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김수영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엊그제부터 계속 머릿속에 이 시가 맴돌더니 오늘이 김수영 시인 탄생 90주년이라고 하네요.
풀은 약하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나는 존재이기에 아름답고 강인한것이겠지요.
오늘도 약한 그대들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