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대통령 못해먹겠다" 발언의 진실

브랜든 히트 작성일 11.08.16 15: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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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통령직 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한 이명박 대통령의 기사를 아까 올렸었는데, 이왕 올린김에 노무현이 아직도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욕먹고 있는 '대통령 못해 먹겠다' 발언의 진실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중복이라면 대략 난감? --;)

2003년 5월21일에 노대통령은 청와대에서 5.18행사 관계자들과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당시 한총련의 5.18시위가 물의를 빚은데 대해 노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면서 경찰에 연행된 한총련 학생들에 대해선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노대통령은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를 언급하면서 "어른들도 젊은 사람들이 잘못하면 나물랄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문제가 된 발언이 나왔죠.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 (집단행동 등)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즉, 노무현의 그 당시 발언은 보수진영이 아닌 진보진영을 비판한 발언이었습니다. 한총련의 5.18시위 및 화물연대의 파업, 전교조와 NEIS 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던 시기였죠.

그런데 중요한건, 노대통령이 이 발언을 한 직후에 오히려 보수진영에선 이 발언을 환영했다는 사실입니다.

저 발언이 있고난 다음날 동아일보 사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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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이 위기감 느껴서야 (2003년 5월 22일자 동아일보 사설)

취임 후 3개월도 안된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다간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자탄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 기강해이가 위험수위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위기의 근인(根因)은 개혁바람에 편승한 불법과 무질서, 무원칙과 비상식이고 그 대표적 증상은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국가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노 대통령의 진단은 정확하다.

노 대통령이 방미를 계기로 외교안보에서의 대변신을 보여준 데 이어 5·18 불법시위를 전후해 내정(內政) 분위기 일신을 꾀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 시위주동자 엄단 및 전교조 집단행동 엄정 대처 지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월권’에 대한 경고, 상호주의적 관점에서 노조의 명분과 권익에 대한 재평가 언급 등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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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동아일보 사설이 잘 보여주듯이, 노대통령이 진보진영을 비판하자 보수세력들은 이렇게 처음에는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전략을 바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 발언을 "대통령의 막말"로 둔갑시킵니다.

그 뒤에 상황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너무도 잘 알 것입니다.

즉, 조선일보가 만약에 동아일보처럼 노무현의 저 발언을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했다면, 이 발언은 오히려 국민들의 머릿속에 "노무현은 자기를 지지해준 진보세력들도 잘못이 있으면 용기있게 비판하는 대통령이구나"하는 이미지로 남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리한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는 달리 "대통령의 막말" 컨셉으로 작전을 바꿨죠. 그 효과는 엄청났고 조선일보의 전략은 제대로 먹혀 들었습니다.

노무현의 대통령 못해먹겠다 발언 파문은, 한국 사회에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들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교활하게 기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노무현의 저 발언을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은 보수언론들이 던진 떡밥을 아직도 입에 물고 있는 셈이 되는거죠.     출처 : 작은옥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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