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협정발효 후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논할 수 있다'고 말한 후, 미국 협상당국도 가능하다고 동의를 표했다. 본래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FTA에 소극적이었으나, 협정이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뒤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용창출 노력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미 협상당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한 날, 미국 전역에서는 독점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기업 논리에 따라 공공 요금을 매기도록 함
여기서 상업적 고려에 따라서는 무슨 뜻인가? 16장을 보면, 그 의미가 해당 산업에서 민간 기업의 통상적인 비즈니스 관행과 합치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오로지 상업적 고려에 따라서만 요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은 원가보다 싼 값에 전기나 수도를 공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현재 '산업용 전기 할인'과 같이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공공요금은 계속 유지될 수 없다. 인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예외가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개의 조건이 붙어 있다. 첫째 그 공공 서비스를 판매할 때에 미국 투자나 미국의 서비스 공급자를 차별하지 않고 대우할 것과 둘째 민간 회사와 경쟁하는 시장에서 미국 투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지 말 것이다.
우편요금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정부가 원가와 관계없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우편 요금을 책정할 수 있으려면, 우체국이 유피에스(UPS)와 같은 미국의 특송회사의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왜 민간 기업의 독점 가격은 적극 규제하지 않은가?
정부는 위와 같은 두 개의 조건을 지키면 되므로, 공공요금 책정의 자율성을 지켰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두 조건은 너무 까다롭다. 미국 회사들이 쉽게 치고 들어올 수 있다. 특히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이다. 우체국과 같은 독점은 독점자체가 미국 특송 회사의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쉽다. 편지 배달을 독점하는 것 자체가 택배 영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그 결과 미국 특송 회사의 영업에 영향을 주기 쉽다.
그러므로 나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회사들은 전기, 철도, 수도, 우편 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으로 본다. 그래야 민영화에 참가하여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들이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 돈을 벌러 들어 올 경우, 공공 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원가를 뽑을 수 없다.
여기서 꼭 제기하고 싶은 문제가 왜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의 민간 독점 기업의 독점 가격에 대하여는 그토록 희미하고 무기력하게 규정하고 있는가이다. 한미 FTA의 '경쟁' 조항을 보면 앞에서 본, 기업 논리에 따른 공공요금 가격 결정 조항은 있지만, 반대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민간 독점 기업의 독점 가격을 규제하는 효과적 장치는 없다.
결국 이름만 '경쟁'이지, 어떻게 하면 한국의 공기업 구조를 미국 기업의 이익에 맞게 바꿀까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리고 덩치가 큰 미국 기업과 작은 한국 기업 사이에 어떻게 하면 진정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것인가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대규모 미국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한국의 우체국 보험, 농협 공제를 규제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우체국은 더 이상 새로운 보험 상품을 출시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한미 FTA에 있다.(1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