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와 기성세대

Mcrow 작성일 11.11.20 13: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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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람을 세대갈등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기존의 지역갈등의 틀이 기성세대가 물러남에 따라 6.25 사변과 용공정치 이후 3김 정치로 대변되는 정치과정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유권자가 되면서 세대갈등의 틀로 옮겨졌다는 분석이다. 젊은 애들은 정치를 몰라라는 임의적인 규정이 10. 26 선거의 결과가 SNS를 통한 20대들의 겉멋 든 진보에 의해서가 아니라 40대까지 아우르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그 본질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모순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분석이 일리는 있다.

실제로 10. 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50-60대는 압도적으로 나경원 의원을 지지한 반면 20-30대는 또한 박원순 후보에게 70%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소설가 김훈 씨의 이와 같은 멘트에 상당부분 공감이 되는 이유는 경제성장이 극에 달했던 90년대에는 경험하지 못한 취업난을 지금 20대가 경험하고 있고 글을 쓰는 이 시점에 나의 세대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논리는 곧 왜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묻는다. 신자유주의 기조에 기본적인 골자에는 동의하지만, 다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취업의 문제에 앞서 변명거리 밖에 안될지라도 80년대 세대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의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대구분은 논리적 비약이 따를 수 있지만 크게 전쟁세대, 베이비붐세대로 대변되는 이전세대와 386세대, 88만원 세대와 김연아 세대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경제 성장이 전쟁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희생에 의한 결과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정주영, 이병철, 박정희와 같은 사람들의 이니셔티브와 급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단칸방 지하와 공장을 오가던 여자들과 사막의 먼지바람을 들이마셨던 세대들의 업적은 분명하다. 세대갈등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수치에서 보이는 것처럼 고통을 겪은 이전세대와 이를 겪지 않아서 뭘 모르고 SNS에 휘둘리는 88만원세대로 비춰지지만 본질은 그렇지 않다. 실제의 세대갈등은 베이비붐세대의 끝자락과 386세대들과 88만원 세대들의 갈등이다. 이들은 교묘하게도 지난 참여정부 시절 뜻을 함께했고 심지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동일하게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이전 세대들은 88만원 세대가 좌파의식이 가득한 386세대를 지지하면서 눌러 붙었다고 주장한다.

386세대가 그 이전 세대의 충돌과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논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하버마스에 이르기까지 탈근대 이후의 거대담론에 심취한 나머지 88만원 세대의 생각 없는 행태와 부족한 조직력이 지금의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대기업 중심의 양극화에 비판의식을 갖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경제성장의 바람을 타고 올라섰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분별한 지역감정을 통한 정치후퇴를 유발했고 경쟁력을 위한 투자보다는 부동산 투기로 일관했다. 전지구적 인플레이션 이후의 거품의 붕괴는 고물가 저성장을 촉발하고 이에 따른 고실업율을 유발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와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문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거대담론에 대한 잔소리를 통해 전해진 것은 일종의 대학가의 낭만주의였다. 그들이 만들어낸 유산이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이뤄낸 민주주의인지 땅 값이 오른 사람이 남긴 외제차인지 알 길이 없다.  부동산 투기에 실패한 386세대들은 바람 타고 들어온 대기업 뒷자락에서 88만원 세대들을 향해 혀를 차고 있는 형국이다.

88만원 세대들이 이전세대도, 386세대에도 속하지 않는다. 고실업의 잔재 속에서 겉멋든 진보를 표방하고 스스로가 권위주의에 빠져있으면서 권위주의와 싸웠던 386세대의 대학가의 낭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점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386세대가 움켜 진 기득권과 신자유주의 시대에 맞춰 김연아 세대의 문화는 원자화된 개인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무한히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위한 비판의식을 갖추는 한편, 김연아로 대변되는 어린 세대로부터 기존의 담론에서 벗어나 자세를 낮추고 새로운 문화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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