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종북의원 처리와 매카시즘, 촘스키의 교훈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어제 민주당 원내 대표가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안철수 원장 또한 어제 부산대 강연에서 종북 문제에 대한 자기입장 커밍아웃했다(안 원장의 말대로 국가경영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은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 의원 300명이 다 밝혀야 한다. 이석기, 김재연 둘만 밝힐 일은 아니다)
며칠 전에는 MB가 다시 직접 종북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또 TV 생방송 토론에서 토론자가 직접 거친 표현으로 정치적 커밍아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진보진영 언론이 나서 매카시즘 및 드레퓌스를 거론하며 『종북주사와 마녀사냥』의 배경을 지적하고 나섰다.
언제나 우리사회에는 시시비비와 중용 및 정도가 없으며 극단적 진영논리만 판치는 행태가 통진당 사태에서도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
이대로 흘러가면 이 문제 또한 진영간 대립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큰데 이번에는 우측 진영이 커지고 좌측 진영이 매우 협소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가 진행되는 양상이 본질적 문제를 벗어나는 느낌이 있어 몇 가지 진단을 해본다.
2. 우선 이석기, 김재연은 본인을 위해서도, 야권을 위해서도 빨리 사퇴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사퇴해야 할 이유는 어디까지나 종북이 아니라 비례대표 경선 문제 때문이다.
종북 문제는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고 그간의 한국사회의 정치적 관용의 한계와 책임방기와 법제 미비의 문제이지 사퇴할 문제는 아니다.
이들은 부정한 방법을 써서 비례대표 순위를 조작했으니 거기에 굳이 10%, 50%라는 정도의 문제나 그간의 당내 관행을 들먹일 것이 아니라 한 명이 조작 되었더라도 사퇴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국 더 버티면 고발된 사건으로 인해 법적 문제로 넘어가고 형사처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국고보조금, 당비 전용 문제 등 돈 문제로 넘어가고, 결국은 공안사건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니 당사자들이나 통진당, 야권 전체를 위해서 조기 사퇴하는 것이 신상에 유리하다.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이들은 연말까지 자신들에 의한 이념공세와 진보세력의 부패를 까발림 당하면서 MB의 새판짜기에 멍석을 깔아주는 꼴이 될 것이다.
나아가 최근 이석기, 김재연 사퇴 문제를 종북 문제와 섞어 공세를 펴는 극우세력과 일부 보수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지나친 행태는 결국 자신들의 수준과 속셈을 노출시켜 MB에 장단 맞추는 꼴이 될 것이니 자제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3. 나는 사회운동을 꽤 오랫동안 한 바 있으며, 4년간 야권에 몸을 담아 정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야권에서 떠난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북한에 대한 시각에서 일부 수용이 불가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13년 이상 학생 사회운동을 하면서도 대세에 가담하지 않고 독자적 활동을 해 온 것도 당시 학생 사회운동 진영의 대세였던 북한에 대한 시각이 가장 큰 이유였다.
80년대 중반 이후 NL주사는 대세였고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또한 지난 10년간의 야권 집권기간 동안 당시 안보 고위관계자, 심지어 정보기관 책임자들까지 북한 문제에 대한 『내재적 정도』에 준하는 시각이 팽배했고 이는 송두율 사건 처리 등에서 확인된 바 있다.
2007년 10월 일심회 사건 또한 수사가 청와대 일각까지 번지자 결국 원칙수사를 주장하던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이 옷을 벗게 되지 않았는가? 그것이 묵인할 수 없는 그 당시 사회분위기였고 오늘날 이석기를 비난하는 당시 여당의원(현 야당) 중 다수 또한 그런 분위기를 주도한 것도 사실이다(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2007년 대선 전날 석연찮은 이유로 북한을 다녀오기도 하지 않았는가)
이석기 등은 이런 사회 분위기 하에서 민노당, 통진당 내에 종북 명분으로 헤게모니를 잡게 된 것이다.
또한 현재 종북 문제로 거품을 물고 있는 MB나 여당 의원들 또한 집권 4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알면서도 사실상 야권 일각의 오래된 관행 이상으로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 방치해왔다.
심지어 현 정권의 MB 핵심 측근과 정보기관, 주요 간부 조차 싱가폴, 북경 등에서 북측 관계자를 수시로 접촉했고 돈봉투 전달과 정상회담 대가를 물 밑에서 흥정하지 않았는가?(왜 보수단체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
나는 북한의 세습과 독재, 인권유린, 핵개발, 탈북 동포 강제 송환 등에는 이를 말하는 것이 돌 맞는 시절에도 분명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통진당 문제가 내부경선 부정과 종북 문제가 뒤섞여 진행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종북 문제는 잘못된 것이지만 당시 정치권 다수와 사회분위기가 이 문제를 사실상 묵인 내지 방치 하였거나 일정 정도 가담해 놓고는 이제와 이 두 사람에게 경기동부연합에 이 문제를 전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분명히 실정법상 간첩 혐의가 있음에도 잡지 않고, 사건이 숱하게 많아도 축소시키고 관련자에 대한 사면, 특사를 수시로 베풀었고 인권유린 조사들을 통해 배상까지 해준 것도 엄연한 사실 아닌가?
이런 지난 역사가 잘못됐다면 모두가 반성하고 방지를 법제화하고 제도화 해야지 이 둘에 책임을 묻는 것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일이다.
4. 일부 진보 언론이나 진보논객이 최근 종북 문제를 매카시즘이라 비난하는 것도 번지수가 틀린 일이다.
지금의 미국의 진보 언론이나 지식인 계층에서 조지프 매카시를 옹호한다는 것은 골수 꼴통이라 자처하는 것이 지배적인 사회분위기이다.
그러나 매카시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4년간 『비미 위원회와 청문회』에서 활동하던 당시 사회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2차 대전 종전 후 냉전이 시작되고 소련은 공산권의 축으로 무시무시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루스벨트 이후 미국 정부 각계와 영화 등 예술언론계, 지식인 사회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암묵적 지지층과 자발적 협조자들이 숱하게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이런 그룹 중의 일부가 미국의 원폭개발 정보를 소련에 빼돌려 이를 토대로 소련이 미국의 개발 직후 원폭 실험에 성공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는 일에 매카시가 앞장서 간첩활동을 한 사람을 폭로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런 흐름이 대세를 타자 정치권, 언론이 매카시를 찬양, 홍보하고 스타를 만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나침을 느끼자 『매카시의 과도한 폭로』라는 신화를 만들어 그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고 모두는 빠져나갔다.
이후 공개된 미 정부 비밀문서에서 매카시가 지적했던 사람들 일부가 실제 소련 간첩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닉슨 같은 사람도 한때 매카시에 열렬히 가세했다.
다만 이런 식의 이념을 둘러싼 고비들은 한번 풀리기만 하면 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심각하다.
매카시로부터 시작된 청문회는 헐리우드로 건너가 감독, 배우, 영화계 관계자들 중에 공산당 활동이나 간첩활동을 한 사람을 색출하는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나중에는 동료를 불어야만 자신은 살아남는 비극까지 전개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감독 배우 중 이때 거짓 밀고를 한 대가로 재기한 사람이 흔하다. 마녀사냥의 당사자가 된 이들은 영화 활동 분만 아니라 완전히 사회적 고립이 되었다.
딱 소련 간첩 청문회까지만 갔으면 좋았을 일이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커밍 아웃과 고발, 밀고로 까지 가며 확대된 것은 전적인 매카시의 책임만도 아니다.
이후 많은 거짓 실화까지 추가되어 매카시는 당시 미국 사회의 공산주의 소련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는 억울한 아이콘이 된 것뿐이다.
매카시 또한 『매카시즘』이라는 단어의 피해자이자 희생자다.
마녀사냥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교훈으로 알아야 한다.
5.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대표적 진보적 사회 학자인 노암 촘스키는 미국과 전세계 주류 지식인 사회의 편견과 위선에 대해 싸워왔다.
그러나 나는 그가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포리송 사건』 때문이다.
『포리송 사건』은 1970년대 말 프랑스 리옹 대학 교수이던 로베르 포리송이 2차 대전 기간 나치의 가스실 유태인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논문을 발표해 교수직에서 해임되었다.
촘스키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탄원서에 서명을 했다가 이후 포리송에 대한 옹호론자로 찍혀 오랫동안 폭력적인 반발에 시달렸다(홀로코스트 문제는 서구 지식인 사회에서 씻기 힘든 문명의 치욕이라 생각이고 이 문제를 다르게 언급하는 것은 사회적 자살행위이다)
사실 촘스키는 나치즘 비판에 앞서온 양심적 지식인이며 홀로코스트가 『인류사상 최악의 폭력』이라는 사고가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리송의 논문을 읽지도 않고도 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수로라는 사명감에서 『표현자유옹호 탄원서』에 서명했을 뿐이다.
자신이 『반대하고 혐오하는 사상과 사람』에 대한 폭력적인 비난과 마녀사냥 식 폭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촘스키야 말로 진정한 진보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이 대목에서 최근 이석기, 김재연을 둘러싼 종북 주사 문제에 대한 커밍아웃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폭력적 경향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물론 북한을 옹호하고 이해(?)하는 입장을 당당히 말도 못하고 애써 감추고 있는 『이와 김』에 대해서는 『진보적』이라고 말할 가치조차 없다.
6. 한 사회의 성숙도는 균형감각과 양심에서 나온다.
진정한 진보는 이념을 떠나 편견과 폭력 마녀사냥에 대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아야 한다.
진보진영 또한 자신들의 공격적인 낙인, 매도 문화에 대해 반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나는 내가 과거 『미국스파이 조작사건』에 몰렸을 때 권력 기관의 증거조작을 기자회견, 광고 등을 통해 밝혔음에도 이 사건을 애써 외면해 온 한국의 진보 진영과 언론의 인권의 척도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진보진영에 대해서는 마녀사냥 식 공안몰이라고 툭하면 말하는 사람들이 내가 관련된 사건이 증거가 조작돼 21세기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그토록 떠들었건만 한 줄도 한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내가 겪어보니, 설마 이념이 극단적으로 다르고 대책점에 선 사람들이라도 그 사람의 이념문제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은 확고한 신념이 되었다.
물론 거기에 위법성이 존재한다면 법적으로 처리하면 되고 적용법이 없어 문제라면 사회적 합의가 수용한다면 법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념, 사고, 사상을 문제로 커밍아웃과 반성을 폭력적으로 강요하고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대는 사회분위기는 바로 그 사회 수준이 낮다는 척도이다.
오늘날 내가 남을 이념으로 몰아대면 언젠가는 내가 또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석기, 김재연이 종북주사에 가담하고 주도하였는지는 본인만 아는 문제이다.
법적 문제가 있다면 간첩 잡는 국정원이 나서고 검찰이 수사하면 된다. 이들의 종북, 주사가 어느 수준까지 법적 처벌 대상인지 불명확하다면 국회의원들의 게으름과 공안기관의 업무태만을 책임 물어야 한다.
이들이 종북 주사로 간첩이라면 체포해야 되고 위법성이 있다면 사법 처리를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해야 한다면 종북 주사가 우리 사회에 이들만 아닐 터인데 법의 형평성상 모든 종북주사를 색출하고 처벌해야 한다(여기에 포함될 사람 중에는 북경에서 북한인사에 돈봉투를 준 친구들도 있다)
이들의 국회진출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된다면 차라리 법을 개정해 사상이 종북주사인 사람을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라(어디 까지가 종북주사의 기준인가?)
지난 오랜 기간 동안 사회지도층 모두가 방조, 묵시 내지 일정하게 책임회피와 동조를 해 놓고는 이제 와서 새삼스레 종북 주사를 언급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종북주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보수 극우 단체뿐이다.
어두운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심연이 내 속으로 들어와 내가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괴물과 싸우려다 같이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