밖에 안 되는 이 짧은 구간에서 강변과 범람원이 가진 저수량이 엄청납니다. '강변 저수'란 물이 범람하지 않은 상태에서, '범람원 저수'란 강물이 범람원으로 넘쳐 든 상태에서 홍수가 강변과 범람원의 지하수로 유입되는 것을 말하는데, 그 보유량이 자그마치 8천만㎥나 됩니다. 본과 쾰른 사이의 강변 및 범람원이 머금는 홍수량이 8천만㎥에 이른다는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보가 없는 강 구간에서 일어납니다. 바로 이 8천만㎥의 유량이 무엇보다 1988년 3월 말 발생한 대홍수의 첨두수위를 15cm 낮추는 역할을 했습니다. 몇백만 인구와 화학공업단지가 있는 도시를 위해 홍수위를 15cm 낮췄다는 것, 이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보를 건설하면 강변과 범람원은 이런 물 저장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전부 잃거나 대부분 잃을 겁니다. 특히 연속 보 때문에요. 보를 설치하면 홍수위험은 더 커집니다. 홍수가 나면 층층이 모아 둔 그 많은 물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모를 겁니다.
독일 사람들은 스스로 저지른 쓰디쓴 실수와 값비싼 복구대책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보 건설이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과 절대로 보를 건설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보를 건설하는 것은 더 이상 책임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우리는 저절로 그리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홍수방지 대책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본과 쾰른의 예만 봐도 8천만㎥의 홍수량을 줄였습니다. 돈도 안 들이고 안전한 방법으로요. 더 바랄 게 있나요? 보를 건설하면 쾰른·뒤셀도르프(dusseldorf)·바이어-레버쿠젠(beyer-leverkusen) 같은 대규모 산업지역에서 홍수위험을 높일 뿐입니다.
그리고 (쾰른의 홍수를 막기 위해 보를 건설했다면 -역자주) 네덜란드가 독일에 문제를 제기했을 겁니다. 그 나라로선 그럴 권리가 있죠.(네덜란드는 라인강 하류에 있어 독일이 보를 건설하면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치르게 됨 -역자주)
그래서 독일은 보, 특히 연속 보를 다시는 건설하지 않습니다. 보는 비현대적입니다. 시대착오적입니다. 제 얘기가 너무 강하게 들리겠지만, 이것은 우리가 어렵게 쓰디쓰게 경험한 사실이예요. 더 적당한 표현이 없는데, 현재 독일연방 수운·선운 관리청(wsv)에서 일하는 공무원 중에 연달아 보를 설치하는데 동의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만약 보 하나를 건설하는 일에 대한 논란이라면 보 건설로 인한 위험이 (연속 보에 비해서 -역자주) 크지 않으니 그나마 토론할 여지라도 있겠지요. 그러나 독일에서는 다뉴브강에 보 단 한 개를 설치할 계획조차 독일 정부가 반대해서 무산되었습니다. 국민경제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보 건설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질문: 강바닥을 파내고 보를 설치하면 수질에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헨리히프라이제: 강을 인위적으로 깊게 만들면 수질이 나빠집니다. 홍수로 불어난 물이 강변과 범람원을 넘나들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이게 바로 독일의 아주 큰 문제예요. 오스트리아 사람은 우리 독일 사람보다 이 사실을 더 잘 파악했습니다. 제가 부러운 마음으로 인정합니다. (웃음) 자기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자기비판이 없다면 우리의 국민경제는 돌아가지 않을 테고 모든 물가는 올라갈 겁니다. 특히 앞으로 질 좋은 물은 점점 비싸고 귀한 식품이 될 겁니다.
<그림 8> 엘베강에서 수로 준설이 물의 산소 공급에 미치는 영향 비교
위: 준설한 토사를 강 밖으로 퍼내는 경우 수질 악화 (예: 한국 4대강 사업)
아래: 준설한 토사를 강 안에 남겨두는 경우 수질 유지 (예: 엘베강 인공구조물이 없는 구간 공사)
그래서 물속 산소공급에 대해 좀 더 얘기하겠습니다. 만일 강이 계속 깊어지면, 비록 배가 다니는 곳만 부분적으로 깊어지더라도, 수질은 매우 나빠집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 방식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물길로 배가 다닌다면 수로를 깊게 만드는 걸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죠. 그렇지만 준설은 배가 다닐 때만 말이 되는 겁니다. 수로로 만들 계획이 없다면 강바닥 준설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갈수위 기준으로,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갈수위 기준으로 수심이 1-2m밖에 안 된다면, 강물 속에는 바람 및 물흐름을 통해서뿐 아니라 무엇보다 조류(藻類)가 광합성을 통해 생산하는 산소의 양이 아주 많아집니다.
이런 방식은 중요하고, 한국에서도 가능하며, 심지어 수질을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저렴한 방법으로 말이죠. 예, 이렇게 물속 산소량을 늘리는 게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강의 공사계획을 세울 때 매우 중요합니다. 이 원칙을 지켜야만 합니다. 그러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수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강바닥을 높이는 일입니다. 강변 범람원에 퇴적물이 너무 많이 쌓이면 적당한 수준으로 그걸 없애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강변 범람원과 강기슭에 퇴적토가 너무 높게 쌓이면 강물이 범람할 수 없으므로 홍수예방과 수질개선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임 -역자주)
요즘 엘베(elbe)강에서 홍수를 예방하고 식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엘베강 강변에 많은 도시가 있기 때문에 식수는 중요한 문제이지요. 물론 식수를 강에서 바로 취수하지 않고 지하수를 취수하지만, 이런 조치를 통해 지하수 수질도 개선되니까요.
보는 여러 다른 이유로도 수질을 악화시킵니다. 보에 갇힌 물은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고 천천히 흐르며 잘 교체되지 않고, 산소도 너무 적습니다. 다른 이유도 여럿 있지만, 일일이 다 설명하자면 너무 복잡해질 듯 합니다. 이 정도로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지금 높은 보가 계획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물이 흐르지 못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산소가 물에 공급되지 않습니다. 수면 쪽 상위 1~2m에서만 산소가 바람을 통해 물에 조금 스며들지만, 위쪽에도 물 흐름은 없어서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습니다. 수면으로부터 2m 이상 깊어지면 산소는 공급되지 않습니다.
<그림 9> 수심에 따라 달라지는 물속 산소공급
왼쪽: 대기(바람과 물결)를 통한 산소공급, 오른쪽: 생물을 통한 산소공급
헨리히프라이제: 위의 그림에서 엘베강변 주 및 연방 합동연구회(arge elbe)의 두 가지 연구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단체는 엘베강을 정화하기 위해 만든 국립 연구회입니다. 다시 말해 공식적인 연구결과라고 할 수 있죠.
왼쪽 그림은 대기를 통한 물속 산소공급으로, 물결을 통해 물로 유입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대기를 통한 산소유입은 2m까지 가능한데, 주로 0~1m 사이고 최대 2m까지 가능합니다. 그보다 더 깊으면 불가능합니다. 이 그림은 물결을 통한 산소의 물속 유입을 보여줍니다. 물결이 아주 강하다면 산소는 15m 지점까지 거침없이 도달할 수 있습니다. 보 안에 갇혀 정체된 물에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지요.
오른쪽 그림은 생물을 통한 물속 산소공급을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류(藻類)에 의한 산소공급입니다. 조류는 물의 수면으로부터 1m 미만 깊이에서 산소를 생산합니다. 수면에서 1-2m 사이에는 훨씬 적은 양의 산소를 생산합니다. 수면에서 2m 이상 깊어지면 산소를 아예 생산하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보와 수질을 명확히 설명해 줍니다. 보는 물을 막아 높게 채웁니다. 이렇게 물은 깊은데 수면 2m 아래에는 산소가 생성되지 않습니다. 생물을 통한 산소공급도, 물결을 통한 산소공급도 없기 때문입니다. 수면에는 바람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지만 충분치 않습니다. 물속 산소공급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산소공급 문제 말고도, 부패하는 물질이 산소를 소모하고 부패의 산물이 더해져 수질을 악화시키는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산소부족은 부패물질을 생산하는 산소소모로 이어져 수질은 많이 나빠집니다.
이런 산소부족 현상은 식수의 수질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겁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산소부족 때문에 보로 막아둔 물 대부분의 수질은 나빠질 겁니다. 수면에 가까운 위쪽 물은 좀 괜찮겠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수질은 산소가 부족하니까 나빠지는 거지요. 그게 바로 우리의 경험입니다.
질문: 강바닥을 파내고 나서 보를 설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독일에도 예가 있는지요?
헨리히프라이제: 독일에 여러 가지 예가 있는데, 우리는 할 수 있는 실수란 실수는 모두 다 했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가 빼놓은 실수는 없는 것 같아요. 유감스럽지만 그렇습니다. 그나마 우리는 실수를 천천히 했어요. 그래서 실수를 줄여갈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보 건설 같은 중대 실책은 전혀 안 하게 되었죠. 우린 정치권부터 그걸 인식했습니다.
라인강의 바젤과 브라이자흐(breisach) 구간을 예로 들겠습니다.(이 구간에 연속 보가 설치되어 있음 -역자주) 60km 정도 거리인데요, 툴라(tulla)의 계획에 따라 라인강 직강화 공사를 한 후에 라인강이 저절로 깊어졌습니다. 라인강이 이 구간에서는 저절로 깊어졌어요. (툴라는 1850년대 라인강 직강화 공사의 책임자. 직강화 공사란 굽이쳐 흐르던 강의 여러 곁가지를 없애고 둑을 쌓아 물을 한줄기로 모으는 공사. 이 공사로 물이 좁은 통로에 갇히면 강물은 넘쳐 흐르며 곁가지를 치던 힘으로 강바닥을 긁어내기 때문에 강바닥은 저절로 깊어짐 -역자주)
그곳의 강바닥 경사는 좀 가파릅니다. 여기에 하류쪽으로 강바닥이 계속 내려앉는 현상이 더해졌습니다. 결국 강바닥 경사는 1km에 4m 깊어지는 0.4%에 이르렀죠.
독일에서 강을 인위적으로 깊게 만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200년 전에도 그런 일은 결코 바라지 않았어요. 그런 행위가 농업과 임업에 나쁜 영향을 *다는 걸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지요. 강을 인위적으로 깊게 만들면 수질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강이 상류에서 범람할 수 없으니 하류로 흘러 결국 더 큰 홍수를 일으킵니다. 200년 전의 우리 기술자들도 그 사실은 알았죠.
기술자들은 바젤과 브라이자흐 사이 라인강 구간이 약 9m까지 깊어진 사실을 크게 통탄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실수를 아무도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강은 저절로 깊어졌습니다. 즉, 통제할 수 없어요. 강을 인위적으로 곧게 다듬었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실수였어요.
그 다음에는 보를 건설해서 강이 점차 깊어지는 현상을 멈추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렇게 하면 보로 막은 구간의 아래쪽, 즉 하류쪽 강바닥이 다시 깊어지니까요.
이런 이유로, 강바닥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지하수 수위를 높이고 지하수 수위 변동폭을 키우기 위해 이제 독일은 강바닥에 자갈·모래·흙을 쏟아붓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로써 지하수 수질도 개선할 수 있고 농업 및 임업 분야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범람원의 지하수 수위가 큰 폭으로 변동해야만 범람원 특유의 이로운 생물이 번창할 수 있는데, 보나 준설로 지하수 균형이 깨지면 지하수 수위가 변동하지 않으므로 범람원은 인간에게 이로운 순기능을 하지 못함. kbs <쌈> '대운하, 국민과 통하라'에 라인강 바닥에 매일 엄청난 양의 자갈·모래·흙을 쏟아붓는 장면이 나옴. -역자주)
저는 강바닥에 자갈과 모래와 흙을 쏟아붓는 것이 무엇보다 경제적인 동시에 홍수위험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이어 보가 설치된 연속 보 구간의 마지막 보인 이페츠하임(ifezheim) 보의 아래쪽 하류 구간의 강변 범람원에서는 라인강이 옛날만큼 자주 강변으로 흘러 넘칩니다. 이페츠하임 보 너머 하류구간에 쏟아붓는 자갈·모래·흙 덕분이죠. 그 덕분에, 그러니까 이페츠하임 보에서 칼스루에 부근의 막사우(maxau)에 이르는 22km의 짧은 라인강 구간의 범람 덕분에, 대홍수의 수위를 많이 낮출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7년 8월 대홍수가 났을 때 홍수위를 10%나 낮출 수 있었습니다. 강에 자갈·흙·모래를 쏟아붓는 조치 덕분이었죠. 오로지 라인강 오른쪽 강변을 범람시켜서요. (이 조치로 강바닥이 올라가자 라인강의 독일쪽 강변으로 강이 범람할 여지가 커짐 -역자주)
프랑스가 홍수에 대비해 자국 쪽 강변 둑을 높게 쌓자, 독일의 홍수위험이 커졌죠. (상류의 강변 둑을 높게 쌓아 홍수를 막는 방법은 하류에 홍수를 가져옴. 라인강 상류는 프랑스(왼쪽)와 독일(오른쪽)의 국경을 이루고, 라인강 하류는 독일만 통과함 -역자주)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강에 자갈과 모래와 흙을 쏟아붓는 방법은 상당히 저렴하고도 근본적으로 더 나은 홍수 예방책으로, 칼스루에 같은 큰 도시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질문: 라인강 상류에 보를 줄줄이 설치하려던 계획이 1980년 연방의회의 결정으로 무산되었습니다. 국민들이 반대해서 그랬나요?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헨리히프라이제: 그 지역의 반대시위가 있었지만 대체로 온건했고, 큰 성과도 거두지 못했을 겁니다. 독일에서는 정치권이 보가 해롭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제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보는 경제성이 없고 수질·홍수방지기능·시민안전을 위협하는 등, 여러 이유에서 독일연방 교통부가 보 건설을 반대했죠.
최종적으로 프랑스 정부와 논의를 거쳐 라인강에서 더 이상의 보 설치를 금지한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라인강에 보를 설치한 동기는 1차 대전의 패전국 독일이 전쟁 보상 명목으로 라인강 물 사용권을 프랑스에 넘긴 데 있음. 프랑스는 라인강에 보를 세워 수력발전으로 이익을 보았지만, 환경파괴를 비롯한 보 설치에 따른 여러 피해는 독일을 통과하는 라인강 하류쪽에서 나타남. 이 때문에 프랑스는 보 건설을 중단하려는 독일시민의 노력을 처음에는 무시함 -역자주)
질문: 라인강 하류의 홍수를 줄이기 위해 라인강 상류에서는 저류지를 새로 만들고 있는데요...
헨리히프라이제: 라인강 상류가 흐르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urttemberg) 주 정부의 결정입니다. 현재, 그 조치의 단점은 물을 막고 그곳에 마른 저류지를 만든다는 겁니다. 물이 흘러드는 저류지가 아니란 말이지요. 다시 말해 홍수가 나면 물이 둑을 넘쳐와 고이는 방식의 저류지예요.
홍수가 나면 저류지의 수면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몇 m나 올라가곤 하는데, 그 결과 저류지의 숲이 파괴되었죠. 그리고 (토양의 생산성이 떨어져 -역자주) 지역주민은 더 이상 수익을 얻지 못했어요. 수질은 나빠졌고, 높은 둑으로 막힌 부지에서 퇴적작용이 일어났고요.
그래서 이런 식의 저류지 대신 평소에도 물이 흐르는 저류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훨씬 빠르고 훨씬 간단하며, 피해도 작습니다. 무엇보다 홍수를 빨리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연방 수운·선운 관리청(wsv) 및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부의 전문가들과 함께 바젤-브라이자흐 구간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저는 독일연방 자연보호부에서 일했는데, 전문가들과 이런 계획을 세웠습니다. 바젤과 브라이자흐 사이 구간에서 홍수가 날 때 그 저류지를 거쳐 그냥 흐르게 두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땅을 파서 지대를 9m 깊게 해서 홍수로 불어난 물을 가두어 두는 게 아니고, 즉각적으로 홍수를 예방할 방책, 안전하게 홍수를 예방할 방책을 만들자는 것이죠. 베른하르트(bernhart)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홍수예방은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저류지를 만들어 물을 가두는 방식보다 근본적으로 훨씬 안전합니다.
질문: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것 중 하나가 네덜란드의 'room for the river'입니다. 제방을 뒤로 물려서 충분한 하천 공간을 확보한다는 의미인데, 이 개념과 한국의 4대강 사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까?
헨리히프라이제: 아니요, 한국과는 그 원칙이 전혀 다르죠. 특히 저지대인 네덜란드에서 강바닥을 깊게 파는 경우는 없습니다. 만약 그 나라에서 준설을 한다면 단지 강변 범람원에 너무 높게 쌓인 퇴적물을 퍼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래나 자갈은 절대 퍼내지 않습니다.
네덜란드가 하는 하천공사라면 몇몇 지류를 보완해서 본류의 수력(水力)을 높이려는 공사일 뿐입니다. 아니오, 네덜란드 사람은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험이 풍부한 네덜란드 사람은 전혀 다른 방법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경험 많은 네덜란드 사람의 이런 방법을 부분적으로 따르고, 독일 엘베강에도 이 방법을 적용합니다. 저도 훨씬 영리하고 충분히 심사숙고한 방법을 엘베강이나 라인강에 적용하는 걸 관철시키려고 네덜란드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직접 조언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은 홍수와 관련해 쓰디쓴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지요. 1950년 초반의 대참사처럼요.
한국과 네덜란드의 프로젝트 공통점은 전혀 없으며, 있다 해도 극히 적은 부분일 것입니다.
질문: 유럽에는 보를 짓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습니까?
헨리히프라이제: 예, 그게 바로 헝가리의 사례이지요. 완공 직전에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나지마로쉬(nagymaros)의 엄청나게 크고 유일했던 댐은, 헝가리 정부·헝가리 국회·많은 전문가의 일치된 판단과 결정으로 철거되었습니다. 거의 완성되었지만, 다시는 헝가리에 이런 댐을 짓지 못하도록 완전히 철거했어요. 저는 헝가리 기술자들이 총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주십시오.
헨리히프라이제: 저는 외부인 처지로 이런 상황에 조언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럽, 즉 중부 유럽에서 경험한 그 부작용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두는 일이 시급합니다. 저는 낭만주의자가 아닙니다. 4대강 공사 탓에 낭만적인 것들이 많이 파괴되었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이성적인 눈으로 봅니다. 앞으로 정말 위험한 상황이 다가올 겁니다.
그리고 앞에서 제가 말했듯이, 본류에서 일어나는 통제할 수 없는 측방침식 및 하방침식, 그리고 제가 제방 파괴를 말씀드리는 걸 잊었는데요, 그 통제할 수 없는 침식이 제방에 가하는 위협 등, 한국에 좋은 일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게다가 통제할 수 없는 침식이 지류로 퍼져나가고 그에 따른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
이제 한국의 기술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십시오. 이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저는 그 누구에게도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술자들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들은 할 수 있습니다.
원문:http://www.hanamana.de/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