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똑똑한 유시민이 왜 민주노동당과 통합했을까? [늙은도령님 글]
먼저 이 글은 유시민 대표를 오랫동안 눈여겨 보아온 사람으로써...
그의 허락도 없이 그의 마음속으로 잠입해 그의 시선으로 써 본 글이므로 사실과 다름을 고백하고 시작합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 시절부터 총명하기로 유명한 유시민 대표는 강성은 아니었지만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오랜 야인 생활을 끝내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참여 정부를 구성해 국정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참여 정부는 여러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것이 '4대 개혁 입법'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사찰하고 탄압하며 고소 고발을 남발할 때 써먹은 국가보안법과 함께...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이 그것입니다.
참여 정부가 이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한 이유는 그 네 가지(싸가지도 되지요) 법률이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특권층으로 자리 매김한 기득권의 전유물이자 전가의 보도였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는 이 네 가지 법률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불가능하고...
갈수록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나...
기회와 결과의 불평등 같은 폐단과 악습은 영원히 개선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하자고 하면 국가보안법이 빨갱이로 낙인찍어 제거했고...
기득권에게만 유리한 교육을 개혁하고자 하면 박근혜가 국회를 장기간 공전시킨 채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대했던 사립학교법이 거대한 바리게이트를 쳤습니다.
미국의 판단 착오로 친일파 숙청에 실패(일본 군정에 참여한 경찰과 공무원의 80~90%가 해방된 대한민국의 경찰과 공무원으로 살아남았음)한 것을 뒤늦게나마 밝혀내고자 과거사진상규명법을 발의했지만...
박근혜의 한나라당이 끝까지 저항해 누더기 법률로 통과됐고...
뼛속까지 친미며 친일인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는 아예 예산마저 삭감돼 그나마 규명 작업도 미완성으로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관계법을 개혁하려고 했던 것은 이 땅의 실질적인 지배 세력이었던 조중동의 특권과 반칙을 민주주의 룰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습니다.
헌법과 법률마저 무시하기 일쑤인 그들의 무소불위의 힘을 보편적인 언론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도하는 비극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언론관계법을 개혁하려 했지만...
결국은 그것 때문에 조중동에 찍힌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참여정부의 일원으로써 경험한 유시민 대표는 전통적 지지세력이 없으면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진보세력으로써 상당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결심하기에 이른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그전에 진보세력의 새로운 기반으로 등장한 인터넷 포털(특히 아고라)들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차례차례 점령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결심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지만 보수적 가치에 더 어울리는 자들이 즐비한 통합민주당은 그의 생리와 맞지 않았을 것이구요.
여기에 두세 가지를 더하자면 노회찬이나 심상정처럼 국정 경험이 없는 진보세력 중에서도 국가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진 정치인들이 늘어나는 것에도 희망을 걸었을 수 있습니다.
촛불 집회에서 보았듯이 지난 10년간의 진보 대통령 시기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소양도 상당히 늘었다는 판단도 했을 것입니다.
아울러 참여정부 동안 정책적 잘못(한미FTA나 쌀시장 개방, 누더기 비정규직법 등)과 실패(4대 개혁 입법의 좌절과 부동산 관리의 미숙함, 부의 양극화 초래 등)들을 바로 잡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만회하려면...
그 정책적 잘못과 실패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도 한 몫 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것은 일종의 자기 반성적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친북 및 맹목적인 반미적 성향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국회의원 배출에 실패한 참여당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여기에 더해졌을 것이구요.
헌데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도덕적으로 투철하리라 생각했던 민주노동당의 당권파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는 줄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정희로 대표되는 민주노동당이란 결코 이런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의 패거리 정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봤기에 합당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구요.
이상의 저의 형편없는 추리로 만들어낸 상상적 글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과 책, 참여정부의 정책 등을 읽고 참고했으며 유시민 대표의 책들도 읽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것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봅니다.
현재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진보적 가치와 정당성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지만...
국정 경험이 있고 그때의 정책적 잘못과 실패를 통렬히 반성하고 재기의 기회를 찾고 있는 유시민과 천호선 같은 참여정부 인사들이 통합민주당에 합류해 있는 상태라 이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그러나 자신의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분골쇄신의 노력을 경주한다면 반드시 재기하리라 믿고 싶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에게서 항복 선언을 받아낸 것이 최종적 승리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땅의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통합진보당 내의 합리적인 사람들과 함께 더 큰 용트림으로 비상하리라 믿습니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한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며...
복지 국가 건설과 경제민주화를 통해 기득권 위주의 신자유주의 질서의 재편을 가능하게 할 역사적 동력으로 작용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이 시대의 정신이 비로소 실현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