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유족들이 뼈있는 말씀을 하셨군요... [바람부는언덕님 글]
어제 새누리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팡질팡의 자중지란 속에 하루를 보냈습니다.
며칠 전 박근혜 후보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5.16쿠데타 및 유신독재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거센 역풍에 시달리자 새누리당은 이를 진화하기 위해 “박근혜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홍일표 공동대변인이 발표를 했습니다만 곧 박근혜 후보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한발을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지요. 아마도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생각보다 파문이 커지자 당 차원에서 사전조율없이 급하게 발표를 한 듯이 보입니다. 결국 늦은 밤이 다 되어서야 이상일 대변인이 “(박근혜 후보의 생각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조율을 거친 내용이다.”라며 박근혜 후보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브리핑 역시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지요? 이상일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의 생각이 사과를 의미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것으로 갈음해 달라. 내가 얘기할 게 아니다”라며 말문을 닫았는데요...
진심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위로를 한다면서 정작 본인의 입을 빌지 않고 왜 대변인을 내세워 말하는 것일까요? 이 정도 사안쯤엔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급한 불은 일단 끄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일까요? 어쩌면 그 둘 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제 명확해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판결이 두개가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2007년 재심판결의 확정으로 이전 판결은 아무 실효가 없다는 절차법의 원리를 인정하지 않는 초법적 발상입니다. 차라리 무지의 소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만, 그녀는 무지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사법질서와 헌정질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을 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도전해야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사법질서와 헌정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것이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의 정상적인 역사인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가족분들이 동의하시면 제가 만나뵙겠다”고 13일 밝혔다고 합니다. 당내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습니다만, 누구 하나 직접적으로 그녀가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절대권력이자 미래권력인 박근혜 후보의 심기를 건드리는 어떤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 당내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 총선을 전후로 새누리당은 완전히 박근혜 의원의 사당으로 전락해 버렸고, 이에 따라 당내 소통은 전혀 기대할 수 없으며 오로지 박근혜 후보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지요. 아무리 박근혜 후보라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는 직언이 통하지 않는다면 과거 권위주의적 정당체제안에서 벌어졌던 비민주적 과오와 오류들이 개선될 리 만무하지요. 하긴 새누리당 자체가 비민주적 정당의 표본인데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만...
박근혜 후보는 일관되게 자신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판단을 유보하며 끊임없이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라는 모호한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지요. 5.16쿠데타와 유신독재에 대한 입장, 그리고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판결까지 모두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라면서, 정작 본인 스스로 역사의 평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미 교과서에 5.16은 쿠데타라고 명시되어 있고,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명백히 잘못된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이라고 대법원 재심판결이 확정된 사안을,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돼 있다는 이유 하나로 왜곡하고 미화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박근혜 후보가 헌법을 준수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승 발전시켜야할 막중한 의무가 있는 대통령의 자리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봅니다...
그녀의 어제 발언을 좀 볼까요? 그 발언들을 통해 그녀의 생각을 가늠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전부터 제가 당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참 죄송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오늘 어떤 기회가 있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어제 그런 차질이 있었지 않았나”...
“갑자기 이야기가 나오고 해서 어제 저녁에 제 생각을 대변인을 통해서 말씀드린 것”...
박근혜 후보는 "전부터 죄송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라고 했습니다만, 유족들의 생각은 박근혜 후보의 그것과 많이 다릅니다. 유족들은 박근혜 후보의 이날 발언에 대해 “지금껏 한 번도 (직접) 들은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설사 박근혜 후보의 말을 다 인정한다 하더라도, 직접 당사자인 유족들이 아무런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사과와 위로의 말이 아닙니다. 박근혜 후보의 광폭행보의 실체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이 가면 다 받아주고, 손 내밀면 다 잡아줄 것이란 생각은 "동생의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는 태도에서 드러나듯이 대단한 오만이며 독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나오고 해서..."....
이 발언도 문제가 소지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라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라든가 철학이라든가 정체성 등등은 확고부동한 것들이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혼란이 빚어진게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인식에 대한 국민여론이 나빠졌기 때문에 이를 급히 수습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긴 것이지요. 계속되는 논란은 본인의 잘못된 역사인식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인데,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고 있는 형국이니 문제가 개선될 리 없는 것입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가해자는 쉽게 잊을 수 있을지 몰라도 피해자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 상처는 죽기 전에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삶이 지속되는 한 낙인처럼 끝까지 따라다니며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안겨주겠지요. 가해자는 평생토록 치유되기 힘든, 무거운 짐을 그들에게 얹어 놓은 것입니다. 피해자의 심정을 가해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박 후보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그리고 "1975년 4월8일 인혁당 재건위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면 그에 따라 만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만남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후보는 유족들의 공식입장에 담긴 뼈있는 일침을 바로 새겨야 합니다. 오직 대선승리만을 위한 광폭행보와 언플을 국가와 국민을 향한 진정성있는 행보와 구별하지 못할만큼 국민이 어리석지 않습니다...
P.S...
"아버지가 한 나쁜 짓을 딸이 바로잡는다면, 아버지도 살고 자기도 사는 길이 될 텐데 왜 저렇게 붙들고 있는 건지 정말 도통 이유를 모르겠네요…."
누가 한 말인지 혹시 아시겠습니까?
정수장학회의 원 소유자였던 고 김지태씨의 미망인 송혜영씨가 인터뷰 말미에 박근혜 후보에게 건낸 말입니다...
송혜영씨가 그 이유를 정말 몰라서 저리 말씀하셨을까요?
아버지도 살고, 박근혜 후보 본인도 사는 길...
그 길을 가는 것이 박근혜 후보에게는 그리도 어려운 것인가요?
박근혜 후보가 그토록 모질게도 붙들고 있는 이유,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국민들이 아주 많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디...