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통화 안한 후진타오, 盧와는 3번 통화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 실패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중국과 통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은 아니며 중국은 정상끼리 전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같은 날 여야대표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다른 어느 나라와도 직접적으로 통화하지 않았다"며 "북한문제에 관련된 소통은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만 중국 주석과 통화를 못한 게 아니다. 한중 정상은 현 정부 출범이후 단 한차례도 통화를 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이 수시로 미국 대통령이나 일본 총리와는 통화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면 과연 청와대 주장대로 중국은 '정상간 통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은 걸까.
하지만 전임 정권들과는 그렇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과 최고의 친분을 나눴다. 장쩌민 주석은 김 대통령을 최고의 극존칭인 "따꺼(大兄)"이라 부르며 더없는 존경의 염을 표시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김 대통령에게 "디스 맨(이 자)"이라는 막말까지 사용하면서 미사일방어체제(MD) 가입을 압박했으나, 등거리 외교 원칙을 고수한 김 대통령이 단호히 거부한 데 대한 중국의 최고 예우이자 존경의 표시였다.
장쩌민 주석은 김 대통령이 퇴임해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자신의 주치의까지 한국에 파견했을 정도로 변함없는 우정을 나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때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세 차례 전화통화를 가졌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한 후 2003년 5월 2일 후진타오 주석과 첫 전화통화를 갖고 베이징 3자회담 결과와 북핵문제, 자신의 방중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어 2003년 8월 21일에도 후진타오 주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핵 6자 회담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고, 지난 2006년 7월 21일에도 후진타오 주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노력을 강화하고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청와대가 '정상끼리 전화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던 후진타오 주석은 이처럼 노 전 대통령과는 세차례나 통화를 했던 것이다.
중국의 MB 기피는 미국·일본 편중의 MB 외교정책이 자초한 인과응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